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男子 女子, 그리고 女子(20)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잘생긴 부모는 딸을 많이 낳는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부부가 다 잘 생겼는데 불행하게도 아들이 아니라 딸을 많이 낳게 돼서 좀 안됐다는 말인가?

아니다. 자연선택적으로 볼 때 잘 생긴 남자보다 잘생긴 딸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딸을 많이 낳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50년전 가수 이은하가 부른 민요풍의 노래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최진사네 셋째 딸’에서도 그렇다.

권세도 좀 있고 아주 부자인 최진사에게는 딸이 많았다. 뿐만이 아니다. 황진사, 누구누구 사또 등 딸이 많은 부자 가문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잘 생긴 엄마는 잘 생긴 아들보다 예쁜 딸을 낳을 확률이 높다. 예쁜 딸이 현실에서 훨씬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란한 아버지인 경우는 아들을 낳을 확률이 더 높다. [사진=Wikipedia]

잘 생긴 남자보다 잘 생긴 여자가 경쟁력이 더 세

잘 생긴 남자와 잘 생긴 여자 가운데 세상을 살아가는 데 누가 유리한가를 보자. 우선 좋은 대학에는 누가 더 많이 들어가는가? 어려운 각종 고시에 누가 더 많이 합격하며, 누가 의사가 많이 되며, 좋은 직장에 많이 들어가는가? 당연히 여자다.

옛날에는 각종 고시나 국가기관이 실시하는 채용 시험에 합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였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여성에게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렇게 실시한 경우도 있었다.

대학에서, 특히 유명 대학 법과대학에 합격한 여성을 `홍일점(紅一点)`이라 지칭했다. 그런데 요즘 홍일점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요즘 교사가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임용고시에서 남자들이 여자에게 상대가 안 된다. 그래서 이제 교사 임용고시에서 남자에게 가산점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고시 지망생들이 들어가는 대학 법학과에서도 남녀 비율이 거의 50대 50를 넘어 여자 수가 더 많아지고 있다. 경쟁력이 지속된다면 곧 여학생 수가 60퍼센트를 넘어서 70퍼센트에 이를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렇다. 그렇다고 해서 경쟁에 유리하다는 이유 때문에 좋은 집안의 잘 생긴 부모에서 잘 생긴 남자가 아니라 잘 생긴 딸이 더 많이 나온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 유전자나 DNA가 조정하지 않는 이상 과학적으로 볼 때는 납득하기가 힘든 일이다.

돈 많고 잘 생긴 부모가 잘 생긴 딸을 날 확률이 많다는 것은 그렇게 치자. 난봉꾼의 못난 부모의 자식의 경우는 어떨까? 사실 아들을 많이 낳는다. 못사는 경우에는 아들을 낳아야 경쟁력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난봉꾼이 부모인 경우는 아들이 많아

간단히 요약하자면 잘생기고 돈이 많은 집안의 경우는 얼굴이 반질반질하게 생긴 꽃미남의 아들보다 예쁘고 매력적인 딸이 경쟁력이 있다. 그리고 못살고 난봉꾼인 경우는 딸보다 아들이 생존경쟁에서 유리하다는 이야기기다.

아리송하고 헷갈리는 이야기인가? 아니, 딸인지 아들인지 그것을 어떻게 경쟁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가 조종한다는 말인가? 경쟁력이 50대 50의 성비(性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이 바로 자연선택의 이론이며 진화론의 요체다.

몇 년 전 화제가 된 연구결과를 주목해 보자. 부모의 외모가 매력적일수록 딸을 더 많이 낳고, 반면 부모의 ‘사회적 성적(socio-sexual)’ 경향이 자유분방하고 문란할수록 아들을 더 많이 낳게 된다는 내용이다.

일본 출신의 영국 런던 정경대(LSE)경영학과 교수로 진화 심리학이 전공인 카나자와 사토시(Kanazawa Satoshi) 교수와 헝가리 외트뵈스 대학 동물학과의 페터 아파리(Perer Apari) 교수가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밝힌 사실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외모가 잘생긴 부모의 경우 딸을 낳을 확률이 10% 이상 높다. 이 차이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자손의 성 결정에 부모의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 진화심리학의 요체

TWH라는 이론이 있다. 미국의 진화 생물학자인 로버트 드리버스(Robert Thrivers)와 단 윌라드(Dan Willard)가 주장한 이론으로 자손의 성 결정(sex allocation)에 부모의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가설로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이론이다.

카나자와 교수와 아파리 교수는 논문을 쓰기 위해 1994년 미국 전국인구사회조사(US General Social Surveys)자료와 전국 청소년 건강 편람 등에 나온 자료를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부모의 외모가 매력적인 부부일수록 첫 아이를 딸로 낳을 확률이 56퍼센트, 아들을 낳을 확률은 44퍼센트로, 딸을 낳을 확률이 12퍼센트 포인트 더 높았다.

반대로 ‘사회적 성적(socio-sexual)’으로 자유분방하고 문란한 사람일수록 첫 아이를 아들로 낳을 확률은 딸을 낳을 확률보다 19퍼센트높았다. 얄궂게 표현해서 돈도 잘 못 버는 오입쟁이의 경우 아들을 더 많이 낳는다는 이야기다.

‘사회적 성적’으로 자유분방하다는 것은 부모의 섹스 파트너의 수, 섹스의 회수, 섹스에 대한 도덕적 의무의 결핍 등을 정도에 따라 논문 작성자가 평가한 내용이다.

다시 말해서 섹스에 대해 무질서하고 사회적으로 방탕하다는 지적을 받는 부모의 경우 아들을 낳을 확률이 많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유리한 환경이 자식에게도 유리할 경우 성비(sex ratio)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키가 큰 경우는 아들을 낳을 확률이 많다는 내용도 된다. 키가 큰 딸보다 키 큰 아들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카나자와 교수는 "외모가 아름다운 부모는 역시 매력적인 자녀를 낳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왕이면 아름다운 외모로 더욱 자식 번식 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는 딸을 낳을 확률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은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꽃미남이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잘생긴 남자의 경우 데이트 상대로는 인기가 높지만 안정된 가정을 꾸릴 배우자로서는 인기가 없고, 여자들의 꼬임 때문에 무책임한 남편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카나자와 교수의 지적이다.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부모는 유전학적으로 역시 자유분방한 자녀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기왕 자유분방한 자식을 낳을 바에 아들로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얄궂게 표현하자면 자녀가 바람기를 갖고 태어날 바에는 딸보다 아들이 생존경쟁에서 차라리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을 더 낳는다는 주장이다.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여성은 남편의 질투심 때문에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또한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남성은 섹스 파트너가 2명 이상이며 결혼을 하더라도 가정과 사회생활 등에 책임을 덜 지는 특성을 갖는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두뇌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을 자손번식에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연선택, 또는 자연도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프로그램화돼 있다고 설명한다. [사진= Wikipedia]

“한마디로 (성이 문란한) 마돈나는 마돈나를 낳는다" 

카나자와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 대해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한마디로 마돈나는 마돈나를 낳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마돈나는 1980년대 비디오 시대로 접어들면서 혜성과 같이 나타난 세계 팝송계의 디바 마돈나를 말한다.

섹시한 용모와 관능적인 춤 실력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숱한 젊은 남자들과 스캔들을 뿌리며 남성과 하루라도 성관계가 없는 날은 상상할 수 없다고 한 광적일 정도의 섹스욕을 갖고 있는 여성이다.

태어나는 아이의 성비(性比)는 유전학적인 차원이 아니다. 진화 심리학은 심리학의 한 분야로 인간의 두뇌가 무의식적으로 추구하는 진화의 목표를 연구함으로써 인간 형태를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학문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두뇌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을 자손번식에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연선택, 또는 자연도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프로그램화돼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또한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은 아들을 많이 난다고 주장한다. 돈이나 권력은 남자들에게 특히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같은 차원에서 미인이나 잘생긴 사람들이 딸을 많이 낳는 것도 아름다움이 여성들에게 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왕실에서 아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치다.

미국의 경우 첫째 아이로 딸을 낳는 비율이 평균 48퍼센트인데 비해 잘 생긴 미국인들의 경우는 그 비율이 56퍼센트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그 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고 진화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이것은 어떤 유전자나 DNA가 성비를 결정짓는다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 유리한 환경과 무의식적인 심리가 뇌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 하나의 진화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잘생긴 여자 남자 이야기는 그 정도하고 접자. 그렇다면 부부가 의사인 집안에서는 누가 더 많이 태어날까? 법조계 집안에서는? 그리고 교수 집안에서는?

여자가 더 많이 태어날까? 남자가 더 많이 태어날까? 또 이런 데도 관심을 기울여 보자. 과학자나 기술자 같은 이공계를 전공한 집안은 어떨까?

경영이나, 법, 철학, 정치 등 인문계를 전공한 집안에서는 누가 더 많이 태어날까? 주위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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