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男子 女子, 그리고 女子(34)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흡연이 주는 해악은 열거하자 못할 정도로 많다. 그럼에도 흡연의 이점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고집의 배경은 다른 것은 몰라도 흡연이 적어도 사람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긴 스트레스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주관적인 것에서 오는 하나의 심적인 장애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를 못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나친 억측일 뿐이다.

골초들은 담배를 ‘심심초’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텅 빈 마음을 채워주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흡연의 백해무익에도 불구하고 득으로 계산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흡연이 주는 해악은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그럼에도 흡연의 이점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니코틴 성분은 오히려 정신을 긴장시켜 스트레스 강도를 더 높인다. [사진= 위키피디아]

‘심심초’, 아니다. 오히려 스트레스 더 커져… 니코틴이 주범

골초들은 담배를 끊게 되면 그로 인해 생기는 스트레스 때문에 금연을 할 엄두를 못 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한갓 핑계에 불과하다. 금연을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도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본다면 담배의 마지막 효능마저 사라지는 셈이다. 결국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론도 입지도 사라진다.

수년 전 영국의 일간 ‘데일리 매일’은 금연이 오히려 스트레스 수치를 줄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흡연자들은 담배가 그들의 극도로 예민해진 신경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핑계를 대지만 금연을 한 흡연자들이 겪는 만성적인 스트레스 수치는 줄어든다"고 전했다.

과학 연구를 인용하자면 담배 속에 함유된 니코틴은 사람의 마음을 이완시키기보다 불안과 긴장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바츠 & 런던 의과-치과 대학의 피터 하이젝(Peter Hajek) 교수는 469명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이들은 모두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들로 1년간 금연을 시도했다.

금연하면 스트레스 수치 20% 줄어

연구결과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은 종합적인 스트레스 수치가 20% 정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연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흡연을 한 사람의 스트레스 수치는 종전과 차이가 없거나 증가했다.

연구팀은 금연과 스트레스의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실험을 시작하기 전 실험 참가자들의 나이, 교육정도, 흡연의 양, 스트레스 수치를 기록했다.

실험에 들어가기 전 참가자의 85%는 담배가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고, 절반은 아주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험을 계기로 금연을 시도한 전체 대상 가운데 41%는 1년 후 다시 담배를 찾지 않았다.

이 연구를 주도한 하이젝 박사는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들일수록 담배에 의존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담배를 끊게 되면 초조함,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에 담배를 피워야만 안도하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는 계속 쌓인다"며 "하루 20개비를 피우게 되면 20번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술지 ‘중독(Addiction)에 실린 이 연구 논문에서 하이젝 교수는 "금연은 육체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흡연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한편 이스트 런던 대학의 심리학자인 앤디 패롯(Andy parrot) 교수는 "정부의 금연 정책에서 담배가 사람의 긴장과 불안을 덜어준다는 허무맹랑한 신화를 깨트려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면 지금 당장 담배를 끊는다면 우리 몸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수년 전 미국 암학회가 지정한 ‘금연의 날’을 맞아 미국의 한 의사가 이에 대한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한 해답을 내놓았다.

금연의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즉시 인체에 좋은 응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10년 정도 지나면 흡연으로 인한 질병 발병률이나 사망률도 비흡연자와 거의 비슷하게 된다.

비록 니코틴과 같은 성분이 체내에도 다소 축적돼 있겠지만 과거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웨이드 메러디스(Wade Meredith)박사가 그의 건강 블로그에서 밝힌 내용은 금연의 효과를 시간대별로 아주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apa.org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현대에 만연하는 정신적 장애다. 그러나 흡연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악화시킨다는 연구가 나왔다. [사진= apa.org]

효과는 금연 20분 후부터 나타나… 우선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와

▲ 우선 금연한 지 20분이 지나면 우리 몸에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선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 다시 8시간 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고 계속 금연하면 인체에 가장 해로운 독성 물질인 일산화탄소의 혈중 농도가 반으로 감소한다. 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혈중 산소 농도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 다시 48시간이 지나면 심장마비나 발작이 일어날 확률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또한 흡연으로 담배 속에 있던 니코틴과 같은 해독 물질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미각과 후각이 서서히 정상을 되찾기 시작한다.

▲ 72시간이 지나면 가래가 끊어 불편했던 기관지가 깨끗해지며 온몸의 활력도 증가한다. 몸이 과거와 달리 개운하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다.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이러한 기분은 이후 10주까지 꾸준히 상승한다.

▲ 3~9개월 동안 꾸준히 금연 상태를 유지할 경우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폐활량이 10% 정도 증가한다. 따라서 기침이나 헐떡거림 등 호흡기 문제가 거의 사라진다. ▲ 12년 동안 이러한 금연 상태를 유지할 경우 심장마비가 일어날 확률은 무려 반으로 감소한다.

▲ 5~15년 동안 계속해서 금연 상태를 유지할 경우 뇌졸중이나 폐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 발병 확률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우선 5년 내로 뇌졸중 발병 확률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돌아선다.

▲ 10년이 지나면 폐암 발병 확률이, 15년 내에는 심장발작 발병 확률이 비흡연자 수준과거의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다.

금연은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일단 성공하면 얻는 건강상의 이점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혈관 및 호흡기 계통 발병 확률은 하루 이틀 안에 낮춰지는 것이 아니므로 하루라도 먼저 금연하는 것이 좋다.

이제 흡연이 설 땅은 완전히 사라졌다. 담배의 마지막 효능마저 부정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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