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시장,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양분
양 사, 엎치락 뒤치락 점유율 경쟁...신기술로 패권 경쟁
파운드리 시장, TSMC 독주...시장 점유율 50% 넘어
삼성전자, 고객사 수요 기민 대응 및 수율 끌어올려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인공지능(AI)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가운데, AI에 탑재되는 반도체 칩 수요가 급증하며 반도체 기업들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인공지능(AI)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가운데, AI에 탑재되는 반도체 칩 수요가 급증하며 반도체 기업들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인공지능(AI) 시장 진출을 서두르면서 AI에 탑재되는 반도체 칩 수요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양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엔 빅테크 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사와의 승부에서 이겨야하는 과제도 주어졌다.

'큰 손'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사실상 독점 공급 중인 SK하이닉스로서는 향후 엔비디아의 공급망 다변화 기조에 대비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과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각각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의 TSMC와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양분 중인 'HBM' 시장...주도권 핵심은 기술력과 수율

모리 반도체 시장을 양분 중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 부품인 D램을 넘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패권 장악을 위해 연이어 신제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뉴스퀘스트]
모리 반도체 시장을 양분 중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 부품인 D램을 넘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패권 장악을 위해 연이어 신제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뉴스퀘스트]

28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양분 중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 부품인 D램을 넘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패권 장악을 위해 연이어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HBM은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고 읽는데 특화된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데이터 송수신 기능을 대폭 강화한 부품을 말한다.

자동차 도로에 비유하면 차(데이터)들이 기존 D램이라는 1차선 도로에서 움직여왔다면, HBM은 이를 16차선 도로로 확대해 차들이 더욱 빠르고 원할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혁신 덕분에 HBM은 최근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계산하는 인공지능(AI) 칩에서 필수적인 부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50% 증가한 141억달러(약 18조 7840억원)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199억(약 26조5100억원)로 성장하고 2029년에는 377억달러(약 50조2239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HBM 개발은 현재 5세대 제품인 HBM3E까지 이뤄져왔다. HBM이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한 부품인만큼, 기술 개발은 D램을 얼마만큼 쌓을 수 있는지(적층)에 집중돼 있다.

시장 점유율로 보면 3세대 HBM 제품까지는 삼성전자가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해 왔다. 이후 4세대 들어서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 미국의 마이크론이 10%로 순위가 뒤바뀌어 유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초당 1280기가바이트(GB)의 전송속도를 가진 36GB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3E 12H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초당 1280기가바이트(GB)의 전송속도를 가진 36GB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3E 12H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업계 최대 용량을 구현한 HBM3E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HBM3E는 경쟁사인 마이크론보다 적층수가 높은 12단이다. 전작 HBM3보다 성능과 용량이 50% 이상 개선됐으며 상반기 양산에 돌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8단 HBM3E 양산을 목전에 두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제품 승인이 막바지 단계에 있어 이르면 다음달부터 제품 생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SK하이닉스의 독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술 개발력'과 '반도체 수율'에 따라 주도권이 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율은 전체 생산품 대비 정상 제품의 비율을 말한다. 수율이 높을수록 불량품이 적다. 예컨대 반도체 수율이 70%라는 것은 반도체 100개 생산시 30개를 버린다는 뜻이다.

고객사 입장에선 수율이 높은 제조 업체와 계약시 생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반도체 수율'이 HBM 주도권 경쟁에서 핵심으로 자리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AI 반도체 시장에 인텔, AMD 등 다양한 빅테크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만큼 핵심 부품인 HBM 시장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며 "HBM 공급에 있어서 얼마나 더 좋은 성능의 부품을 경쟁사 대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주도권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TSMC 독주 '파운드리' 시장...삼성전자, 기술 혁신과 협업으로 반전 꾀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57.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12.4%로, 양사의 격차는 40%포인트가 넘는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57.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12.4%로, 양사의 격차는 40%포인트가 넘는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함께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패권 경쟁을 치르고 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제조 설비가 없는 고객사가 의뢰한 반도체를 제작하는 기업을 말한다. 위탁 제조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 제조 설비가 없는 팹리스 기업들의 수는 증가하는 가운데 파운드리를 담당하는 기업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만 TSMC, 미국의 인텔 등 손에 꼽을 정도이기에 반도체 산업에서 '슈퍼 을'로 불리기도 한다.

시장 전망치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1043억달러(약 138조9588억원) 수준의 글로벌 파운드 시장이 오는 2026년에 1538억달러(약 204조9077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의 시장 판세는 TSMC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57.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12.4%로, 양사의 격차는 40%포인트가 넘는다.

삼성전자가 IP분야 파트너들과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선두 경쟁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IP분야 파트너들과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선두 경쟁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이에 삼성전자는 기술 혁신과 반도체 설계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파운드리 기술의 핵심은 나노 공정이다.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 크기인 나노 공정은 반도체 생산의 원재료인 '웨이퍼'에 새긴 회로의 선폭을 의미한다.

이 선폭이 좁을수록 집적도가 높아지는데, 집적도가 높아지면 칩 안에 반도체 소자를 많이 넣을 수 있어 성능 개선에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업계 최초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을 파운드리에 적용하며 기술 초격차 의지를 드러냈다.

GAA 공정은 전류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게이트의 4면을 감싸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 3면만을 감싸는 핀펫 공정보다 전류 흐름을 더욱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GAA 공정이 파운드리 공정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GAA 경쟁력 강화를 위해 Arm과 협력에 나섰다. 지난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Arm은 반도체 칩의 기본 설계 방식을 만드는 반도체 설계자산(IP) 전문 기업이다. 전 세계 반도체의 70% 가량을 설계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점유율은 99%에 달한다.

계종욱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디자인 플랫폼 개발실 부사장은 "Arm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양 사 고객에게 생성형 AI 시대에 걸맞은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 및 인프라 총괄 관계자들이 손가락으로 '3'을 표하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 및 인프라 총괄 관계자들이 손가락으로 '3'을 표하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현재 삼성전자는 GAA 기반의 3나노(㎚・10억분의 1m 1세대 공정을 양산하고 있다. 2세대 공정 역시 개발 중이며, 오는 2025년부터 2나노 이하 공정을 도입한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 내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 퀄컴, AMD 등 주요 고객사들의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수율을 이른 시간 내에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TSMC가 일본에 대대적인 생산 시설을 마련하면서 점유율을 더 높이는데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로선 단기적으로는 격차가 더 이상 벌어지지 않는데 중점을 두고, 장기적으로는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를 바탕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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