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의 끊임없는 진화 능력의 비결
더 위험한 질병 매개체로 발전

모기는 한번 노출됐던 살충체를 피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그동안 개발된 수많은 살충제에도 불구하고 내성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진화 능력에서 나온다. [사진=Wikipedia]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그동안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수많은 살충제가 개발됐는데도 불구하고 근절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기가 해당 살충제를 피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피를 빠는 암컷 모기가 살충제에 노출됐다가 살아남은 뒤에는 같은 살충제를 피하는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다.

살충제는 말라리아나 뎅기열과 같은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의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모기들의 살충제 내성이 최근 수십 년 동안 상당히 증가했다.

그래서 많은 심각한 전염병을 통제하는 가장 성공적인 방법들 가운데 하나인 살충제가 가까운 미래에 그 기능을 멈출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과학자도 있을 정도다.

한번 노출된 살충제를 피하는 방법 터득… 끊임없는 진화의 비결

영국 킬 대학의 응용 곤충학 및 기생충학 센터(CAEP: Center for Applied Entomology and Parasitology)의 프레데릭 트리펫(Frederic Tripet) 센터장이 이끈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암컷 모기들은 한번 살충제에 노출되면 그 살충제를 피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트리펫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와 열대집모기(Culex quinquefasciastus, 뎅기열, 지카, 그리고 웨스트나일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전염시키는 모기) 암컷을 대상으로 살충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 두 종의 모기를 흔히 사용되는 모기 살충제인 유기인계 '말라티온'이나 카바메이트계 '프로폭서', 피레스로이드계 '델타메트린', '퍼메트린', '람다-사이할로트린' 등에 치명적이지 않을 정도에 노출시킨 뒤 추가 노출에 따른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살충제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모기들은 피를 빨 대상을 찾아다닐 때 살충제를 뿌려 놓은 망을 피해 다니는 비율이 그렇지 않은 모기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살충제 노출 모기 중 살충제 처리된 망을 통과한 모기는 이집트숲모기 15.4%, 열대집모기 12.1%에 그쳤지만, 살충제를 겪어보지 않은 모기는 각각 57.7%와 54.4%에 달했다.

살충제 처리된 망에 통과한 모기의 생존율에서도 이전에 노출된 적이 있는 모기는 이집트숲모기와 열대집모기가 수십 년간 각각 38.3%와 32.1%로 비노출 모기의 11.5%와 12.9%의 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쉴 곳을 찾을 때도 살충제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모기들은 10마리 중 7~8마리꼴로 살충제 냄새가 나는 곳을 피했지만, 살충제 경험이 없는 모기들은 이런 비율이 10마리 중 5마리꼴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런 실험 결과는 살충제에 노출된 뒤 살아남은 모기들이 살충제의 후각적 자극을 해로운 영향과 연관 지을 수 있어 이를 피하고 더 안전하게 피를 빨 대상이나 쉴 곳을 찾고 번식을 꾀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러한 발견은 결국 이미 살충제에 한번 노출된 모기는 미래에 그러한 물질들을 피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한 행동들은 그들의 생존율과 재생산을 증가시키고 그들을 훨씬 더 위험한 질병의 매개체로 만든다. 모기의 끊임없는 진화가 바로 이러한 진화 능력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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