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 승무원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고함을 지르며 책임자를 항공기에서 내리게 했는데 그 이유가 다름 아닌 땅콩 때문이라고 하니 정말 어처구니 없을 뿐입니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자신의 권력으로 돌진하려는 항공기를 갑자기 후진시켜 승무원을 내리게 한 행위가 ‘항공보안법’을 어겼을 가능성에 대해선 그 잘나고 잘난 ‘법의 전문가’들이 모여 중지를 모으기로 하자. 우린 그런데 관심이 없다. 그냥 우리같이 무식하고 힘없는 서민들은 상식으로 이야기 하면 된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간식을 잘못 받았다고 비행기를 후진시켜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는, 차마 믿기 어려운 3류 허섭스레기 같은 내용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전생에 뭘 했기 때문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마구잡이 승진하는 재벌 자식들의 기상천외한 모습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때 “설마 저럴까” 했지만, 그런 사람들의 확실한 ‘경영감각’은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해서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미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5일(현지시간) 0시 50분 미국 뉴욕 JF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KE086편 항공기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가던 중 갑자기 탑승 게이트로 방향을 돌리는 ‘램프리턴’을 했다. ‘램프리턴’은 보통 항공기의 정비 문제나 승객의 안전 등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하게 되는데 이날의 ‘램프리턴’은 조 부사장이 한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으면서 일어났다. 램프리턴은 그쪽 사람들이 쓰는 고급 용어이니 그렇다치고, 핵심은 지난해 미국 하와이에서 아들 쌍둥이를 출산해 원정출산 논란을 불렀던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이륙 전 자사 기내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승무원을 내리게 했다는 것이다. 권력과 재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갑의 위치’에서 횡포를 부린다는 말이 주로 재벌가 자녀들에게 있다는 대중들의 비아냥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는 행동인 셈이다.

누가 뭐래도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여성’과 관련된 우리 사회의 단골 이슈메이커이다. 지난해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인터넷 상에서 그야말로 유명스타가 된 적이 있다. 인터넷에서 원정출산 문제로 자신을 비난하는 댓글을 단 누리꾼 3명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던 것이다. 당시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조현아 부사장은 악담과 성적 모욕이 담긴 인터넷 댓글로 여성으로서 참기 어려운 모욕감을 느꼈다며 자신을 비판한 누리꾼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참기 힘든 모욕감을 느꼈던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던 한 승무원은 다른 일등석 승객들에게 마카다미아넛(견과류의 일종) 서비스를 마친 후 조 부사장에게도 “드시겠느냐”고 물었다. 문제는 여기서 촉발됐다. 조 부사장에게 견과류 식품을 봉지째 건넨 것. 조 부사장은 결국 발끈했다. “왜 넛츠를 봉지째 주느냐. 규정이 뭐냐” “무슨 서비스를 이런 식으로 하느냐”고 반발하고 질책하며 갑자기 승무원에게 비행기에서 내릴 것으로 요구했다. 승무원이 “매뉴얼대로 했다”고 답했고, 승무원 사무장까지 나와 매뉴얼을 보여주기 위해 태블릿피시를 들고 왔다. 그러나 조 부사장의 위압감에 주눅이 들어서인지, 사무장이 태블릿피시의 암호를 재빨리 풀지 못하자 조 부사장은 승무원 대신 사무장에게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소리쳤다. 결국 항공기는 ‘램프리턴’을 하게 됐다. 상식 적인 우리 국민은 누가 참기 힘든 모욕감을 느꼈다고 생각할까.

경제민주화가 왜 필요한지 각계각층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현 정부도 그에 대해 귀를 철저히 막고 있다. 허나 다행스러운 건,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이후 곳곳에서 갑의 횡포를 고발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갑질’로 비판받던 대기업들은 그 몇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상생이라는 말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거짓이었다. 그들에게 ‘상생’은 보여주기식 쇼였을 뿐이다. 감시를 받는 눈이 큰 대기업들의 ‘갑질 횡포’가 언론에 드러나는 것은 사실상 ‘새발의 피’에 가깝다. 자신들의 부끄러운 치부는 언론사에게 주는 광고를 통해 보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업계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다. 이번 보도를 통해 대한항공이 피해를 겪게 될 수치적 측면의 접근법은 어쩌면 시간 낭비일지 모른다. 언제 그랬냐는 듯, 소리 소문 없이, 이번 사건은 수면 아래로 사라지게 된다. 그냥 오늘 하루만 죽도록 얻어 터지면 된다. 갑의 횡포가 현재진행형인 이유다.

그런 그들이다. 그들은 한달 월급이 200만원도 안되는 우리들을, 전셋값 1억이 없어서 월세에 사는 우리 국민을 ‘미개하게’ 바라보고 가끔씩 ‘계몽’하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7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 때처럼 그들에게 박수를 쳐주기도 하고, 그렇게 기업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를 갖기도 한다. 아직도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대한항공에 입사하기 위해 환장한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실체는 알고 접근하자.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과거 한 대기업 임원이 대한항공 승무원을 폭행한 ‘라면 사건’에 대해 “승무원 폭행사건 현장에 있었던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 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때는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를 했지만 조현아 부사장이 최근 보여준 행동에선 도대체 무슨 의미로 한 말일까 궁금하다. 본인이 직접 한 말이 맞을까 의혹이 들 정도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멘스인가? 다른 대기업 임원이 자사 승무원을 질타하면 범죄가 되고, 본인이 하면 국민은 당신을 이해하고 위로해줘야 하나. 이게 경제민주화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딴 거 다 필요없다. 오버하지 말고 그냥 자신이 맡은 바 역할과 의무에 최선을 다하면 그게 경제 발전이다. 쓸데없는 창조경제 같으니라고. 외신들이 이걸 또 어떻게 보도할지 생각만 해도 구역질 난다.

최봉석 대표기자 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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