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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태문의 Hello! 베트남③] 오토바이 문화코드, 진화가 필요하다
[석태문의 Hello! 베트남③] 오토바이 문화코드, 진화가 필요하다
  • 석태문(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업경제학박사)
  • 승인 2019.04.25 06: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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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진=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원]

[뉴스퀘스트=석태문(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업경제학박사)] 베트남을 비롯하여 동남아를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오토바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은 오토바이를 베트남의 문화코드로, 어떤 이는 돈 안들인 관광 상품으로 표현한다. 출․퇴근 혼잡한 길, 장관의 오토바이 행렬을 생각하면 무시할 수 없는 산업영역이다. 필자가 베트남에서 생활해보니 오토바이는 외국인에겐 이색 볼거리에 불과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에게 필수 교통수단이며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오늘은 베트남을 이해하는 한 수단으로 오토바이에 대해 일곱 가지 문화코드를 풀어보았다. 다만, 성급한 이방인의 시각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당부 드린다.

코드1: 절대로 눈 마주치지 마라. 오토바이 무리가 떼 지어 몰려올 때면 외국인은 신호등이 있는 짧은 도로도 건너기 쉽지 않다. 하지만 베트남 친구가 준 짧은 팁, "운전자 눈 보지 말고 그냥 천천히 가세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보면서 가도 위험한데 보지도 않고 가라니." 처음엔 당연히 불신. 살면서 조금씩 써먹어 보았다. 도로를 건널 때 안보는 체하며 내 길을 갔다. 오토바이가 속도를 줄이고, 나를 피해서 간다. 성공이닷! 100% 보장은 못하지만 베트남에서 복잡한 도로를 건널 땐 코드1 전략을 한번 활용해 보시길.

코드2: 중무장한 병정 같다. 오토바이 사고가 많아지면서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덕분에 헬멧은 기본이다. 얼굴을 다 가리는 길고 넓은 마스크는 매연 방지와 햇빛 차단제로 제격이다. 남성은 모자 달린 긴 잠바, 여성은 별도의 상의에 허리를 감싸는 긴치마나 전신을 덮을 수 있는 전용 옷을 입는다. 여기에 선글라스와 장갑까지 착용하면 아무리 몸매가 왜소한 사람이라도 한 덩치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오후에 자주 내리는 스콜성 소나기에 대처하여 의자 밑 장비상자에 비옷도 넣어 두었으니 전천후 운행에도 지장이 없다.  

[사진=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진=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원]

코드3: 온 가족 교통수단이다. 우리는 자동차가 가족 이동 수단이지만 베트남은 오토바이가 그 역할을 한다. 한두 명이 타는 오토바이가 대세이지만 3명은 물론이고, 운전하는 아빠 앞에 큰 아이, 엄마는 막내를 앉고 타는 4인승도 심심찮게 본다. 여기에 아빠 발 아래에 강아지까지 탑승하면 자연스럽게 5인승(?)이 된다. 이방인의 눈엔 가족 소풍 나들이로 부족함이 없다. 베트남의 현 경제수준에서 오토바이보다 더 편하고 빠르며 가족 친화적 교통수단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코드4: 의외로 안전하다. 아내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대학교의 현지 여선생님이 퇴근길에 오토바이로 집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아내는 위험할 것 같은데다 겁이 나기도 해서 한사코 거절을 했단다. 그러자 다른 선생님들도 그 선생님의 운전 실력은 학교에서 최고라고 치켜세우고 그 선생님은 10년 무사고를 주장하며 함께 갈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오토바이를 탈 때는 왼쪽에서 올라타야 한다는 주의 사항을 듣고 마지못해 뒷좌석에 앉았다. 시내를 관통하는데 의외로 저속이다. 밤길이라 덥지 않은데다 바람을 맞으며 달리니 시원하여 타기 전의 불안감은 까맣게 잊고 말았단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에 서열을 매긴다면 오토바이가 일진, 자동차는 이진이다. 자동차는 오토바이 눈치 보며 운행하지만, 오토바이는 그냥 자기 속도로 진행한다. 특별히 큰 사고가 많지 않은 이유이다. 

코드5: 걷는 것은 싫다. 베트남 사람들은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오토바이를 탄다. 어디를 가든, 어느 때 가든, 못 갈 곳이 없는 것이 오토바이의 매력이다. 이들은 200m 넘는 거리를 걷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땀 흘리며 도로와 인도를 걷는 사람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1km가 조금 더 넘는 거리를 그랩(grab; 베트남의 우버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 다닌다고 하면 생고생 한다는 듯 안타까워한다. 우리에겐 당연한 건강관리인데 말이다. 아내가 좀 먼 시장을 걸어갈 때면 그랩 오토바이들이 자기 오토바이에 동승할 것을 권유하느라 수시로 불러 세운다. 걷는 문화가 사라진 베트남에서 걸어 다니는 외국인은 자기와는 다른 문화코드를 가졌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코드6: 외국인도 오토바이를 탄다. 서양에서 오토바이는 이동수단이 아니다. 휴식과 낭만의 코드가 장착된 지 오래되었다. 배기통 굉음이 매력인 할리 데이비슨은 미국에서 오토바이를 이동수단에서 자유와 젊음, 열정의 상징체로 바꿔놓았다. 베트남 경제가 발전하면서 거주외국인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오토바이를 탄 외국인에겐 삶의 모습이 아니라 신나고 즐거운 표정이 보인다. 더 많은 외국인이 오토바이를 타게 되면 베트남 사람들의 오토바이 타는 모습도 바뀔 것인가. 사실 이 점은 베트남 오토바이의 미래와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가 이동수단에서 벗어난다면 대체교통은 무엇이 될 것인가?

[사진=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진=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원]

코드7: 가벼운 접촉사고에 관대하다. 2017년 다낭시의 전체 교통사고는 107건에 불과하였다. 백만이 넘는 대도시에서 이 정도 사고 수치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망자 65명, 부상자 수 74명을 보니 큰 사고만 통계수치로 잡힌 것 같다. 베트남 친구와 교민들의 말을 들으니 이해가 되었다. 교통사고 건수는 훨씬 많은데 사고 접수를 하게 되면 경찰을 불러야 하고, 일이 커진다는 것이다. 심각한 수준이 아니면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그냥 툭툭 털고 헤어진다고 한다. 사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보험이 일상이 되지 않았던 우리도 과거에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오토바이 문화가 한국에선 치명적이다. 한국의 대학에서 공부하던 베트남 학생이 오토바이 사고를 낸 적이 있다. 피해 학생이 아프지 않다고 괜찮다고 하니 베트남 학생은 별 생각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뺑소니 사건이 되어 베트남 학생은 여러 번의 재판을 받았다. 유학을 이어가고자 애썼지만 결국 비자연장이 거부되어 귀국해야 했다. 접촉사고의 관대함이 지난 양면인 것이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문화이면서 동시에 산업이다. 2018년 통계를 보면 등록 오토바이 수는 4천5백만 대이다. 등록률이 약 95%라고 하니 실제 오토바이 수는 4천8백 만 대에 달한다. 총인구가 9천7백만이므로 성인은 모두 자기 오토바이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여 년간 오토바이 수는 13배가 급증하였다. 인구 1천 명당 오토바이 수가 565대나 되니 베트남 사람들에게 오토바이는 거대한 자산이 분명하다.

오토바이 산업은 세계 최초의 세차 비즈니스도 낳았다.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 세차가 자동차 세차보다 훨씬 윗길이다. 오토바이를 세차대에 올리면 세차가 쉽도록 피스톤이 자동으로 오토바이를 들어주는 첨단(?)장치도 있다. 오토바이 세차는 차량 대수가 많은 것이 첫 번째 이유이나, 개인주택이 적고 임대주택이 많아서 자가 세차 여건이 부족한 사정도 있다. 덧붙인다면 베트남 사람에게 오토바이는 귀중한 소장품이란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손 세차가 기본이라 오토바이용 자동세차기를 특허기술로 개발하면 오토바이 세차 시장을 석권할 신 사업 아이템이 될지도 모른다. 

베트남의 소득과 비교하면 오토바이 가격은 매우 비싸다. 중간 정도 성능의 신상 오토바이가 250만 원이다. 대졸 초임이 30만원, 다낭 시민의 2017년도 1인당 GDP가 130만원임을 감안하면 오토바이는 쉽게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왜, 그토록 비싼 오토바이 사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정부가 선제 투자해서 갖추어야 할 대중교통 인프라를 개인이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것이 오토바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토바이는 거대한 물량의 짐을 싣고 나르는 화물 차량이자, 복잡한 도로를 묘기하듯 운행하며 물품을 배달하는 택배 차량이다. 오토바이가 올라가기 쉽도록 인도를 경사지게 만들고, 가게와 연결된 인도에는 오토바이 주차가 관행이 되었다. 걷기가 생활이 된 이방인이 베트남의 도시에서 걸으려면 점유된 인도를 피해 도로와 인도를 번갈아 다녀야 한다. 오토바이 문화 개선 운동이 시작되면 오토바이의 인도 점유 관행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다. 

나의 관찰에서 벗어나 현지인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사무실 동료 10명에게 부탁해 간이 설문조사를 했다. 짧은 설문에 오픈 테스트로 했는데 결과는 의외로 신선하다. 설문풀이라 조금 지루하겠지만, 관심 있을 만한 내용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사진=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진=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원]

오토바이를 처음 운행한 나이는 17.2세, 자기 오토바이를 첫 구입한 나이는 22.6세였다. 고등학교 저학년이 되면 다들 오토바이를 운행한다. 첫 운행, 첫 구입한 나이가 5.4세나 차이 나는 것은 취직 후 돈을 벌어야 오토바이를 살 수 있는 고가품임을 의미한다. 가구당 오토바이 수는 2.6대이다. 직장생활 하는 부부는 1대씩 필수이고, 함께 사는 성인 수만큼 대수가 늘어났다. 오토바이를 타는 이유는 편리하고, 빠르고, 싼 가격 때문이었다. 오토바이가 가진 문제로 안전에 취약하고, 매연과 교통체증이 심한 점을 들었다. 이구동성으로 대중교통이 개선되면 오토바이를 타지 않겠다고 했다. 오토바이 대체 수단으로 버스를 들었다. 하지만 오토바이 보다 3~4배나 시간이 더 걸려 짧은 기간 내에 대체될 것 같진 않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자동차를 사겠단다, 소득 증가로 오토바이가 자동차로 대체되면 베트남의 교통문화, 교통정책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18년 세계 주요도시 공기오염 상황보고서에서 하노이를 동남아에서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 이어 두 번째로 공기 질이 좋지 않은 도시라고 발표했다. 베트남 정부는 오명을 벗기라도 하려는 듯 2020년을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수가 정점에 달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금년 4월에 수도 하노이에 지상철(경전철)이 개통되고, 내년에는 호치민에 지하철이 들어설 계획이다. 하노이 시는 내년부터 오토바이 신규 등록을 제한할 계획이다. 호치민 시는 오토바이를 포함한 개인 교통수단 사용을 통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혼잡지역은 2030년까지 오토바이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정부의 개인교통 통제 정책에 국민의 63%가 찬성한다. 문제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데 주요 도시의 지상철과 지하철 몇 개 노선으로 수십 년을 지속해온 오토바이 주도 개인교통을 효과적으로 대체 가능할까 하는 점이다. 오토바이 잡으려다 자동차가 출몰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천문학적 재원이 드는 대중교통 인프라를 개선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신흥국 베트남 경제는 지속 가능한 발전과 경쟁력 제고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러자면 오토바이 문화코드의 진화가 필요하다. 도시환경과 공존하면서 교통문제도 해결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은 짧은 거리는 걸어 다니는 걷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1km 걷기가 힘들면 500m 정도라도 걸어 다니도록 인도 위에 걷는 환경을 만들자. 인도를 점유한 오토바이, 가게의 탁자와 의자를 들어내는 것이 포인터일 것이다. 

공유차량 그랩 오토바이의 안전성을 강화시키면 어떨까? 자격요건을 조금만 까다롭게 해서 안전성을 증진시키면 더 많은 이용자가 타는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 

소득이 늘어나도 자동차에 밀려나지 않도록 오토바이에 친환경 코드를 입혀 보자. 전기오토바이가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산업과 환경을 동시에 살리는 방안이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길게 멀리 보고 백년대계, 친환경 교육을 시작하자.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친환경 오토바이 문화코드를 학습시키자. 친환경 코드를 입은 베트남의 오토바이 문화가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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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2019-05-02 01:05:40
글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베트남 거리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글이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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