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조2000억원 시중유통 전체은행권 84% 차지...일상소비·경조사비로 가장 많이 사용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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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박민석 기자] 5만원권이 세상에 나온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오는 6월 23일이 5만원권의 10번째 생일이다.

그동안 5만원권은 금액은 물론 장수 기준으로 다른 권종을 누르고 가장 많은 발행량을 차지하면서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지폐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5만원권은 상대적으로 낮은 환수율로 지하경제 유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해소하지 못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5만원권은 98조2000억원으로 금액 기준으로 전체 은행권(지폐)의 84.6%를 차지하고 있다.

장수 기준으로도 2017년부터 다른 지폐들을 제치고, 지난달 말 현재 19억6000만장(36.9%)이 유통되고 있다. 1000원권은 16억장, 1만원권은 14억8000만장이 유통 중이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지난해 경제 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 국민들은 거래용 현금의 43.5%, 예비용 현금의 79.4%를 5만원권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용도별로는 일상적인 소비지출(43.9%)과 경조금(24.6%), 사적 이전(18.7%), 종교·친목(7.5%) 순으로 사용 중이다.

5만원 지폐 사용에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10만원 자기앞수표 교환 장수는 2008년 9억3000만장에서 지난해 8000만장으로 대폭 줄었다.

다만 5만원권이 범죄수단에 악용되거나 비자금 조성 등 지하경제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한 해 동안 5만원권 발행액 대비 환수액을 나타내는 환수율은 67%로, 1만원권(107%), 5000원권(97%), 1000원권(95%) 대비 크게 낮았다.

이는 경제규모가 계속 커지고 경제생활에서 5만원권의 사용이 늘면서 환수액이 발행액에 미치지 못한 때문일 수도 있지만 지하경제로 흘러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각종 뇌물수수나 비자금 조성 등 부정부패 사건이 드러날 때 5만원권을 가방이나 쇼핑백 등에 담아 전달했다는 수사결과가 빈번히 나오기도 했다.

한은은 주요국 통화와 비교할 때 5만원권의 액면 가치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강조한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한은 관계자는 "테러 및 범죄은닉 자금 등으로 빈번히 사용된 500유로권(약 66만원) 등 해외 고액권과 비교하면 5만원권은 액면가치가 매우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하경제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3.1%에서 2015년 19.8%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 5만원권 사용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최근에는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와 현금 없는 매장 등이 나오면서 사용량 증가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화폐 발행 추이를 보면 5만원권 발행액은 전년보다 2.2%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5만원권 발행과 관련해 최근 세계적인 고액권 폐지 움직임이나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행과 상충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적절하지 않다"며 "사회적 약자의 지급수단 확보 및 재난 대비 등의 차원에서 현금의 유용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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