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나눔과꿈' 지원사업에 선정...도움받던 아이들이 도움주는 연주자로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이 연주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뉴스룸]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이 연주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뉴스룸]

[뉴스퀘스트=최인호 기자] “우리(발달장애인) 만의 장점이 담긴 음반을 통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드림위드앙상블 윤동혁 공연팀장)

삼성전자가 매년 100억원을 지원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올해로 4번째로 진행하고 있는 사회복지 공모사업 ‘나눔과꿈’이 있다. 지난 3회까지 총 167개 비영리단체가 선정됐고, 총 300억원이 이들에게 지원돼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 해결에 쓰였다. 지난해 이 사업에 뽑혀 지원을 받은 ‘드림위드앙상블’의 뭉클하고도 희망이 담긴 스토리를 삼성전자 뉴스룸이 10일 전했다.

◇ 발달장애 자녀 둔 이옥주씨가 사회적협동조합 만들며 시작

드림위드앙상블은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클라리넷 앙상블로, 발달장애인들이 전문 연주자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일터'를 제공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자립하기 어려워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발달장애인들에게 양질의 음악교육과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 재능기부를 통해 취약계층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공연활동과 교육사업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드림위드앙상블의 시작은 미미했다. 지난 2015년 발달장애 자녀를 둔 이옥주(드림위드앙상블 이사장) 씨는 장애를 극복하고 음악대학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한 아들 김우진 씨를 보면서 “비록 소통이 어려운 장애를 갖고 있지만 누구보다 악기와 연주를 사랑하는 아이들이 아닌가. 이들이 직업 연주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라는 고민 끝에 함께 클라리넷을 연주하던 발달장애 학생 9명을 모아 작은 연주단체를 구성한 것이다.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위드앙상블이 첫 걸음을 뗀 순간이었다.

드림위드앙상블에 소속된 단원은 모두 13명. 고등학생부터 음악대학을 졸업한 청년까지 연령과 이력도 다채롭다. 대부분 어려서 정서 치료의 일환으로 음악을 접했다가 드림위드앙상블을 만나 전문연주자로 성장 중이란다. 드림위드앙상블에서 공연 팀장을 맡고 있는 윤동혁 씨는 “발달장애인들이 비장애 전문연주자만큼 연주를 해 내려면 수 배의 노력이 필요한데, 이들은 그걸 다 해내고 있다”며 “항상 주변의 시선과 싸우다가 이곳에 와선 그런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며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드리위드 앙상블 이옥주(왼쪽부터) 이사장, 강원희 기획팀장, 윤동혁 공연팀장.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드리위드 앙상블의 이옥주(왼쪽부터) 이사장, 강원희 기획팀장, 윤동혁 공연팀장. [사진=삼성전자뉴스룸]

◇ 편견 때문에 연주 실력이 폄하되는 게 안타까워

드림위드앙상블의 설립 취지는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들을 전문연주자로 자립할 수 있게 돕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행복한 공동체를 꾸리는데 있다. 아울러 교육을 통해 발달장애 연주자를 지속 배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발달장애 연주팀의 공연을 보겠단 연락이 좀처럼 오지 않았다. 사회봉사 형식의 무료 공연을 해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만 간혹 들어왔을 뿐이란다. 윤동혁 씨는 “발달장애란 편견 때문에 드림위드앙상블의 연주 실력이 폄하되는 게 안타까웠다”며 “단원 대부분 악기와 음악 연주에 특화된 재능이 있다. 이들의 연주엔 화음 그 이상의 뭉클한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드림위드앙상블이 한 곡을 위해 연습에 쏟아붓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먼저 단원들은 개개인인 발달 상태에 맞춘 개별 악보를 보고 악기 연습을 한다. 단원마다 곡을 익히는 속도가 다르고 실력도 천차만별이라 일정 수준까진 개인 연습에 매진한다.

연습량이 어느 정도 쌓이면 모든 단원이 모여 함께 연주한다. 각각의 연주 파트가 모여 합주 화음이 완성되는 셈이다. 이런 연습 방식이 가능했던 데는 지도교사 힘이 컸다.

드림위드앙상블에서 연주곡 편곡을 맡고 있는 강원희 기획팀장은 단원들의 성향을 속속들이 꿰고 각자에게 맞는 악보를 개별 제작해 준다. 그는 “발달장애인들은 새로운 걸 익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음감이 매우 정확해 같이 호흡을 맞추다 보면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고 말했다.

드림위드앙상블 정기공연 모습. [사진=삼성전자뉴스룸]
드림위드앙상블 정기공연 모습. [사진=삼성전자뉴스룸]

◇ 기적처럼 찾아온 나눔과꿈...음악교육으로 발달장애인 자립 꿈 실현

드디어 기회가 왔다. 병원, 지역사회에서 진행한 무료 공연과 기업 등 단체 초청으로 진행된 연주회에서 드림위드앙상블의 공연을 본 이들이 조용히 입소문을 냈던 것. 특히 드림위드앙상블의 스토리가 더해져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연주팀으로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특히 드림위드앙상블이 꿈꾸던 음악 교육에 대한 비전도 삼성전자의 ‘나눔과꿈’을 만나며 구체화됐다.

지난해 나눔과꿈 지원기관에 선정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게 교육생 선발이었다. 음악 교육을 통해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들이 전문 연주 실력을 갖추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끔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 이사장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삶은 쉽지 않다.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돼 혼자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조금씩 희생해야 되기 때문”이라며 “발달장애인이 이곳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직업인으로 역할을 해낸다는 건 그 개인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에게까지 엄청난 긍정적 영향을 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뿐 아니다. 다양한 특성의 연주자를 육성하기 위해 악기도 기타, 드럼 등으로 확대했다. 발달장애인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끌어 줄 지도교사도 새롭게 초청했다. 예산이 부족해 구상 단계에만 머물렀던 드림위드앙상블의 꿈이 한층 앞당겨진 것이다.

윤 공연팀장은 “단원들과 꾸준히 공연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배 양성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눔과꿈 지원기관으로 선정되면서 하나씩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앙상블 규모가 더 커져 더 많은 발달장애인이 이곳에서 음악 교육을 받고 새로운 꿈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드림위드앙상블 오희망 단원. [사진=삼성전자뉴스룸]
드림위드앙상블 오희망 단원. [사진=삼성전자뉴스룸]

◇ 지난해 85회 공연...“멋진 연주자 되고 싶어요”

드림위드앙상블은 지난해 85회의 공연을 진행해 총 2만5000여명의 관객과 만났다. 이 가운데 15회는 문화소외지역이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재능기부 공연이었다. 공연이 거듭될수록 단원들은 내가 가진 걸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삶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공연을 본 한 관객은 “발달장애인들의 BTS”란 별칭으로 이들을 부른단다. 그만큼 드림위드앙상블이 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고 ‘희망’도 선사한다는 의미다.

드림위드앙상블과 함께 하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통해 단원들도 매일 성장하고 있다. 연습을 통해 하루하루 늘어나는 연주 실력과 함께 매 공연마다 무대 위에서 받은 뜨거운 박수갈채 덕분이다. 단원 오희망 씨는 “적극적으로, 예술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더 멋진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라는 희망을 전했다.

드림위드앙상블은 공연 활동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앞으로는 수도권 위주에서 지방으로도 활동 반경을 넓힐 예정이다.

윤 공연팀장은 “실력을 쌓아 발달장애나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으로 인해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특화된 음반도 만들고 싶다”며 “우리만의 장점이 담긴 음반을 통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청와대 초청행사에서 공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의 모습. [사진=삼성전자뉴스룸]
지난해 9월 청와대 초청행사에서 공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의 모습. [사진=삼성전자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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