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자(77)

나이 들면 식욕 통제하는 MC4R 섬모 길이 짧아져
고지방 식단일수록 섬모 길이 줄어드는 속도 빨라…항비만 능력도 사라져
식단, MC4R, 비만이 복잡한 삼각관계… 다이어트가 문제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윗배가 나오든 아랫배가 나오든 간에 중년의 뱃살은 남녀 모두 거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들린다. 그러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통설(通說)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내장지방을 억제하는데, 중년에 접어들면 이러한 호르몬이 부족하게 돼 내장지방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내장지방은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이 지방은 혈액 속으로 쉽게 들어가 고혈압·당뇨병·심뇌혈관질환 등을 일으킨다. 또한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아지면 심근경색·뇌졸중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윗배가 나오든 아랫배가 나오든 간에 중년의 뱃살은 남녀 모두 거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들린다. 그러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일본 과학자들에 따르면 식욕을 통제하는 뇌 영역의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진=픽사베이] 
윗배가 나오든 아랫배가 나오든 간에 중년의 뱃살은 남녀 모두 거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들린다. 그러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일본 과학자들에 따르면 식욕을 통제하는 뇌 영역의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진=픽사베이] 

나이 들면 식욕 통제하는 MC4R 섬모 길이 짧아져

그러면 중년이 되면 사람들이 배가 나오고 살찌는 소위 ‘중년 비만’을 경험하는 것은 정말 호르몬 탓일까? 많이 먹고 운동이 부족한 이유는 아닐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는?

중년 비만은 당뇨병, 심장병 및 기타 만성 질환과 같은 수많은 건강 문제와 관련되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우려 사항들 가운데 하나다.

이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는 체중 증가가 노화로 인한 신진대사 감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 나고야 대학 과학자들이 쥐를 대상으로 진행한 최근 연구는 이에 대해 새로운 설명을 제시한다.

이 연구는 중년 비만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조사하여 신진대사와 식욕을 조절하는 뇌의 중추적인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이 발견의 중심에는 신진대사와 식욕을 조절하는 중요한 뇌 영역인 시상하부(hypothalamus)가 있다. 연구진은 시상하부의 뉴런의 모양이 중년 비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멜라노코르틴-4 수용체(MC4R)로 알려진 단백질이 핵심이다.

MC4R은 영양 과잉을 감지하고 이에 따라 신진대사와 식욕을 조절함으로써 비만을 예방하는 수호자 역할을 한다. 이러한 수용체는 특정 시상하부 뉴런에서 뻗어 나오는 안테나 같은 구조인 일차 섬모(primary cilia)에서 발견된다.

나고야 대학 연구팀은 이러한 일차 섬모가 연령과 관련해 변화를 겪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섬모 길이의 감소는 MC4R의 감소로 이어져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서 비만 예방 능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지방 식단일수록 섬모 길이 줄어드는 속도 빨라…항비만 능력도 사라져

연구를 이끈 나고야 대학 의과대학원의 가즈히로 나카무라(Kazuhiro Nakamura) 교수는 “우리는 비슷한 메커니즘이 (쥐만이 아니라)인간에게도 존재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명 학술지 ‘세포 대사(Cell Metabolism)’ 저널 최근호에 발표된 이 연구는 중년 비만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잠재적으로 치료하는 데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면 다이어트(식단)이 뇌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년 비만이 발생하는 것일까?

중년 비만에 대한 추가 조사에서 연구팀은 MC4R 섬모의 길이, 즉 신체의 신진대사와 지방 연소 능력이 연령과 식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중년의 쥐는 어린 쥐에 비해 MC4R 섬모가 현저히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대사 효율이 감소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다이어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섬모 길이에 영향을 미쳤다. 고지방 다이어트는 섬모의 단축 과정을 가속화한 반면, 제한된 다이어트는 단축 과정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다이어트를 줄일 경우 이전에 나이가 들면서 손실되었던 일부 MC4R 섬모가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한 어린 쥐의 MC4R 섬모를 인위적으로 단축시키고, 음식 섭취를 늘려 신진대사를 감소시켰을 때 체중이 증가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조작은 자연적인 노화 과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결국 대사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MC4R 섬모의 중요한 역할에 대한 추가적인 증거를 제공한다.

중년의 비만은 나이가 들면서 줄어드는 항비만 수용체인 MC4R 섬모, 그리고 식단의 선택과 깊은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고지방 식단의 경우 MC4R 섬모의 길이가 빠르게 줄어든다. 항비만 능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어스닷컴]
중년의 비만은 나이가 들면서 줄어드는 항비만 수용체인 MC4R 섬모, 그리고 식단의 선택과 깊은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고지방 식단의 경우 MC4R 섬모의 길이가 빠르게 줄어든다. 항비만 능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어스닷컴]

식단, MC4R, 비만이 복잡한 삼각관계… 결국 다이어트가 문제

연구팀은 또한 음식 섭취 감소와 관련된 호르몬인 렙틴(leptin)에 초점을 맞췄다. MC4R 섬모가 단축된 쥐의 경우, 렙틴 호르몬은 식욕을 감소시키지 못했다. 이는 인간 비만 치료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인 렙틴 저항성(leptin resistance)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동 저자인 마나미 오야(Manami Oya) 박사는 "이 렙틴 저항성은 비만 치료에 장애가 되지만 그 원인은 오랫동안 알려져 있지 않았다. 우리는 MC4R 섬모 길이, 렙틴 저항성, 그리고 비만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밝혀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식단 관리를 통해 중년 비만을 퇴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적절한 식습관은 나이가 들어도 뇌의 항비만(anti-obesity) 시스템을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MC4R 섬모를 유지할 수 있다”고 나카무라 교수는 제안했다.

요약하자면 나고야 대학의 새로운 연구는 중년 비만은 뇌 구조에서 비롯되며, 특히 시상하부 내 MC4R 섬모의 길이가 그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이 작은 MC4R 섬모 세포 구조가 우리의 신진대사와 식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노화와 관련된 변화가 어떻게 체중 증가와 렙틴 저항성을 유발하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 연구는 이러한 섬모를 유지하거나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둔 혁신적인 비만 치료를 위한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연구는 뇌의 항비만 메커니즘을 보존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식단 조절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년 비만이라는 만연한 건강 문제에 맞서 싸우려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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