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낸드사업 인수' 승인에 6개 조건 걸어...위반 시 반독점법 따라 조처

SK하이닉스 청주 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중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승인하면서 사실상 자국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건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전날 인수를 승인하면서 6개의 조건을 명시했다.

이중 다섯 번째 항목에는 '타 기업 지원'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한 개의 제3의 경쟁자가 기업급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외 향후 5년간 다롄 공장의 생산량 확대와 (승인일 기준) 과거 24개월 평균가 이상 판매 금지 등을 주요 조건으로 거론했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이용한 대용량 저장 장치로, SK하이닉스가 인수할 중국 다롄 소재의 인텔의 반도체 생산공장은 주로 기업 고객을 상대로 SSD를 제조하고 있다.

중국은 기업급 SSD 시장 진입을 원하는 경쟁사에 SK하이닉스가 안정적으로 낸드 물량을 공급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공고를 통해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승인 조건을 위반할 시 반독점법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22일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부문 인수를 승인하며 내건 조건들. 다섯 번째 항목에 제3의 경쟁자의 SSD 시장 진출을 도와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진=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홈페이지/연합뉴스]

중국은 구체적으로 '제3의 경쟁자'가 어떤 기업인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자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위해 조건부 승인을 내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 주요 산업에서 패권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반도체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같은 비메모리반도체부터 D램·낸드 등 메모리반도체까지 대부분의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 수입은 전년보다 14% 증가한 3800억달러(약 451조원)를 기록했다. 전체 수입액 중 18%에 달하는 규모다.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중국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SSD의 가장 큰 소비처로, 중국은 지난해부터 경기 부양을 위해 '신 인프라'를 구축하자며 데이터센터 건설을 독려하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 측은 중국의 조건과 관련해 당사와 인텔이 보유하고 있는 SSD 기술이 다른 경쟁사에 이전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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