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과한 반도체법과 TSMC 미국공장 증설 두고 대화할 듯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가운데)이 3일 대만 타이베이의 입법원(의회)을 방문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고 중국 반체제 인사 면담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아시아 순방 중 대만을 찾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회장과 면담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이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른 가운데, TSMC의 미국공장 증설과 같은 핵심 안건을 두고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펠로시 의장은 대만을 방문하는 동안 TSMC의 류더인(마크 리우) 회장을 만나 반도체가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매출 기준)은 53.6%로 1위다.

현재 미국이 생산하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와 재블린 미사일에 TSMC 반도체가 사용되고 있다. 미국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에도 TSMC가 제조한 칩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리우 회장을 만나 최근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과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확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과 연구·노동력 개발, 국방 관련 반도체 제조 등에 520억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게는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한다.

WP가 인용한 소식통은 "이번 만남은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의 설비 확대를 고려하면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TSMC는 2020년 5월 120억달러(약 15조7000억원)를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은 내년 연말쯤 준공된다.

회사는 애리조나 공장에 추가 공장 및 설비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해왔는데, 미국 반도체법이 시행되면 관련 논의가 본격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WP는 "중국이 대만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은 TSMC에 대한 의존도를 우려하고 있다"며 " 이런 우려로 인해 미국 의회와 정부는 TSMC가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 간의 무력 충돌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반도체 공급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다.

TSMC 12인치 웨이퍼 공장 [사진=TSMC]

한편 중국의 견제 속 펠로시 의장이 2일 대만 땅을 밟으면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최고조로 달하고 있다.

중국은 대대적인 무력 시위를 예고하며 대만에 대한 천연 모래 수출을 잠정 중단하는 등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펠로시 의장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면담, 입법원(의회) 및 인권박물관 방문, 중국 반체제 인사 면담 등의 주요 일정을 소화하고 출국할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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