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첫 인선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지난 24일 박 당선인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을 통해 수석대변인으로 윤창중(칼럼세상 대표)씨를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국민의 절반을 부인하는 극우 논객, 극악한 ‘막말’과 ‘망언’의 폴리널리스트를 자신의 입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히는 최악의 인선을 첫 작품으로 내놓음으로써, 모든 국민을 얼싸안겠다는 ‘대통합’의 약속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윤창중씨는 어떤 인물인가. 그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한 윤여준·김덕룡·김현철 씨 등을 “정치적 창녀”에 비유하고, 안철수 후보에게는 “더러운 안철수”, “젖 냄새가 풀풀난다”, “아마추어의 밑바닥”이라는 등 막말을 쏟아냈다. 최소한의 언어적 품격과 상식도 갖추지 못한 막말이다.

또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종북시대의 거대한 서막을 알리며, 종북세력의 창궐시대 도래”라는 막말도 내뱉었다. 대선 직후에는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지켜내려는 ‘대한민국 세력’과 이를 깨부수려는 ‘반대한민국 세력’의 일대 회전에서 승리했다”고 말해 대한민국을 어처구니없는 이분법으로 반토막내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 외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망언을 시도 때도 없이 해대, 그의 망언을 그대로 내보낸 한 종편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인 ‘주의’ 결정을 받았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도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그는 눈 앞의 승리를 위해 사실무근하고 극악한 독설을 거침없이 내뿜어 우리 선거판을 저주의 굿판으로 오염시켰다. 사실과 객관성을 추구해야 하는 저널리즘을 상대하는 수석 대변인에 이러한 막말과 망언의 당사자를 임명하는 것은 박 당선인이 스스로 천명한 ‘대통합 약속’을 깨는 일이며, 나아가 그 공약 여부를 떠나 기본적인 정치윤리상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윤창중씨가 수석대변인으로 부적격인 이유는 또 있다. 그는 1992년 세계일보 정치부 기자시절 청와대 정무 비서실로 자리를 옮겼다가 정권이 끝나자마자 세계일보로 복귀했다. 이어 1997년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의 언론담당으로 들어갔다가 대선 패배 후 게이오대학 방문연구원으로 잠깐 나갔다가 문화일보에 입사, 정치담당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윤창중의 칼럼세상’이란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극우논객으로 활동하다가 또 다시 박근혜 당선자 언론대응을 총괄하는 수석대변인 자리를 꿰찬 것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수차례에 걸쳐 언론계와 정치권을 오고간 폴리널리스트의 전형인 셈이다. 이쯤 되면 윤씨의 언론계 경력은 정치권으로 가기 위한 ‘스펙’ 쌓기에 불과했다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윤씨는 ‘언론인 30년’ 경력을 내세워 ‘전문성’을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윤씨는 논란과 우려가 확산되자 25일 선임 인사말에서 “제가 쓴 글과 방송에 의해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많은 분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면서도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글을 쓰지 않았”고 “나름대로의 판단에서 비판적인 글을 써왔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강변했다. 근본적으로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는 뻔뻔한 항변에, 그가 무엇을 송구스러워 하는지 알 수  없는 빈말을 사탕발림처럼 얹어놓은 것이다.
 
윤창중씨가 이런 이력과 논란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당선인은 25일 “전문성이 중요하고 그 외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인선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 발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당선자의 독단적이고 비밀스런 인사 방식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 나라를 책임지고 국정운영을 해야 하는 지금은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당선인의 비서실장과 세 명의 대변인을 발표한 이정현 의원은 물론, 새누리당 측근 중진들도 이날 인사가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었고, 인사의 기준이나 근거도 사전에 제시되거나 논의된 적이 없었다. 논란이 벌어진 다음에 나온 “전문성이 중요하고 그 외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인선을 했다”는 박 당선자의 모호한 변명 한 마디뿐이다.
 
국민의 절반을 부인하는 극우 논객, 극악한 ‘막말’과 ‘망언’의 폴리널리스트를 수석대변인에 임명한 것은 박근혜 당선인이 그동안 약속하고 강조한 ‘대통합’과 ‘화해’를 스스로 부정하는 잘못된 인사이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원회 인선을 비롯해 많은 중요한 인선들을 앞두고 있다. 이번 파행을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에는 충분한 검증과 여론수렴 과정을 거친 신뢰할 만한 인사를 해줄 것을 당부한다. 물론 윤창중씨는 더 이상 박근혜 당선자에게 누를 끼치지 말고 스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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