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 피해, 흔들리고 떨어지고…2016년 대한민국 시민들 “세상 무너지는 줄 알았다”

 

[트루스토리] 김수정 이승진 천호영 기자 = 경주 지진 피해는 악몽 그 자체였다.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은 전국을 뒤흔들었다. 경주 지진 피해는 상상 이상이었다.

한번의 가벼운 흔들림으로 끝날 줄 알았던 지진이 약 40여분 뒤 ‘강력한 지진’으로 다가오자, 국민은 “우리도 일본처럼 무너질 수 있다”며 가슴이 덜컥했다. 일부 시민이 느낀 공포가 아니라 온 국민이 느낀 공포였다. 피해는 속출했다.

전날 오후 7시 44분 32초 경북 경주시 남서쪽 9㎞ 지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8시 32분 54초에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규모 5.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5.8은 관측 이래 최대라고 언론들은 일제히 보도했다.

“진원이 깊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는 전문가들의 말이 나왔지만, 현실은 달랐다. 수도권을 포함한 남한 전 지역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느낄 정도의 ‘강진’이었던 까닭에 시민들은 불안감에 잠을 설쳐야 했다. 특히나 두 번째 지진은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던 까닭에 혼비백산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를 알려줘야 할 방송은 입을 다물었다. 공중파는 지진이 발생한 직후, 예능과 드라마를 그대로 내보냈다. JTBC만 언론의 제 기능을 발휘했다.

결국 불안감을 호소했던 시민들은 119를 찾았고, 일부 시민들은 생존을 위해 알아서 대피했다. 국가는 “대피하라”고 하지 않았다. 재난문자도 없었다. 사실 국가도 몰랐다. 상황이 심각해지다보니 “지진 전문가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컨트롤타워도 실종된 분위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더 이상의 큰 지진이 있다”와 “더 이상의 큰 지진이 없다”가 엇갈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들도 지각판 한 가운데 위치한 한반도가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지진 안전지대는 더 이상 아니”라고 입을 모으는 정도. 그러고 있을 때 시민들은 대피했다. 뛰쳐 나왔다. 속옷 차림으로 건물 밖으로 달려 나온 이들도 있었다. 지진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세월호 때처럼, 힘없는 시민들만 겪는 괴로움이다.

공포는 또 다른 공포를 유발했다. 본진 이후 여진은 무려 179회 일어났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진이 수일 또는 수십일 지속할 수 있고, 언제 끝날지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지진은 북한의 5차 핵실험 강도보다 50배 강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보도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울에서도 진도 2 크기 지진이 느껴졌다. 절대 안멈추던 월성원전 1∼4호기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땅에 응력이라는 큰 힘이 축적됐다가 팽창하면서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피해 사례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정확한 피해규모는 13일 낮이 돼야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불안 해소 등 지진피해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또다시 이번 지진이 북한 5차 핵실험 영향이 아니냐는 황당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 = 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해 인근 지역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규모 5.8의 지진은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최고다. 사진은 각 피해 지역에서 시민들이 SNS를 통해 올린 사진. <사진제공=SNS 캡처> / 포커스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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