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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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오는 4월 10일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니, 대략 20일도 채 안 남았다.

매일같이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는데 당장 글을 쓰고 있는 오늘 3월 21일 하루만 하더라도 10곳에서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가 올라와 있다.

이러한 여론조사는 실제로 여론이 궁금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경우가 있다.

후자는 일반 사람들이 가급적 눈치채지 못하도록 공정하지 않게 표본을 설정한다던가 아니면 잘못된 질문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 답을 유도한다던가 하는 방법을 써서 실제보다 왜곡된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이다.

아무튼 여론조사가 허용되는 기간 중 초기에는 여당이 압승한다고 나오다가 최근에는 야당이 치고 올라오는 모양새이다.

의도를 가진 여론조사를 모두 포함하여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나기 때문에 여당이 주춤하는 사이에 야당 지지도가 올라간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초기 여론 조사 결과로 여당이 크게 앞선다고 나왔을 때, 야당 쪽 인플루언서들이 한결같이 했던 얘기가 있다. 바로 표본에서 보수가 과표집 되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면, 표본에서 진보 쪽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수가 100명이고, 보수 쪽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수는 120명으로 표집되었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는 당연히 보수가 유리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만약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와 보수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면 진보와 보수 표본도 같게 표집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주장은 옳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편중된 집단에서 표본을 추출하는 것을 표집편향 (Sampling bias)라고 하는데, 의미있는 결과를 보고자 했다면 위에 말했던 것처럼 우리나라의 최근 정치성향을 조사했을 때 나온 신뢰할만한 진보와 보수의 비율값을 고려하여 표집된 수에 대해 가중치를 더하는 방법을 택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여론조사에는 이번에 불거진 표집편향 외에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표본 크기가 충분한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공하는 ‘3월 2주차 전국단위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 주에 행해진 전국 여론조사는 총 7건인데 2건의 표본 수는 2000명이고 5건의 표본 수는 1000명이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 수는 대략 44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1000명의 표본은 전체 유권자의 0.0023%이고, 2000명이라 할지라도 0.0045% 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리 통계적으로 표본이 충분하게 모집단을 반영하여 신뢰수준이 높다 하더라도 표본이 크면 클수록 정확하게 현실을 반영할텐데 적어도 너무 적은 표본 수이다.

그 다음 신뢰수준과 표본오차의 해석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앞서 말한 2000명을 표본으로 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자.

신뢰수준이 95%, 표본오차가 ±2.2%인 여론조사 결과, A당의 지지율은 38.5%, B당의 지지율은 39.0% 라는 결과가 나와서 우리는 B당이 앞선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러한 결과의 의미를 해석하면 같은 조사를 각각 다른 표본을 뽑아 100번 시행했을 때 95번은 A당의 지지율이 36.3% ~ 40.3% 사이이고, B당의 지지율은 36.8~41.2% 범위 내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이러한 해석은 다른 말로 하면 100번 중 5번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실제로 A당이 40.3%, B당이 36.8%로 A당이 3.5% 앞설 수도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따라서, 우리가 신문 헤드라인에 크게 쓰여진 숫자만 주목해서는 안되고, 어떤 식으로 해석이 가능한지를 명확히 알아야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여론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그 결과를 어떻게 포장해서 일반인에게 제공하는가의 몫은 미디어이다.

숫자는 사람들을 배신하기도 하고, 상처를 줄 수도 있으며, 정치판에서는 사람들에 대한 선동의 무기도 될 수 있다.

일부러 높은 지지율만 강조해서 사람들에게 대세에 따르도록 무언의 강요를 하기도 하지만 또 반대로 낮은 지지율을 강조해서 사람들을 결집시키기도 한다.

이 모두가 여론조사의 결과로 나온 숫자들의 특성, 즉 닻내림 효과 때문이다.

우리 같은 유권자들은 미디어의 숫자놀음에 현혹되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를 냉철하게 해석할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하겠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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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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