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돋보기] 정부 지방세 개편안의 문제점과 지방재정기반 확충의 근본적 대안

안전행정부는 지난 15일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향후 2~3년에 걸쳐 대폭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담뱃값 인상안이 발표되고 며칠 만에 후속타 격으로 나온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2016년까지 현재 기초자치단체별로 1인당 2000원~1만원 선에서 책정된 주민세 개인균등분을 1만원~2만원으로 인상하며, 법인균등분도 현행 5구간을 9구간으로 확대하고 100% 인상할 계획이다. 자동차세도 영업용 승용차, 15인승 이상 승합차, 1t 초과 화물차, 특수자동차, 3륜이하 자동차에 대해서는 2017년까지 100% 인상하고 1t이하 화물차에 대해서는 50% 인상하기로 했다. 여기에 추가로 지방세 감면의 부분적 폐지·축소안도 포함되었다.

담뱃값에 포함된 담배소비세와 함께 인상된 주민세, 자동차세의 2가지 공통점은 지방자치단체 재원으로 귀속되는 지방세라는 점, 그리고 부유층보다는 일반 서민들에게 부담이 큰 세목이라는 점이다. 국내 세제상 중앙정부로 귀속되는 국세는 법인세, 소득세, 관세를 포함해 15종류로 구성되어 있고 지방자치단체로 귀속되는 지방세는 주민세, 재산세, 자동차세를 포함해 11개 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몇 개 항목은 동일한 세원에서 국세와 지방세로 나뉘어 귀속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세를 구성하는 세목들은 대부분 영세한 세목들이라 국세와 지방세의 세수규모는 8:2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최근 복지지출확대로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압박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지방재정 확충이 매우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지방재정확충에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늘리거나 지자체들의 자체세입기반을 확대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이번 지방세 릴레이 인상도 담배소비세는 국민건강증진이 강조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열악한 지방재정의 자주적 조달능력 강화가 근거로 제시되었다.

안행부 지방세 인상 논리의 문제점

안행부는 “지방서비스에 필요한 재원은 가능한 한 지역주민이 조달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지방재정확충 방안을 마련해 왔다고 주장한다. 세금 부과의 원칙은 이론적으로 ‘응능의 원칙’과 ‘응익의 원칙’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응능의 원칙은 누진세처럼 세금을 낼 능력이 있는 사람이 능력만큼 내는 원칙이다. 응익의 원칙은 자신이 입는 공공서비스의 수혜에 비례해서 세금을 내는 원칙이다. 말하자면 안행부의 입장은 지방세에 관해 응익의 원칙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지방재정에 관해서는 응익의 원칙이 철저히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지방재정을 지역주민이 직접 부담하지 않고 중앙의 지원에 의존하면 자신의 주머니에서 재정이 나간다는 의식이 희미해진다는 가설에 근거한다. 그래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적인 지출확대만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행부의 이러한 입장은 모순이다. 안행부는 그동안 국내세수의 3/4을 차지하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의 지방이전에 대해서는 결사적으로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수십 년의 논쟁이 있고 나서야 2010년부터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가 신설되었다. 전액 국고로 귀속되던 소득세와 법인세의 10%가 지방소득세로, 부가가치세의 5%(현재는 15%)가 지방소비세로 이전되었다. 소득세와 법인세도 결국 지방주민이 내는 세금인데 이러한 세목의 지방자치단체 이전에는 왜 그리 인색했는지 궁금하다. 게다가 다른 지방세 항목인 취득세에 대해서는 올해 1월부터 영구인하를 결정했다. 부동산, 선박, 광·어업권, 골프회원권, 승마회원권의 취득이나 용도변경에 부과되는 취득세는 주로 부유층이 부담하게 되는 세목이다.

정확한 통계는 내년 이후에 집계되겠지만 당장 올해 취득세 세수가 작년보다 2조 4000억 원 줄어들 것이라고 정부 스스로 예측했다. 그래서 이번 세제개편안도 취득세 인하로 인한 손실분을 의식해서 개편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간 2천억 원 수준인 주민세 균등분 세수가 2배로 증가하면 연간 2천억 원 증가가 예상된다. 자동차세는 정부계획대로 완전 인상될 경우 연간 9백억 원 정도 증가가 예상된다. 담배소비세는 담뱃값 인상과 함께 현재 한 갑에 641원에서 1007원으로 인상되는데, 2012년 기준으로 연간 약 27억 갑이 판매된 수요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증세효과는 1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결국 전체 지방세입 증가효과는 약 1조 3000억 정도로 현재 정부가 예측하고 있는 지방세 감면 폐지·축소로 인한 세수증가분 1조원을 더하면 취득세 영구인하로 인한 손실분을 겨우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가격인상으로 인한 담배소비량 감소분을 감안하면 이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결국 부유층의 부담이 큰 취득세를 줄여주는 대신 서민층에 큰 부담이 전가되는 세목의 세율을 올려 충당한 셈이다. 그러므로 이번 세제개편안의 기본성격은 이명박 정부시기부터 본격화된 부자감세, 서민증세의 기조를 지방세 부분에서 실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부자들로부터 화끈하게 줄여준 세금을 없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메꾸려다 보니, 세제개편안을 통해 손실된 재원을 제대로 충당할 수 있을지 효과가 불확실한 것도 문제이다.

지방재정 확충의 합리적 대안

세율인상 없이 현재 소득세·법인세 세수의 5%만 국세에서 지방소득세로 추가 이전해도 5조 원 가량 자체재원이 증가된다. 물론 부자 증세를 실현해 전체세수가 늘어난다면 이보다 증가분은 커지게 된다. 이를 통해 부족해진 중앙세수는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국조보조사업을 줄이는 것으로 충당하면 된다. 간단한 방식이 있는데 굳이 복잡하고 효과도 확실치 않은 해법만을 내세우는 정부의 태도는 결국 지방재정 확충을 구실로 서민 주머니를 털려는 속내를 증명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지방재정에 대한 응익의 원칙에는 또 다른 함정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선택과 집중을 이유로 지역불균형 발전을 지속해 왔다. 그 결과 아직까지도 지역 간 경제격차가 매우 크며 당연히 자체 세입조달능력에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자주적 재원 조달만을 강조하면 결국 못 사는 지역 주민이 상대적으로 부실한 공공서비스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단순히 전체세수에서 지방세 비율을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열악한 지자체에 좀 더 많은 재원이 투여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지방재정 배분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즉 지방재정도 국내현실에 맞게 응익의 원칙이 아닌 응능의 원칙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다. 국가의 전반적인 세제를 부자증세 중심으로 바꾸되 그렇게 증가한 세수를 수도권 등 일부 부유한 지자체에 집중되지 않도록 바꾸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부는 이번에 제시한 3가지 지방세 인상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주택거래활성화를 명분으로 내건 취득세 영구인하를 당장 원상복구해야 한다. 그리고 국세에서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로 이전비율을 대폭 늘리되, 지자체 재정상황에 따라 배분비율을 차등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일괄적으로 10% 비율로 배분받는 것을 지자체 상황에 따라 15%, 25%, 35% 정도로 차이를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복지교부세 항목을 신설해 중앙이 복지재정의 부담을 무분별하게 지방으로 전가하는 것을 막고 지역별로 균등한 복지세수확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진보세력들이 주장하는 ‘부자증세, 서민복지’의 완결은 결국 지방재정의 건전한 확충이라고 봐야 한다. 복지재정은 그 특성상 대부분 지자체들에 의해 최종적으로 집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세제 개편안의 실상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창조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허수영 진보당 진보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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