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식물을 공부하는 일이 참으로 보람된 일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들꽃의 삶과 산꽃의 삶을 구분할 수 있고 그들의 시선에서 식물의 분포를 예측하는 감이 생긴 것,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물과 먹을 수 없는 식물로 구별할 줄 아는 눈을 갖게 된 것, 그들 가운데 맛있는 풀과 맛이 별로인 풀을 나름 객관적인 잣대로 분별해내는 미각을 얻은 것, 특히 몸에 좋은 약초와 그렇지 못한 독초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요즘 비건 선언 소식이 부쩍 늘고 있다.우리 산과 들의 나물들은 부지런히 새순을 내며 동물성 식품에 매달리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냉이와 쑥과 달래는 봄의 전언과 같은 그 향기로, 고들빼기와 민들레와 씀바귀는 특유의 쌉싸름함으로, 두릅나무와 음나무(개두릅)와 독활(땅두릅)의 새순은 각기 다른 연둣빛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식물들은 겨우내 농축한 에너지를 저마다 지상에 꺼내 놓는다. 대체로 익숙한 들판의 봄나물과는 달리 특정
[편집자주: 유강근변호사는 사시38회 출신으로, 서울에서 ‘법무법인 백두 대표변호사’ 등을 지내다가, 수년간의 준비 끝에 강원도 양양군으로 귀농하여, 양양에서 ‘변호사유강근법률사무소’를 개설하여 농사와 변호사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유변호사는 뉴스퀘스트 독자들에게 산촌생활의 즐거움과 한가함을 전해 줄 것이다.][뉴스퀘스트=유강근 변호사] 한 15년전 쯤이었나. 시골 텃밭에 아이들 교육용으로 작은 야생화꽃밭을 만든 적이 있었다. 야생화에 빠져 산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도감을 뒤져 이름을 알아내곤 하던 시기였다. 그즈음 막 야생화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많이 생겨났다. 정부에서도 도로변이나 공원에 팬지, 페추니아, 데이지 같은 외래종 화초 대신 원추리, 붓꽃, 벌개미취 같은 야생화 심기를 권장하여 농가들을 지원했었다.텃밭에 심을 야생화 모종을 구입하기 위해 마침 야생화 붐을 타고 곳곳에 생겨난 충북 진천, 경기도 양평 등지의 야생화농장으로 다니곤 했다. 이 때 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