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種)의 경계를 뛰어넘어 모든 종으로 확산
남미에서 바다사자 코끼리물범 초토화, 남극으로 행진
인간은 비교적 안전, 그러나 복제 과정 거치면 가능성 높아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조류독감(AI: Avian Influenza)은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만 국한된 질병이 아니다. 바닷새, 바다사자와 같은 해양 포유류를 넘어 인간까지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해양 환경에서 종의 장벽을 넘어 확산되고 있는 병원체인 H5N1 조류 독감 바이러스의 출현이 야생동물 보호 당국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와 아르헨티나 국립농업기술연구소(INTA)의 최근 공동 연구에 따르면 이 독감 바이러스가 남미 대서양 연안에 서식하는 해양 동물 및 조류에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류독감(AI)은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만 국한된 질병이 아니다. 바닷새, 바다사자와 같은 해양 포유류를 위협하는데 이어 이제 인간까지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사진=어스닷컴]
조류독감(AI)은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만 국한된 질병이 아니다. 바닷새, 바다사자와 같은 해양 포유류를 위협하는데 이어 이제 인간까지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사진=어스닷컴]

종(種)의 경계를 뛰어넘어 지구촌의 모든 종으로 확산

조류 독감 바이러스 가운데 고병원성인 H5N1형 바이러스는 변이가 매우 빠를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게 쉽게 전이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감염된 조류가 다른 닭, 사육 오리와 접촉하거나 배설물을 통해 조류독감을 전파하므로 방역이 쉽지 않다. ‘H5N1’은 혈청형을 말한다.

연구팀은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바다사자 서식지에서 발견된 죽은 바다사자, 물개, 제비갈매기에 수집한 뇌 샘플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분석 결과, 모든 검체에서 H5N1 감염이 확인되었으며, 검체 전반에 걸쳐 거의 동일한 바이러스 서열이 드러났다.

이러한 동일한 바이러스는 이전에 페루와 칠레 전역의 해양 포유류와 인간 사례, 특히 처음으로 제비갈매기에서도 확인되었다.

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이자 INTA의 바이러스학자인 아구스티나 리몬디(Agustina Rimondi) 박사는 “이는 H5N1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해양 포유류에 적응했지만 여전히 조류를 감염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바이러스는 다양한 종에서 발병하는 병원균으로 제비갈매기의 바이러스 서열에 포유류 적응 돌연변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해양 포유류 사이의 전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남미에서 바다사자 코끼리물범 초토화, 다시 남극으로 행진

수석 저자이자 UC 데이비스의 야생동물 수의사인 마르셀라 우하르트(Marcela Uhart)는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현재 인간에게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 바이러스가 포유동물에서 계속 복제될 경우 우려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감시 및 조기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하르트 박사가 "이 새로운 괴물"이라고 명명한 H5N1의 2.3.4.4b 계통의 변종은 2020년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등장했다.

처음에는 유럽의 해양 조류에 영향을 미치다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확산된 다음, 다시 아메리카 대륙으로 퍼져 가금류를 위협했다.

2023년 2월 아르헨티나에 도달해 그해 8월 티에라델푸에고(Tierra del Fuego)의 대서양 해안선에 서식하는 바다사자 사이에 치명타를 안겨주면서 위력을 입증했다. 이후 다시 북쪽으로 이동해 해양 포유류와 바닷새 모두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구의 수석 저자이자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의 야생동물 수의사인 마르셀라 우하르트 박사. 그녀는 조류 독감의 인간 전염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사진=UC Davis]UC Davis
연구의 수석 저자이자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의 야생동물 수의사인 마르셀라 우하르트 박사. 그녀는 조류 독감의 인간 전염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사진=UC Davis]UC Davis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전역에서 최소 60만 마리의 야생 조류와 5만 마리의 해양 포유류(코끼리물범과 바다사자를 포함), 말비나스/포클랜드 제도에서는 수천 마리의 알바트로스(바다 갈매기)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등 엄청난 피해가 관찰되었다.

인간은 비교적 안전, 그러나 복제 과정 여러 번 거치면 가능성 높아

우하르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의 조사 기록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에 의한 심각한 발병으로 인해 아르헨티나의 발데스 반도에서 2023년 번식기 동안 갓 태어난 코끼리물범 새끼의 사망률이 7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하르트 박사는 이 바이러스가 남극 대륙의 동물을 향해 나가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심각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모니터링과 예방에 대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인간, 가축, 야생동물 및 환경 건강의 상호 연관성을 인식하는 ‘원 헬스(One Health)’ 개념을 구현하고 있다.

종 간의 질병 발생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의 대중, 야생 동물, 농업 및 보건 부문의 통일된 대응을 요구하는 연구다.

요약하자면, 이 연구는 H5N1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행동에 중요한 변화가 있음을 조명하는 것으로 기존의 조류 숙주와 함께 해양 포유류 사이에서도 감염되고 확산되는 새로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야생 동물 보호에 대한 바이러스의 위협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확산을 완화하기 위해 감시 강화와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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