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박근혜와 이재용 웃게 한 조의연 판사, 표정 관리 안되는 ‘권력들’

 

[트루스토리] 조의연 판사는 당초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대상황과 역사적 상황을 읽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은 재계와 수구보수진영의 바람대로 기각됐다. 국정농단의 주체적 인물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과거 회귀적 판단을 내렸다.

조의연 판사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은 크게 웃게 됐다. 대가관계도 인정하지 않았고 부정한 청탁도 인정하지 않았다. ‘비리의 주범’인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또한 ‘문제가 있다’는 논리로 접근할 수 있다.

당연히 대통령 뇌물 수사에 대한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검의 모양새 또한 이상하게 됐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수사의 최전선에 나가 있었다. 하지만 조의연 판사의 구속 영장 기각으로 인해 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조의연 판사는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을 비춰 볼 때 구속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검팀이 헛발질 했다는 이야기다. 삼성이 ‘자본력’을 동원해 구축한 ‘피해자 프레임’에 조의연 판사가 당한 셈이다. 당연히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하려 했던 특검팀의 입장만 난처하게 됐다.

수구보수진영의 총공세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사법부가 아니라 死법부라는 비아냥과 조롱이 나온다. 돈 앞에 법은 결코 없었다. 오염된 사회가 또다시 묘사됐다. 늘 그렇듯 촛불 정국에도 불구하고 재벌에 관대한 모습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삼성공화국이라는 현실이 맞아 떨어지고, 국민 스스로가 이러한 추악한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질문에 봉착하게 됐다.

보편적인 유형을 가늠하기는 어려우나, 조의연 판사가 보여준 ‘다소 특별한’ ‘다소 기괴한’ ‘다소 비주체적’ 그리고 ‘비적극적’인 대응법은 한국 법조계가 여전히 역사 자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극단적 태도로 바라보고 있음을 증명했다.

힘없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에게는 비아냥과 조롱을 보이며 끝없이 탄압하지만 상위 1%의 재벌들에게는 엄격한 태도를 유보하고 온건한 자세를 취하면서 그들이 실질적으로 ‘법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법리와 상반된 ‘모순된’ 삶을 살고 있음을 이번에도 또다시 보여줬다.

조의연 판사는 18시간 장고 끝에 이재용과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철저한 원칙론자도 자본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조의연 판사가 이 같은 판결을 내리면서 지금까지 보여준 모든 행보들이 사실상 ‘쇼’라는 비판이 나오게 됐다.

국정 감사에서 ‘거짓 진술’을 한 권력자의 영장이 기각됐다. 더 ‘말을 맞추고’ 오라는 지시인 셈이다. 민주화가 후퇴됐다. 지적 장애 수준의 판결이라는 질타과 비아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물론 조의연 판사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무죄’라고 말한 것은 결코 아니다. 불구속상태에서 계속 수사를 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간 한국 법조계가 보여준 현실을 접목시키면 사실상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사법부 현실의 민낯이기도 하다. 돈 앞에서 판사들이 얼마나 무기력한 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꼴이다. 답은 정해놓고 시간끌기를 했다는 질문이 쏟아지는 이유다. 거리의 촛불은 그들에겐 그저 싸구려 촛불일 뿐이었다.

당장 김기춘 전 비시실장과 조윤선 장관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도 기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질은 다르지만, 권력 앞에서 사법부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은 지난 18일 두 사람에 대해 국회 위증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국회에서 위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풀려났다.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이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벌그룹들의 광고를 받는 보수언론들도 그야말로 신이 났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SK, 롯데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는 특검팀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반기고 있다. 조의연 판사의 결정은 향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은밀한 만남과 거래는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됐다. 인체의 단순한 청각기관만 소유해도 ‘실체’가 보이는 이 파렴치한 국정농단을 조의연 판사는 꽤나 다르게 해석했다. 국가를 황폐화시킨 권력집단에 대한 분노는 다시금 들끓고 있다.

최봉석 대표기자 겸 발행인

조의연 판사 사진 = 트루스토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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