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14년 이후 4년제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절반 이상 변경

▲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트루스토리] 김수정 기자 = 대학입시의 공정성과 수험생과 학부모의 입시준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법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입시사전 공시제도가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학들이 2014년 5월에 발표한 2016년 대학입시의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이 올해에만 1449건이 변경 승인되었기 때문이다. 변경 사유 대부분이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에 따른 변경이었다.

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으로부터 2011년부터 2015년 8월말까지의 대학입학전형위원회 및 실무위원회 회의결과 자료등을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대학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의 심의건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은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각 대학들이 수립 발표하는 것으로, 대학별로 모집단위 전형방법과 모집인원이 나와있는 입시전형 세부계획이다.

‘고등교육법’은 대학입시의 공정성과 수험생 및 학부모의 입시준비를 위해 각 대학협의체(4년제-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전문대-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매 입학년도 2년 6개월 전에 우선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을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 기본사항은 해당 입학년도의 입시의 큰틀의 방향을 설정한다.

이 ‘기본사항’을 근거로 대학들은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수립해 입학년도 1년 10개월 전에 발표한다. 이에 올해 5월 대학들은 2017학년도 입시의 ‘시행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해당 ‘기본사항’과 ‘시행계획’은 대입의 공정성과 수험생의 사전준비를 위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고등교육법’은 기본적으로는 두 개획의 변경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각 대학협의체의 승인을 받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4년제 대학들의 협의체인 대교협은 대학입학전형위원회와 대학입학전형 실무위원회를 통해 각 대학의 ‘시행계획’ 변경요청을 심의해 승인해주고 있다.

‘시행계획’을 원칙적으로 변경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의 혼란을 최소하하기 위해서는 ‘시행계획’ 변경을 최소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2014년과 2015년 ‘시행계획’ 변경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1년 대교협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 심의를 위한 회의는 모두 9차례 열렸다. 여기서 심의한 건수는 371개교, 622건에 불과했다. 2012년에는 11차례 회의에 1170건으로 늘었다. 2013년에는 다시 9차례 회의결과 981건에 그쳤다.

그러나 2014년에는 8차례회의에 2,045건을 심의했다. 2013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심의건수가 증가한 것이다. 올해의 경우도 8월까지 6차례 회의에 그쳤지만 심의건수는 벌써 1,977건에 달한다. 작년에 심의건수에 육박하는 수치다. 4년제 대학의 입학전형이 매해 3000여개가 조금 넘는 다는 점을 고려하면 2014년 이후 이미 발표된 전형의 절반 이상이 변경된 것이다.

대학들의 변경요구도 대부분 승인됐다. 2011년의 경우 신청건의 22.3%가 불가판정을 받았지만, 2012년에는 19.5%, 2013년에는 15.2%, 2014년에는 5.2%로 낮아졌다. 2015년의 경우 불가판정 비율은 10.1%로 2014년에 비해 조금 올랐지만, 15.9%에 달하는 315건이 조정요구를 받았다는 점에서 변경 승인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2014년 이후 ‘시행계획’의 변경 신청 및 승인이 증가한 이유는 상당수가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에 따른 학과별 정원조정과 모집단위 변경이 때문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5년 4월 16일에 개최된 대교협 대학입학전형 실무위원회 2차 심의결과에 의하면 당일 심의한 2016학년도 시행계획 변경심의 569건중, 434건이 모집단위의 입학정원 감소 또는 변경등의 사유였다. 이는 2015년 5월 19일에 열린 3차 회의에서 다룬 703건의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정부는 대학들이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한 이후에도 대교협등 대학협의체를 심의를 통해 이를 변경하는 사례가 많다는 이유로, 2014년 4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관련 법령의 개정 또는 학과통폐합등 구조개혁등 사유가 있을 때에만 ‘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잦은 ‘시행계획’ 변경으로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계속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정부가 대학특성화 사업(CK 사업)과 대학구조개혁평가등을 통해 대학의 정원감축과 학과구조조정을 압박하면서 대학들이 사전에 공표된 ‘시행계획’을 무더기로 변경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2017년까지 1단계 4만명 감축을 공언한 이후 대학들에게 2017년까지 정원을 줄이도록 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순수 기초학문 학과의 감소가 더욱 많았다는 것이다. 정진후 의원이 2014년 대비 2015년 중계열 모집단위의 증감현황을 분석한 결과 언어문학계열 모집단위는 2014년에 비해 2015년에 48개가 줄었다. 생물화학환경계열도 38개 줄었다. 이에 반해 의료계열은 8개, 중등교육계열은 7개가 늘었다.

이와 관련해서 정진후 의원은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사전에 발표하도록 한 것은 대학입시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수험생들의 준비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라면서, “대학구조조정 정책으로 학과별 정원변경과 모집단위등 이미 확정된 시행계획이 계속 변경되는 것은 대학입시체계가 흔들리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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