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가능성 예측, 최근 주목받는 ‘장수의학’의 유망 분야
"노화 속도 빠른 장기,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치매도 특정 요인이 아니라 단백질 노화에 의해서도 발생해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사람들은 서로 다른 속도로 나이를 먹는다. 같은 나이의 두 사람이 극적으로 다른 노화 징후를 보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생물학적 연령이라는 개념을 개발했다. 생물학적 연령은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추정할 수 있다.

동물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유기체의 다른 기관도 다른 속도로 노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에게도 해당되는지, 장기 노화가 질병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속도로 나이를 먹는다. 같은 나이의 두 사람이 극적으로 다른 노화 징후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장기도 노화 정도가 다 다르다. [사진=NIH]
사람들은 서로 다른 속도로 나이를 먹는다. 같은 나이의 두 사람이 극적으로 다른 노화 징후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장기도 노화 정도가 다 다르다. [사진=NIH]

질병 가능성 예측, 최근 주목받는 ‘장수의학’의 유망 분야

노화가 빠른 사람과 적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몸 속의 장기(臟器)도 빨리 늙는 것이 있고 천천히 늙는 것이 있다. 이 또한 사람마다 다 다르다. 

노화는 면역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늘 질병을 동반하게 된다.

사람의 노화의 정도는 금방 알 수 있지만 몸 속에 감춰진 장기는 노화의 정도를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의 노화 정도를 쉽게 알 수 있다면 특정 장기의 질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장기의 나이 측정을 통한 질병 가능성 예측이 장수 의학에서 새로운 유망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장기의 나이를 측정해 다가올 질병을 예측하는 것이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한 대학이 주도한 연구결과를 인용해 “우리 몸 가운데 달력상의 나이보다 더 빨리 늙는 장기가 있다. 이는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이미 여러 기업들은 DNA 내 화학적 변화를 측정해 생물학적 나이를 파악하는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검사는 보통 전반적인 신체 나이나 노화 속도를 추정하는 하나의 수치를 제공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지난해 12월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뇌나 심장, 췌장 등 장기별로 나이를 측정해 건강 문제와의 연관성을 제시했다.

실제 나이보다 심장이 더 늙었을 경우 전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이어도 심부전 가능성이 높을 수 있고, 동맥과 뇌의 나이가 실제보다 높으면 더 큰 인지장애 위험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또 고혈압인 사람들은 또래들보다 1년 정도 더 늙은 신장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한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학자 토니 와이스 코레이(Tony Wyss-Coray)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인체의 다양한 기관의 노화를 추적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노화 속도 빠른 장기,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연구팀은 연구진은 5천600여명을 대상으로 혈액 표본을 검사해 나이에 따라 변화하는 특정 단백질의 수준을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실제 나이와 장기 나이 사이의 차를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사람들로부터 혈장 내 거의 5000개의 단백질 수준을 측정했다. 이 연구 결과는 2023년 12월 6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되었다.

유전자 활동 데이터를 사용하여 연구팀은 처음으로 약 900개의 단백질이 단일 기관에 풍부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 다음 그들은 다양한 연령대에서 이러한 단백질의 혈장 수준을 사용하여 생물학적 연령을 추정하기 위해 기계 학습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지방 조직, 동맥, 뇌, 심장, 면역 조직, 내장, 신장, 간, 폐, 근육 및 췌장 등 11개 기관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다.

연구팀은 거의 20%의 사람들이 단일 기관에서 노화가 가속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한 개 이상의 기관에서 노화가 가속화된 비율은 2% 미만이었다.

그들은 9가지 노화 관련 질병에 대한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많은 질병이 특정 장기의 빠른 노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같은 또래의 동료들에 비해 신장이 더 노화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의 노화 과정이 각기 다르듯이 장기도 노화 정도가 다 다르다. 최근 과학자들은 장기의 노화를 측정해 질병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벙을 고안했다. [사진=픽사베이] 
사람의 노화 과정이 각기 다르듯이 장기도 노화 정도가 다 다르다. 최근 과학자들은 장기의 노화를 측정해 질병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벙을 고안했다. [사진=픽사베이] 

또 나이가 많은 심장은 심방세동 및 심장마비와 관련이 있었다. 심장 노화가 가속화된 사람들은 향후 15년 동안 심부전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늙은 뇌'를 가진 건강한 사람들은 '젊은 뇌'를 가진 사람들보다 인지장애를 얻을 확률이 10% 높았다.

치매도 특정 요인이 아니라 단백질 노화에 의해서도 발생해

“대부분의 장기에서 노화가 가속화되면 어떤 원인이든 간에 사망할 위험이 15~50% 더 높아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장기의 노화의 차이가 특정 연령과 관련된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논문의 주요 저자인 해밀턴 세휘 오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심장의 노화는 미래의 심장병을 예측하고, 뇌의 노화는 미래의 치매를 예측한다"고 말했다.

이 접근 방식은 뇌 노화에 대한 통찰력도 제공했다. pTau-181이라는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확립된 혈액 기반의 바이오마커이다.

연구팀은 pTau-181뿐만 아니라 뇌 노화와 관련된 단백질도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동맥 노화와 관련된 단백질은 경도 인지 장애의 발병과 관련이 있다. 이 단백질은 초기 인지 저하의 특정 분자 과정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질병의 기저에 있는 분자 과정을 확인하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탄생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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