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한국·중국·대만 등 아시아 국가서 반도체 인센티브 넘쳐나"
2026년 세계 반도체 투자서 미국 13% · 아시아 3/4 차지할 듯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워싱턴에서 동료 의원들과 '반도체 및 과학법'에 서명한 내용을 보이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단했지만 아시아 중심의 반도체 지형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 큰 투자를 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아시아에서 관련 인센티브가 이미 넘쳐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상원과 하원은 2800억달러(약 366조원) 규모의 '반도체 및 과학법'을 가결했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설 건립과 연구·노동력 개발에 자금을 투입하는 게 골자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게는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한다.

그럼에도 미국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에서 아시아가 투자와 지원 카드를 꺼내며 영향력을 키워온 만큼 그 판세를 한 번에 뒤집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반도체 투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 수준으로 예상된다. 반면 아시아 국가는 전체 지출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는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의 공격적인 인센티브 전략이 깔려 있다.

한국은 향후 5년간 2600억달러(약 340조원)의 반도체 투자 장려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인재 양성기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추정치에 따르면 중국은 2014년부터 2030년까지 반도체 기업에 1500억달러(약 196조원) 이상을 제공한다. 현금 보조금과 우대 금융, 세제 혜택 등을 종합한 값이다.

대만의 경우 반도체를 곧 국가 안보의 생명줄로 인식하고 지난 10년 동안 반도체 생산을 위해 약 150여개의 정부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대표적으로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2020년 이후 현지 공장 건설과 증설 과정에서 약 20억달러(2조6000억원)의 지방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향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각 국가들이 관련 업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컨설팅회사 인터내셔널비즈니스스트래티지(IBS)는 세계 반도체 산업의 규모(연간 매출)가 지난해  5530억달러(722조원)에서 2030년 1조3500억달러(176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 의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약 80%는 한국(28%), 대만(22%), 일본(16%), 중국(12%) 등 아시아 4개국이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의 피터 핸버리 분석가는 "반도체 보조금을 두고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정된 숫자의 반도체 기업들을 두고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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