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오찬주 기자 =  “우리 아이는 말을 잘 하는데 글을 읽을 때 매우 느리게 읽거나 중간에 어떤 단어만 삭제하고 읽거나 서술어를 반복해서 잘못 읽는 경우가 많아요. 도대체 무슨 일이죠?”

화가 파블로 피카소, 레오나르도 다빈치, 에디슨, 아인슈타인, 윈스턴 처칠 등의 공통점은 뭘까. 이들은 모두 글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바로 난독증에 시달렸던 것이다.

난독증은 편견을 가질 필요 없는 증상이다. 왜냐하면 난독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지능은 평균 수준이기 때문이다. 난독증은 보통의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글을 읽으면 어지러워지고 이해를 못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수리애비’라는 애칭으로 더욱 친근한 영화배우 톰 크루즈도 난독증을 앓고 있던 탓에 대본을 듣고 외웠다.

국내에서도, 개그우먼 김신영, 배우 조달환, 이햐안,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 양현석 등이 난독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현석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 “책을 읽으면 반 페이지만 읽어도 글자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고 졸음이 온다”고 말했고, 김신영은 “데뷔 당시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난독증 증세가 있는 줄 몰랐다가 나중에 방송 활동을 하면서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듣고 말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지능수준도 일반인과 똑같지만 소아 혹은 성인이 단어를 정확하고 유창하게 읽거나 철자를 인지하지 못하는 증세를 ‘난독증(Dyslexia)’이라고 말한다. 이는 부모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독증은 크게 시각적 난독증, 청각적 난독증, 운동 난독증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시각적 난독증이란 단어를 보고 이를 소리로 연결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말하며, 청각적 난독증이란 비슷한 소리를 구분하고 발음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이다.

9세 지훈이(가명, 남)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한글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세부터 학습지 방문교사를 통해 한글을 가르쳤고, 유명하다는 학원까지 다녔지만 돌아오는 건 한글을 쉽게 읽지 못한다는 현실에 대한 절망 뿐이었다. 지훈이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철자를 쓰면 대부분 실수투성이다. 자음을 뒤집어 쓰는 경우도 많다.

8세 지현이(가명, 여)이는 책을 아예 멀리해버린다. 책을 읽는 것 자체가 고통이기 때문이다. 주변 친구들은 빠른 속도로 글을 읽지만 정작 본인은 더듬더듬 읽는다. 내용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무슨 뜻인지 묻는 경우가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난독증으로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사람이 2007년 168명에서 2011년 209명으로 늘었다. 이들 가운데 80~90%는 10대 이하 아이들이다. 전체 아이 중에서는 5~7%가 난독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난독증을 정신질환으로 오인하는 사회적 편견이다. 유치원부터 대학교를 지나 직장생활에 이르기까지, 읽고 쓰는 것이 중요한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난독증이라는 증상은 유독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없다.

읽기 자체는 단순히 눈으로 본다는 의미를 넘어 뜻과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다. 난독증은 이러한 기능에 오류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가설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인간의 뇌의 양측 반구의 불균형이 난독증의 원인으로 여겨지며, 특히 공간 지각 기능을 담당하는 우뇌에 비해서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좌뇌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것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난독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이미 밝혀진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난독증을 앓는 사람의 40%는 유전 탓이다. 난독증의 원인을 예전에는 교육 체계의 문제로 보았지만 최근 30여 년간의 연구에 의하면 신경학적 원인(유전적)을 유발요인으로 보고 있다. 선천성 난독증은 주로 유전적인 것이 원인이며 출산 전후의 뇌손상 또는 미숙아에서 많이 나타난다. 심리적 혹은 시각적 문제가 원인으로 논의되고는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난독증의 증상은 여러 가지고 있다. 우선 말이 늦게 트이거나 말을 더듬는다. 말이 어눌하게 들린다. 발음이 명확하지 않거나 틀린다. 이를테면 ‘스파게티’를 ‘파스케티’로, ‘헬리콥터’를 ‘헤콜립터’로 말한다. 또한 단어를 기억해 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문장을 읽어도 뜻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철자를 자주 틀리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신경학적 검진, 학습능력 검사, 심리적 요인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한 다각도의 진단이 필요하다”며 “특별한 영상학적 검사로 진단하는 것은 아니나, 증상이 전혀 없던 아동에서 갑작스럽게 증상이 발생하거나 급성으로 진행하는 경우, 성인에서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뇌의 기질적 병변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영상학적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출처: 영화 ‘지상의 별처럼’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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