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권리장전(Bill of Rights)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권리를 천명한 헌장 및 법률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영국과 미국의 권리장전이 있다.

최초의 권리장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권리장전은 1689년 명예혁명의 결과로 이루어진 권리선언으로 의회의 입법권과 과세 승인권 따위를 규정함으로써 왕권을 제약하고 의회의 우위를 다졌다.

미국의 권리장전은 성격이 이와는 좀 다르다. 1791년 의회가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합중국 헌법에 덧붙여 통과시킨 헌법 수정안을 일컫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권리장전은 서구에서 근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천부인권설(天賦人權說)이 확산되면서 자리잡게 된 인간의 천부적인 권리 또는 소극적 자연권을 법제화한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권리선언이다.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에서 시작된 로봇에 대한 개념의 진화

과학과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그에 따라 과거에 우리가 내린 사회적 문화적 법률적 정의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첨단 로봇과 인공지능(AI)를 둘러싼 개념들도 변하고 있다.

김형근 논설위원

첨단로봇과 AI의 등장을 이미 예견한 미국의 과학자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는 1942년 ‘로봇 3원칙’을 제시했다. 로봇 3원칙은 ‘사람에 대한 공격 금지’, ‘명령에 대한 절대복종’, 그리고 ‘로봇의 권리 인정’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당시만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웃었다. “기계 덩어리인 로봇은 사람이 하라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지, 어떤 감정이 있어서 사람을 공격하겠는가? 로봇도 감정과 분노를 갖고 있는가?” 그러나 이제 아시모프의 주장을 비웃는 사람을 비웃는 시대가 돼 버렸다.

공상과학 소설가이며, 미래학자이기도 한 아시모프 박사의 ‘로봇 3원칙’은 로봇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즉 인간이 만든 로봇이 주인인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결코 안 된다는 내용이다. 그때 로봇은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로봇윤리헌장’의 기본 골격도 이 로봇 3원칙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다시 60년이 훨씬 지나 2005년경 사람들은 ‘로봇 권리장전’을 제안했다. ‘미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와이 대학의 짐 데이토 교수가 바로 장본인이다. 우리나라에도 수차례 방문해 어느 정도 우리에게 친숙한 그는 타계한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학의 기틀을 세운 학자다.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이 로봇의 공격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제도적 장치라면, 데이토 교수가 주장하는 로봇권리장전은 인간의 공격으로부터 로봇을 보호하자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인간과 로봇과의 평등의 개념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이제는 첨단 로봇과 인공지능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할 차례”

다시 15년이 지나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다시 로봇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인간 권리장전’ 제안에 나섰다. 그것도 최고의 석학들로 구성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과학고문들이 말이다.

그들은 강력한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을 경계하기 위한 새로운 권리장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들은 금요일 얼굴 인식기술, 사람들의 감정이나 정신적 상태, 성격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다른 생체 인식 도구들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그들은 “사람들을 부당하게 차별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의 잘못되고 해로운 사용에 대한 새로운 안전장치를 개발할 필요성”을 상세히 기술한 의견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단지 첫 단계일 뿐”이라고 썼다.

"우리가 AI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연방정부가 이러한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또는 기술 제품의 구매를 거부하거나 계약자에게 이 '권리장전'을 준수하는 기술을 사용하도록 요구하거나 새로운 법과 규정을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AI의 유해한 사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AI에 대해 가장 분명한 조치 가운데 하나다.

이에 앞서 유럽 규제 당국은 이미 사람들의 안전이나 권리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AI 애플리케이션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유럽 의회(EU) 의원들은 이번 주에 대규모 안면 감시를 금지하는 것에 찬성하는 조치를 취했다. 물론 EU 모든 국가들이 이러한 법안 표결에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것은 아니다.

비단 이러한 AI의 유해한 사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뇌리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지만 영국의 유명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남긴 경고를 기억한다. “100년 안에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예언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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