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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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이규창 경제에디터】 사람들은 대체로 객관적 진실이 아닐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스스럼없이 한다.

또한 남들이 얘기하는 그러한 말과 행동을 곧잘 믿고 살아간다.

“이 옷은 당신에게 잘 어울립니다. 하나 구입하세요.”

옷가게 점원의 이 얘기는 당연히 ‘객관적 진실’이 아니다.

‘잘 어울릴 것’이라는 표현은 어차피 주관적이니까.

더더군다나 ‘잘 어울릴 것’이라는 판단도 그 점원의 주관에 따른 판단일 뿐이지, 고객의 주관은 아닐 수 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확률적으로는 50% 수준의 진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객은 그 점원의 얘기를 믿고 옷을 산다.

대체로 사람들은 그렇다.

고객은 ‘이 옷은 당신에게 잘 어울릴 것’이라는 진실이 아닐 수 있는 얘기만으로도 옷값을 지불하고 나온다.

그런데, 고객이 매장을 나서는 순간 등 뒤로, ‘사장님, 오늘 옷 한 벌 더 팔았어요. 인센티브를 주실 거죠?’라는 점원의 얘기를 들었다면 어떨까?

그 고객이 당신이라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옷을 왜 샀을까 후회할 것이다.

점원이 내게 잘 어울릴 것이라고 한 얘기가 사실인지 의심이 생길 테니까.

옷을 다시 환불하고 싶은 생각도 들 것이다.

당장 환불하지는 않더라도, 다시는 그 점원으로부터 옷을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을 가능성이 크다.

왜 이런 생각이 들까? 점원은 고객에게 거짓말을 했던가?

점원이 거짓말을 한 것은 없다.

점원이 당초 ‘손님이 이 옷을 사셔야, 제가 인센티브를 더 받습니다. 그러니 사지지요’라고 얘기한다면  당신은 정내미가 떨어져 당장 가게를 나왔을 것이다.

그 이유는 점원과 사장의 뒷얘기로 점원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점원이 나를 위해 옷을 추천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센티브를 위한 행동이 아닐까 의심한 때문이다.

의심은 이처럼 상대의 진정성을 의심할만한 사소한 계기에서 비롯된다.

최근 현대차 노조가 보여준 작업장 내 와이파이 파업은 현대차 품질에 대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현대차 구매 고객의 입장에서는 앞서 예시했던 옷가게 점원의 뒷 담화만큼이나 현대차 노조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만 하다.

단적으로 이에 대한 반응을 표현하면 이렇다.

“아니 공장 내에서 와이파이로 동영상 보면서 조립한 자동차를 어떻게 믿고 타나?

‘와이파이 파업’은 현대차가 울산 공장에 24시간 제공했던 와이파이를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으로 제한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하며 시작됐다.

근로자들이 작업시간에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게임하는 모습이 눈에 띄자 이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시간제한을 둔 것이다.

차량을 조립하면서 근로자들이 게임하고 동영상 보며 한눈을 팔고 있다면 그 차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이다.

현대차 브랜드를 신뢰하고 제품을 구매한 고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노사간 단체협약 사항이라고 아무리 강조한 들 '작업 중 휴대폰 동영상 시청행위'는 수십년간 쌓아올린 현대차 브랜드 신뢰도를 뿌리부터 훼손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11년과 2016년 노사간 단체협약을 통해 공장 내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이용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근무시간 중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통해 ‘딴 짓’ 하는 직원들이 눈에 띄면서 생산성 하락과 안전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작업 중 뉴스 검색은 물론 스포츠 중계는 물론 심지어 영화나 유튜브 등 각종 동영상을 시청하는 직원들도 빈번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의 와이파이 제한 통보에 대해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미 노사간 합의를 통해 정해진 와이파이 사용을 갑자기 제한하겠다는 것은 조합원을 무시한 사측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조치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지난 10일 사측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14일로 예정된 주말 특근을 거부하고 18일 회의를 열어 투쟁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특근 거부까지 불사하는 노조의 압박에 부담을 느낀 현대차는 결국 이틀만에 와이파이 사용제한 조치를 풀었다.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변경 공문과 안전교육 시행 공문을 발송했다. 이는 현장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노조의 이같은 반발은 노사간의 단체협약 준수와 현장 탄압이라는 주장 이전에 소비자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먼저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현대차는 20일까지 노조와 와이파이 서비스 운영 시간을 놓고 협의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에 대한 의심을 한번이라도 받는 순간 의심의 순환고리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그 의심의 순환 고리는 속았다는 심정과 함께 소비자들은 냉정하게 등을 돌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는 냉정하다. 그러다가 한방에 훅 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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