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계열사 주식보유 승계과정 등서 영향력 낮아지면 언제든 동원
CXO연구소 "30대그룹 비영리법인이 124곳 계열사 주식 보유 확인"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재벌 그룹들이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 등으로 총수 일가의 주식 지분이 줄면서 지배력이 약화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그룹내 비(非)영리법인을 이용해 계열사 지분률을 늘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런 형태는 삼성과 롯데그룹에서 두드러졌는데 두 그룹은 각각 14곳씩의 오너 일가가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을 통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의 '국내 30대 그룹내 비영리법인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 분석 결과를 14일 내놨다.

30대 그룹은 2019년 기준이며, 보유 주식 현황은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자료를 근거로 파악했다. 비영리법인은 공익재단과 학교법인 등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 기준이다. 상장사 지분가치는 5월 11일 보통주 종가 기준으로 평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30대 그룹내 계열사 주식보유 비영리법인 124곳 달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 그룹에서 공익재단 등 비영리법인을 통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124곳에 달했다.

국내 30대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영리법인은 51곳이고, 이들 법인은 총 124곳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룹별로는 삼성과 롯데가 각각 14곳씩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중공업(11곳), 포스코(10곳), 한진(9곳), 대림·금호아시아나(각 8곳씩), SK·영풍·하림(각 6곳씩), 두산(5곳) 순으로 비영리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 삼성 비영리법인이 보유한 상장계열사 지분가치 '1조7500억원'

삼성 오너 일가가 운영하는 공익재단에서 보유중인 상장사 지분가치는 1조7500억원 이상 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서현 이사장이 이끌어가는 삼성복지재단 등 모두 14곳의 비영리법인에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계열사 가운데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법인은 12곳, 비상장사 주식을 가지고 있는 법인은 2곳이다.

삼성 비영리법인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12곳 상장사의 주식평가액(5월11일 기준)은 1조75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보유 주식 지분율이 1%를 넘고, 지분가치가 1000억원 이상 되는 곳은 4곳이었다.

가장 높은 주식평가액을 보인 비영리법인은 삼성생명 주식을 4.68% 보유하고 있는 '삼성문화재단'으로 확인됐다.

이 재단이 소유한 삼성생명 주식가치는 4380억원이다. 또 삼성화재의 주식도 2699억원(3.06%)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 삼성생명의 주식을 각각 2050억원(1.05%), 2040억원(2.18%)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복지재단은 삼성전자(0.08%, 2170억원), 삼성SDI(0.25%, 488억원)와 삼성화재(0.36%, 317억원)을 보유중이며, 삼성문화재단은 삼성물산(0.6%, 1172억원), 삼성SDI(0.58%, 1150억원), 삼성전자(0.03%, 910억원)의 주식을 보유중이다.

비상장사는 '미라콤아이앤씨'와 '에스코어'다. 두 곳은 모두 삼성생명공익재단이 각각 0.15%, 0.14% 지분을 보유 중이다.

[자료=CXO연구소]
[자료=CXO연구소]

◇ 롯데 비영리법인, 8개 상장사 지분 보유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이 주식을 보유한 상장 계열사는 8곳이다.

8개 비영리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 계열사의 주식평가액은 2622억원(5월 11일 기준) 수준이었다.

'롯데장학재단'은 롯데지주를 3.24% 보유하고 있는데 이 주식가치만해도 1284억원에 달했다. 롯데장학재단은 또 롯데칠성(6.28%), 롯데제과(5.7%), 롯데푸드(4.1%) 지분을 보유 중인데 주식평가액은 각각 559억원, 503억원, 179억원으로 파악됐다.

이외 롯데장학재단은 비상장사인 롯데역사(5.33%), 대홍기획(4.99%) 등에서도 다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성과 롯데 이외에 비영리법인이 보유한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 넘는 곳으로는 학교법인 포항공과대학교(포항공대)도 이름을 올렸다.

포항공대는 포스코(2.47%, 3487억원), 포스코케미칼(4.14%, 1287억원)을 보유 중이다.

또 포스코건설(2.07%), 포스코기술투자(5%), 포스코아이씨티(0.87%), 포스코인터내셔널(0.3%) 지분도 포항공대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대 그룹내 비영리법인이 주식을 보유한 124곳 중 지분율이 10% 넘는 곳은 11.3%(14곳)였고, 5~10% 미만 9.7%(12곳), 1~5% 미만 28.2%(35곳)였다.

이번 조사와 관련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앞으로 경영권이 3~4세대로 넘어갈수록 상속세 등으로 인해 그룹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차츰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삼성처럼 다른 그룹도 4세대 경영포기 선언을 하는 경우가 나올 경우 그룹 지배권 유지를 위해 비영리법인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여러대안 중 하나로 모색해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