"2030년까지 ‘세계 2위 파운드리’ 목표"…반도체 공장 투자 확대 등 공격적 투자
미국 정부, 안보·국제정치역학 등 이유로 '자국 기업 밀어주기' 강해질 듯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 세계 1위의 PC용 CPU제조사 인텔은 지난주 신규 진출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의 비전을 설명하는 발표회 ‘Intel Direct Connect 2024’를 개최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인텔은 반도체의 설계와 제조 두 분야 모두에서 세계 최고였으나 현재 설계에서는 엔비디아, 제조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에게 모두 최고 자리를 내준 상태다.

하지만 인텔은 반도체 제조를 핵심적 국가안보사항으로 승격시킨 미국의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을 계기로 기존의 CPU 제조뿐 아니라 일반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파운드리, Foundry)로도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최근 인공지능(AI) 등의 급성장 때문에 최고사양 반도체의 생산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800억 달러 이상 반도체공장 신설투자를 확대했다.

파운드리사업 비전선포식이었던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발표내용으로서 인텔은 오는 2030년까지 ‘세계 2위 파운드리’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현재 세계 2위 파운드리가 바로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라는 점에서 긴장해야 하는 내용이기도 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3나노 반도체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최첨단 공정인데 비해, 인텔은 1.6과 1.4나노 반도체의 시제품 웨이퍼를 실제 공개함으로써 공정개선 속도에 대한 놀라움을 더했다.

인텔의 폰테베키오 시스템온칩 제작개념도 [사진=Intel]
인텔의 폰테베키오 시스템온칩 제작개념도 [사진=Intel]

이 행사에서 인텔에 향후 반도체 제작을 의뢰할 예비고객 자격으로 찬조 출연한 마이크로소프트(Micro Soft)와 암(ARM), 미디어텍(Media Tek), 브로드컴(Broadcom)같은 세계적 테크기업들의 언급을 들어 보면, 1.4나노라는 세계최고 집적도를 자랑하는 인텔의 웨이퍼 가공능력은 물론 위 그림에서 제시한 혁신적 설계의 복합칩 제작방식에 대해서도 매우 큰 기대를 갖고 있는 듯했다.

참고로, 이러한 복합칩 제작에 필수적 핵심역량인 후공정 기술에 있어서 인텔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 선도기업이다.

현재 각광받고는 있지만 단일칩 형태로 제작되는 엔비디아 인공지능서버용 GPU칩의 미래 경쟁제품 제작에도 위의 개념도가 적용될 예정이다.

그런데 그림의 붉은색 표시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우리나라의 하이닉스가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HBM(고대역폭 메모리)도 전체 시스템온칩의 하위 구성요소로서 ‘HBM Tile’이라는 이름으로 내재화되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H100’같은 인공지능서버에는 하이닉스가 완제품 모듈형태로 납품한 HBM이 기판 위에 GPU와는 별도로 장착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그런데 동작속도가 더 빨라지는 신제품에서는 GPU와 HBM이 일체화된 복합칩 형태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제시되어 있다.

당장에는 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업체가 이 메모리 타일을 인텔이나 TSMC에도 웨이퍼 형태로 공급할 수는 있겠지만, 만일 이의 제조마저도 복합칩 제작사가 내재화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인텔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삼성전자와 TSMC를 뛰어넘는 미세공정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었느냐에 관한 것이다.

이는 아마도 ASML이 최신형 High-NA EUV를 인텔에만 최우선 공급했고, 시제품 제작에도 이미 투입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결과가 바로 1.4나노 웨이퍼를 Pat Gelsinger CEO가 직접 손에 들고 나온 배경일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 장비를 2026~27년에나 인도받을 것이라는 보도가 대부분이고 하이닉스는 그보다 늦다.

이 장비의 확보여부가 미래 인공지능 서버들의 과다한 전력소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3년 이상 뒤쳐지는 인도일정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전개는 미국 정부의 의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미국 상무부 장관인 Gina Raimondo는 “현재는 세계 반도체 제조의 80% 이상이 아시아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CHIPS Act는 물론 추가법안 등을 통한 지원을 해서라도 2030년까지 이 수치를 50% 미만으로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인텔은 방산용 반도체 등 국가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품을 예로 들면서, 이러한 반도체가 아시아가 아닌 미국 내에서 보안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제조될 수 있도록 미국 반도체 생태계가 “큰 회전관성을 갖고 돌아갈 수 있도록 (‘Massive Flywheels Running in America’) 정부가 계속 지원해 달라”는 공개적 요청을 하고 있다.

대만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최근 총선에서 차이잉원에 이어 다시 친미적 성향의 라이칭더 총통이 선출되긴 했으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방산용 반도체 제조를 맡길 정도로 확고한 우방이라고 보이지는 않는 모양이다.

지난 선거에 비해 의회구성이 바뀌는 등 유권자들의 친미적 성향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정치상황도 이러한 미국의 판단기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고 보일 것이다.

30년 전 일본 반도체산업이 미국의 견제로 몰락한 배경에는 일본 스스로가 미국경제를 위협할 정도로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했었다는 이유도 있었다.

이후 우리나라와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은 이를 계기로 반사이익을 얻으며 급성장했고, 미국은 자국 기업들이 저비용 반도체 생산설비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 이를 견제할 이유가 없었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윤한홍 경제에디터

그러나 중국이 정치적 지배력을 확장하고 있는 지금의 아시아는 그 전체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확고해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게는 급성장중인 인공지능이 큰 기회요인이 될 것이라는 희망도 있지만, 국제정치적 역학관계와 더불어 위에서 지적한 기술적인 도전들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국민과 정부차원의 현명한 대응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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