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은퇴 기로에 서있다.[사진=커넥티비티]

【뉴스퀘스트=이무현 기자】 “지금까지의 격투 인생이 이 순간을 위해 달려온 것 같다. 마지막 타이틀 도전이 될 것을 안다. 웃으면서, 후회없이 싸우겠다.”

지난 4월, 커리어 두 번째 UFC 챔피언십을 앞둔 정찬성은 케이지에서 즐겁게 싸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금까지의 격투 인생이 모두 이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정찬성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패배가 선언되자 바닥에 엎드려 서럽게 울었다. 

그러면서 정찬성은 은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찬성은 “어느 때보다 자신 있었고 몸 상태도 좋았다. 그러나 넘을 수 없는 벽을 느꼈다. 더는 챔피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한다. 이걸 계속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많은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타이틀전 패배 이후 약 3주가 지난 4일,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통해 정찬성의 인터뷰가 전파를 탔다.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정찬성은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10일 있었던 볼카노프스키전에 대해 되돌아봤다.

그는 “나는 평생 키 168cm의 단신 선수에게 잽을 맞아본 적이 없었다. 볼카노프스키에게 잽을 맞기 시작하며 경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1라운드 이후 기억이 없지만, 코치님께 내가 ‘쟤 정말 잘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 경기를 하며 버티는것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사실이 지금까지도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고 울먹였다.

정찬성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은퇴에 대한 발언은 너무 감정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걱정과 격투기에 대한 애정 사이에서 여전히 갈등 중이다.

정찬성은 “당시에는 너무 감정적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고민 중이다. 나이가 문제는 아닌데, 아빠로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전했다.

종합격투기는 현대 무술의 총합체이다. 스탠딩에서 타격은 물론 그라운드에서의 꺾기와 조르기도 가능하다. 그렇기에 격투기 선수들은 초인적인 힘을 써야 하고, 이에 대한 고통을 감내한다. 상대를 쓰러뜨려야 이길 수 있기 때문에, 부상을 달고 살 수밖에 없다. 

정찬성은 “격투기 선수 생활을 하며 전신마취 수술만 9번을 했다. 지금은 괜찮지만 혹시나 머리에 문제가 생기는 등의 부상은 상상도 하기 싫다. 세 아이의 아빠로서 행복한 미래를 그리고 싶다. 그러나 지금 그만두기에는 아직 격투기를 너무 사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찬성은 전 세계 격투 팬들이 공인하는 소문난 노력파다. 본인 역시 노력이 재능이라면 세상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피나는 노력으로 위기가 올 때면 ‘좀비’처럼 일어났다. 지난 2011년 3연패의 위기를 딛고 일어나 UFC 최초의 트위스터 승리를 따냈고, 2017년에는 4년 만에 복귀전에서 데니스 버뮤데즈를 TKO로 꺾으며 “링 러스트는 허구”라고 외쳤다.

정찬성이 다시 케이지에 오를지, 혹은 새로운 삶을 탐색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고 더 강해졌던 것처럼 다시 한번 보란 듯이 이 난관을 뛰어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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