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 대천명의 아이스 와인 2–역사와 현황

[사진=okanaganvacationgu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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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인간이 할 일을 다한 후에 운을 하늘에 맡긴 채 기다려야 만들어지는 고진감래의 달콤한 디저트와인인 아이스 와인은 도대체 언제 어디서 누가 만들기 시작했을까?

로마 시대에 포도를 첫 서리가 내리기 전에는 수확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플리니 디 엘더(Gaius Plinius Secundus (AD 23/24–79): Pliny the Elder)라는 로마 시대 작가가 남긴 기록이다.

그는 백과사전의 편집 양식의 모델이 된 ‘자연의 역사(Natural History)’라는 책을 집필했는데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로 폼페이가 멸망할 때 가족과 지인들의 탈출을 돕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또 11월 첫서리가 내릴 때까지 수확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기록도 있다.

이것은 마샬(Marcus Valerius Martialis (AD 38/41~ 102/104) : Martial)이라고 불리우는 스페인 출신의 로마시대 풍자 시인의 글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언 포도 수확에 관한 이야기이고 아이스 와인 자체에 대한 언급은 아니기에 이 와인이 이 시기 이전에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근거를 제시할 뿐이다.

즉, 안타깝게도 아이스 와인을 어떻게 만들었는 지에 대한 기록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로마시대의 비법(?)이 사라진 것이다.

로마시대 이후로 아이스 와인이 최초로 만들어진 것은 세월을 휙 뛰어넘어 1794년 독일의 프랑코니아(Franconia/Franken)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상세한 기록으로 남겨져 있는 곳은 라인 헤센 지역(정확히는 비겐Bingen am Rhein 지역 가까이에 있는 드로메르샤임Dromerscheim 마을)이다.

이곳에서는 1829년의 겨울이 혹독하여 수확시기를 놓친 이 마을 포도 재배자들이 이 빈티지의 포도를 가축 사료용으로 쓰려고 포도나무에 달린 채 내버려 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얼게 되어 달콤한 포도즙이 된 것을 알게 되었고 1830년 2월 11일에 이걸 수확하여 와인을 만들고 보니 스위트한 좋은 디저트 와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독일 라인헤센지역의 라인강변에 있는 비겐 지역 마을.
독일 라인헤센지역의 라인강변에 있는 비겐 지역 마을.

그런데 이 경우들은 상업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고 독일에서 아이스 와인을 최초로 만들었다는 기록일 뿐이다.

상업적으로 아이스 와인이 만들어져 출시된 것은 1858년의 일인데 라인가우 지역의 슐로스 요하니스버그(Schloss Johannisberg) 와이너리가 그 시초라고 한다.

이 와이너리는 원래 수확을 늦춰서 당도를 높인 포도로 디저트 와인을 만들다가 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포도를 얼려서 디저트 와인 만들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그 이후 약 100년이 지난 1960년까지는 아이스 와인이 그다지 많이 생산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19세기 100년을 통틀어 6개 빈티지만의 아이스 와인이 생산될 정도로 귀했다.

기후 조건도 기후 조건이었겠지만 그만큼 생산을 체계화하여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어려워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로도 풀이된다.

1961년 이후 독일에서 아이스 와인의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기술의 발전이다.

첫째 언 포도 알갱이가 녹지 않은 채 제거되고 당도가 농축된 포도즙만이 빠져나오게 하는 공기 압력에 의한 압착 기술, 둘째 해뜨기 전 새벽 깜깜할 때 수확을 가능하게끔 포도원을 밝혀주는 휴대용 발전기의 발명과 그에 의한 조명 장치의 개발, 셋째 언 포도가 녹기 시작하면 얼음 조각이 포도껍질을 찢게 되어 포도가 상하게 되고 당도의 농축도가 떨어지게 되므로 녹기 전에 수확하게끔 녹는 지 여부를 알려주는 원격 온도 경보 장치의 발명, 넷째 새들이 먹지 못하도록 포도송이와 포도나무를 덮어 씌워 보호해주는 비닐캡이나 그물망의 개발이다.

이런 기술 개발과 장치 발명의 도움으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독일에서 아이스 와인 생산량이 급증하게 되는데 2000년 들어서는 지구 온난화 등의 문제로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 지구 온난화가 아이스 와인 생산량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그럼 오늘날 독일 이외에 아이스 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은 어디일까?

오스트리아, 스위스, 미국, 캐나다 등이 유명하고 중유럽 국가들과 기타 다른 신대륙에서도 양은 적지만 아이스 와인이 생산되고는 있다.

이 중에서도 캐나다가 아이스 와인으로 특히 유명한데 2000년대 초반에는 독일을 제치고 세계 최대 아이스 와인 생산국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

캐나다는 1972년도에 독일 이민자인 월터 하인레(Walter Hainle)가 브리티시 콜럼비아주의 오카나간 밸리(Okanagan Valley)에서 40리터(750ML병기준 약 53병분량)를 생산한 것이 최초였다.

그는 원래는 양이 아주 적어서 이것을 외부에 판매할 생각이 없었으나 1978년부터 출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상업적 관점에서 아이스 와인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나이아가라 지역의 온타리오(Ontario) 호수가에 위치한 이니스클린(Inniskillin) 와이너리이다.

이들은 1983년에 아이스 와인을 목표로 포도를 수확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는데 시도 첫해인 이 해에는 새들이 이것들을 먹어치워서 실패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84년도에 두번째로 도전하면서 이번에는 포도나무 위에 그물망을 쳐서 새들로부터 포도를 보호하는데 성공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만든 아이스 와인의 품종은 독일처럼 리슬링이 아니라 1930년대에 프랑스에서 코냑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교배종이었다가 추위에 잘 견디는 특성때문에 1940년대에 캐나다에 도입되어 나이아가라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게 된 비달(Vidal)이라는 화이트 품종이다.

이 품종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는 트레비아노라고 불리우는 위니 블랑(Ugni Bland)과 역시 교배종인 레이온 도르(Rayon d'Or)를 각각 반반 교배시켜 만들었는데 이를 만든 프랑스 육종가인 장 루이 비달(Jean-Louis Vidal (1880-1976))의 이름에서 품종명을 따왔다.

캐나다 오카나간 밸리의 포도원. [사진=위키피디아]
캐나다 오카나간 밸리의 포도원. [사진=위키피디아]

생산량도 적어서 주로 국내 소비용으로 소비되던 캐나다 아이스 와인은 1991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2년마다 개최되는 빈엑스포에서 이니스클린의 비달 아이스 와인 1989년 빈티지가 그랑프리를 획득하면서 전환기를 맞이한다.

캐나다 와인이 세계의 와인 애호가와 평론가들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에는 유럽종인 비티스 비니페라 품종을 많이 심기 시작하면서 아이스 와인의 품종이 보다 다양화되게 되었고 이들이 더욱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급기야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세계 최대 아이스 와인 생산국으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캐나다는 2007년에는 나이아가라 반도에 위치한 제이미 맥팔레인(Jamie Macfarlane)이 설립한 와이너리가 첫 생산한 2005년 빈티지의 비달 아이스 와인이 브뤼셀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와인 콘테스트에서 그랑 골드 메달을 획득하면서 다시 한 번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게 되어 고품질의 아이스 와인 생산국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그런데 이 배경에는 양조가들의 실패 위험을 감수한 과감한 도전 정신과 함께 캐나다 동부의 나이아가라 반도 지역이 겨울 기후가 아주 혹독하면서도 기후가 안정적으로 일정한 편이어서 거의 매년 아이스 와인 생산을 가능케 하기에 이 와인 생산지로서 최적지라는 행운이 자리 잡고 있다.

독일 아이스 와인과 캐나다 아이스 와인의 차이는 있을까?

우선 아이스 와인을 만드는 주 포도 품종이 독일은 리슬링이 위주이고 캐나다는 비달이 주품종이라는 점이 다르다. 물론 카베르네 프랑, 슈냉 블랑 등 다양한 포도 품종의 아이스 와인도 있다.

알코올 도수의 경우 독일은 대부분 6% 수준이지만 캐나다는 일반적으로 더 높은 8%~13%수준이다. 품종에서 오는 차이와 알코올 도수에서 오는 차이가 결국 맛과 향도 다르게 한다.

아이스 와인의 장기 숙성력은 대략 10년 정도로 보지만 독일의 리슬링 아이스 와인의 숙성력은 이보다 좀 더 긴 편이다. 반면 캐나다 비달 아이스 와인은 품종의 특성상 이보다 짧다고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바 독일의 아이스 와인 장기 숙성력이 캐나다의 그것보다는 조금 더 긴 편이다.

그럼 이 아이스 와인의 가격은 일반 와인에 비해 어떨까?

일반적으로 위험 감수는 물론 적은 생산량 때문에 아이스 와인의 가격은 다른 프리미엄급 와인들에 비해서도 평균적으로 비싼 편이다.

그럼 이 달콤한 디저트 와인을 싸게 보급형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당연히 도전한 사람들이 있었다.

어떻게?

냉동기술의 도움을 받아 포도를 일반적인 수확시기에 다른 포도와 함께 수확하여 인공적으로 영하 7℃ 수준으로 얼려서 포도원액을 착즙하여 (냉동추출법Cryoextraction) 발효시켜서 만드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새들로부터의 피해도 없고 자연 기후로부터의 위험도 피하여 아이스 와인을 (상대적으로)대량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호주나 미국 등의 주로 신세계의 와이너리들이 이런 상품을 출시하여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의 아이스 와인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심을 해소시켜준 것이다.

독일, 캐나다, 미국, 오스트리아 등의 경우 법적으로 냉동법으로 만든 와인에는 아이스 와인(Ice wine)이라는 라벨을 붙일 수가 없다. (처음에는 독일만이 그랬으나 점차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에 동조하여 아이스 와인의 정체성을 확보해준 셈이다.)

그래서 편법으로 등장한 표현이 ‘아이스드 와인(iced wine)’, ‘리슬링 아이스’라는 표현이다.

그리고 이들 병도 아이스 와인 병 모양의 375ml나 500ml 사이즈의 좁고 길쭉한 병을 사용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혼동하게 만들기도 하니 자연이 얼린 ‘찐 아이스 와인”을 구매하고자 하는 경우 병모양만 보지 말고 라벨까지 꼼꼼히 챙겨보아야 한다. 영어는 Ice wine, 독일어로는 Eiswein이다. Riesling ice가 아니다.

불루 넌 아이스 바인(Eiswein=icewine)(독일)  & 이니스킬린(Inniskillin) 아이스 와인 (캐나다)
불루 넌 아이스 바인(Eiswein=icewine)(독일) & 이니스킬린(Inniskillin) 아이스 와인 (캐나다)

인위적 냉동법과 자연이 얼린 아이스 와인간에 맛의 차이가 있을까?

자연 상태에서 좀 더 오래 달려있으면 아무래도 우선 포도의 당도가 조금이라도 더 올라갈 확률이 높다.

그리고 약간의 비바람과 추위라는 고난을 겪고 살아남은 포도송이와 인위적으로 얼린 포도송이가 주는 풍미가 약간 다른 것도 사실이다.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힘이 가져다주는 풍미가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향의 스펙트럼과 깊이, 향과 맛의 지속성에서 차이가 있다.

그 미묘한 차이를 아는 사람에게는 자연 상태의 아이스 와인의 가치는 가격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1/4 음의 차이를 느끼기 위해 오디오시스템에 과감히 투자하는 오디오 덕후처럼.

미식에서의 가치는 결국 사람마다 다른 심리적, 감각적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내추럴, 내이처라는 이름만 붙여도 좋은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연상태로 언 아이스 와인과 인위적으로 얼려서 만든 아이스 와인의 비교나 귀부 와인과 아이스 와인을 놓고 둘 간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소확행을 위해 시도해볼 만한 호사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 한여름 밤을 잔잔한 클래식과 함께 10~12℃ 정도로 차갑게(일반 냉장고에 보관한 경우 통상 4~6℃이므로 꺼내서 온도가 올라갈 때까지 조금 기다려야 한다.

너무 차갑게 하면 풍미를 느낄 수 없으니 주의!

너무 온도가 낮은 것보다는 차라리 조금 온도가 높은 편이 낫다.) 한 아이스 와인에 이것과 잘 어울리는 가볍고 부드러운 혹은 감칠 맛나는 경성 치즈나 치즈케이크, 바닐라 파운드 케이크, 화이트 쵸콜렛 무스, 밀크 쵸콜렛, 과일 파나코타와 함께 마시거나, 이한치한이라고 아이스 크림과 함께 마셔보길 권한다.

코끝에서 퍼지는 온갖 과일향과 조금 오래 숙성되었다면 헤이즐넛 등의 너트류 향까지 나는 달콤하면서도 신맛이 감돌아 신선한 느낌까지 차오르면서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는 행복감을 선사할 것이다.

단, 너무 단맛 나는 디저트는 피하시라. 아이스 와인의 소중하고 다양한 맛과 향이 묻혀버리는 수가 있다.

그럼 꼭 디저트와 마셔야 할까? 세상에는 예외가 의외의 기쁨을 주는 경우가 왕왕 있다.

푸아 그라(Foie Gras)와 같은 블루치즈, 지방이 풍부한 염장한 소시지나 소금 친 로스트한 소고기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달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바로 이 ‘단짠’의 정석이 여기에도 통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기름지기까지 하면 더욱 좋다는 것이고.

잔은 작은 잔(240~325ml 혹은 쉐리(180ml)나 포트잔(190ml))에 60~90ml(쉐리나 포트잔의 1/3~1/2) 정도 따라서 조금씩 홀짝이면서 즐기면 된다. 입구가 좀 벌어진 샴페인 잔도 좋다.

디저트용 작은 잔이 없거나 맛과 향을 보다 풍성하게 느끼고 싶으면 화이트 와인 잔이 통상 360ml 용량이니 이것을 활용하면 된다.

이것마저 없다면? 고민할 필요 없다. 그냥 커피잔에 따라 마셔도 된다.

호기심과 즐기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어떤 잔이든 무슨 상관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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