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버팀목"...정부, 사상 첫 반도체만 따로 떼내 전망 내놔
설비투자도 세계1위 예상...메모리 가격·원화강세 환율은 변수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4일 새해 현장경영 행보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4일 새해 현장경영 행보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정부가 올해 반도체 수출이 작년 보다 10.2% 증가해 사상 두번째로 수출액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가 확산하면서 서버나 노트북 수요 등이 늘고 가격 또한 상승하면서 지난해 호황에 더해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정부가 반도체만 별도로 통계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경제 반등을 위해선 반도체 수출이 중요하다는 절실함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육박했다. 

◇ "올해 반도체 수출 1000억달러 넘을 것"

산업통상자원부와 반도체협회는 5일 올해 반도체 수출액이 1075억달러~1110억달러(기준 전망 1093억 달러)로 지난해(992억달러) 대비 10.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로 서버, 5G(5세대), PC·스마트폰, 모바일 등의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는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D램 중심으로 수출이 대폭 늘어나면서 작년보다 12.0% 증가한 703억~729억달러, 시스템반도체는 5G통신칩, 이미지센서 등 수요 증가와 파운드리의 대형 고객 확보로 7.0% 늘어난 318억~330억 달러로 예상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5G 시장 확대와 비대면 경제 확신으로 스마트폰, 서버, PC 등 전방산업 수요가 늘면서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D램의 경우 연초부터 초과 수요로 전환해 그 폭이 점차 확대되고, 낸드는 초과공급 상태를 유지하다가 하반기부터 초과수요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작년 대비 약 8~10% 증가하고, 메모리 시장은 약 13~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스템반도체도 파운드리 위탁 수요 증가와 비대면 경제 활성화 및 5G 보급 가속화에 따른 5G 통신칩, 고해상도 이미지 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수요 증가로 글로벌 시장이 약 5.5%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반도체 분야 설비투자에서도 우리나라는 2017~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이후 2019년에 중국과 대만에 빼앗겼던 설비투자 1위 자리를 2년 만에 탈환할 것으로 기대됐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설비투자액 전망치는 189억달러로, 중국(168억달러), 대만(156억달러)보다 많다.

조익노 산업부 반도체과장은 "정부가 반도체 시장의 전망을 별도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세계 권위있는 연구기관의 데이터와 자체 분석을 통해 전망치를 내놨다"고 했다.

[자료=산업부]
[자료=산업부]

◇ 메모리 가격 환율이 '변수'

그러나 지난해 2분기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는 반도체 가격과 원화강세 환율 상황은 수출액과 수익성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기존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고 비메모리 반도체의 성과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1개당 가격은 지난해 6월 3.31달러를 기록한 뒤, 지난달에는 2.85달러까지 떨어졌다. 6개월 사이에 가격이 13.9%나 하락했다. 지난 2019년 12월 2.81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년치 상승분을 반납한 셈이다.

또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수출입물가지수는 91.96으로 전월대비 0.8% 하락했다. 지난 8월부터 넉 달 째 떨어진 수출물가는 1984년 12월(91.09) 이후 35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년동월 대비로는 4.9% 내려가면서 1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D램(-2.4%), 플래시메모리(-4.7%) 등 반도체 가격하락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주로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가전·휴대폰 등 세트(완성품)부문에 비해 국내 생산이 많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은 환율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부터 D램의 공급에 비해,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 4분기까지 D램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1.2% 많았다. 하지만 올해 1분기(-0.9%)부터 2분기(-1.3%)→3분기(-3.0%)→4분기(-3.1%)에는 공급이 부족해질 전망이다.

[자료=산업부]
[자료=산업부]

산업부는 반도체 산업의 재편을 통해 체질 개선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수출은 303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철강·석유제품을 넘어서 5위(작년 7위) 수출품목으로 도약했다.

올해에도 시스템반도체는 파운드리 위탁 수요 증가 등 5.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의 경우 우리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5.6% 증가한 992억 달러를 기록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올해에도 반도체가 수출·투자 등 우리 경제의 활력 회복을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할 것"이라며 "메모리 초격차 유지, 시스템반도체의 자생적 생태계 조성을 통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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