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위원회, 전면 수입금지는 바라지 않아
미국은 자국상품 우선 구입정책 ‘바이 아메리칸’ 강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 제제조치로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 위해 '저극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American Embassy]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제조치로 미국이 러시아 원유수입 중단에 본격적으로 나섬에 따라 석유 대란에 대한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실 그동안 원유업체를 비롯해 금융기관들이 앞장서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보이콧해왔지만 미국과 EU 회원국 정부들은 세계에 미칠 영향력을 감안해 주저해 왔다.

그러나 이제 미국이 칼을 뽑을 태세다.

미국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적 제재로 EU 회원국들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유럽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 중 하나로 유럽 동맹국들과 러시아의 원유 수출 금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 및 각료들과 정확히 이 문제에 대해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현재 유럽 동맹과 러시아 원유 수출 금지 방안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원유는 우크라이나인들의 피비린내가 난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보이콧에 대해 숙고하고 있는 가운데 드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 원유에는 사망한 우크라이나인의 피비린내가 난다”며 수입 금지 정책을 강력히 요구했다.

지난주 말 백악관은 가격 인상으로부터 미국인들을 보호하면서 미국의 러시아 원유 소비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크렘린궁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방 국가들에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라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NBC 토크쇼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해 "우리는 현재 유럽 파트너들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문제에 대해 매우 활발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제까지 러시아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킨 강력한 제재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취한 조치는 이미 러시아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쿨레바 장관은 어떠한 경제제재 조치보다 러시아의 석유 수출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쿨레바 장관은 CNN과의 회견에서 셸이 러시아 석유를 계속 구매하고, 대신 그 이익을 우크라이나에 기부하겠다고 한 발표에 관한 질문에 대해 셸을 비롯한 에너지 대기업들에게 러시아 석유를 구매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유럽과 영국의 가솔린 가격이 공급 차질 우려로 지난주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브렌트 선물가격은 2008년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118.11달러에 마감했다.

EU, 전면 수입 금지는 원하지 않아

그러나 블링컨 장관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를 주장해온 우르술라 폰 데 레이엔 유럽 위원회 의장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러시아 석유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푸틴이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에겐, 러시아에 대한 화석연료 의존성을 없앨 수 있는 (재생에너지와 같은) 강력한 전략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촉구하는 등 미국 의원들이 직접 전면 보이콧을 요구하고 나섰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제 생각에 우리는 이 같은 상황을 빠르게 전개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러시아에서 구입하는 원유를 보충하기에 충분한 양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우리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Lipow Oil Associates)에 따르면 미국에 수입되는 원유와 정제제품의 8%가 러시아산이다.

한편 미국은 경기부양법의 일환으로 오는 10월 25일부터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에 참여할 때 생산된 부품의 비율이 전체 부품의 60% 이상을 차지해야 하도록 하는 연방조달규정(FAR: Federal Acquisition Regulation) 개정내용을 3월 7일자 관보에 게시해 발표했다.

‘미국제품우선구입(Buy Americans)’ 제도의 일환인 이 규정에 따르면 현재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부품 비율이 전체의 55% 이상을 차지하면 된다.

보호무역주의의 '바이 아메리컨' 정책 강화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미국 내 생산부품 비율 기준은 오는 10월25일부터 60%로 상향되며 2024년엔 65%, 2029년에는 75%로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자국 물자 우선 구매정책인 ‘바이 아메리칸‘이란 표현은 원래 1933년 대공황 때 미국 정부에 미국산 제품만을 쓰도록 했던 ’BAA법‘(Buy American Act)에서 유래했다.

최근 미국은 금융 및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공공사업시 미국산 철강 등 미국산 제품만을 써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경기부양법안에 넣어 다시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대한 논란을 낳았다.

이 조항은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를 떨쳐내야 하는 시기에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문제가 됐다.

특히 2008년 11월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향후 1년간 추가적인 보호무역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지만 미국이 이런 선언을 무시하고 먼저 보호주의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서면서 ‘바이 차이나’, ‘바이 프랑스’ 등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자극했다.

상당수 미국 기업들도 외국 정부의 보복으로 인해 해외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바이 아메리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