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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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리더에 대해 정통한 많은 전문가분들이 계시지만, 행동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리더의 덕목 한 가지만 뽑으라고 하면 주저 없이 ‘주는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이미 ‘기브앤테이크’의 저자 아담 그랜트도 성공하기 위해서 주는 사람이 되라고 말했고, 로버트 치알디니도 ‘설득의 심리학’에서 6개의 원칙 중 상호성의 원칙 (reciprocity)이 가장 강력하고 중요하다고 말하며 먼저 주면 더 큰 것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 우리는 이쯤에서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그래, 주는 게 좋다는 건 알아. 근데 무턱대로 다 주나? 도대체 뭘 주어야 하지?”

오늘은 여기에 대한 답으로 두 가지를 얘기하고자 한다.

그 중 하나는 바로 ‘권한’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권한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리고, 권한은 때로는 통제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경제학과 심리학 학위를 모두 가지고 있는(이 정도면 행동경제학자라고 해도 되는데 신경과학자라 얘기한다) 탈리 샤롯은 ‘최강의 영향력’(원제: The Influential Mind)이라는 책에서 통제력 상실에 대한 공포가 인간이 느끼는 모든 공포의 원인일 수는 없지만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통제할 수 있는 것보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서 더 큰 공포를 느낀다고 이야기하며 대표적으로 비행기 사고를 예로 든다.

비행기 사고에 대해 큰 공포를 느낀다는 사실은 비행기 사고를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무언가에 대한 통제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만큼, 자신의 권한이 확장되었다고 생각하면, 즉 통제에 대한 권한을 보다 더 가지게 되면 사람들은 보다 큰 기쁨을 누리게 된다.

케이트 램버튼 (Cait Lamberton) 등은 2014년에 행한 납세자에 관한 실험 (Eliciting Taxpayer Preferences Increases Tax Compliance)을 통해 세금에 대해서도 직접 사용처를 결정할 수 있는 통제권을 가진다면 훨씬 더 세금 납부를 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이 실험에서 연구원들은 참가자들에게 실내 건축 사진을 보여주고 이에 대해 등급을 매긴 사람들에게 10달러씩 나눠줬다.

그리고, 한 그룹은 돌아가기 전에 연구실에 세금 3달러를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대상 그룹 참가자들의 절반은 세금을 내지 않고 돌아가거나 3달러가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내고 돌아갔다.

또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 역시 세금 3달러를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들은 세금을 낼 때 이 세금을 어떻게 써야 좋은지에 대해 자기 의견을 말하고 갈 수가 있었다.

그 결과 참가자들에게 발언권을 주었을 뿐인데 대상의 70%가 세금 3달러를 온전히 내고 돌아갔다.

우리가 그렇게 내기 싫어하는 세금에 대해서도 사용처를 당신이 정할 수 있다는 등 통제에 대한 일말의 힌트라도 주어지면 세금을 내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사람이 스스로 통제력을 행사한다고 느끼도록 만들었을 때, 그 사람의 행동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리더가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하는 것은 바로 정보이다.

알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알아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정보가 있고, 그렇지 않은 정보도 있다.

얼마 전 우리 아들이 영재고 시험을 쳤는데, 지원한 영재고에서 제시한 최초의 최종 합격자 발표일이 또 다른 과학고 전형 일정과 겹쳤다.

이럴 경우는 수험생이 만약 합격했다는 사실을 미리 알면 다른 과학고에 자기소개서와 원서를 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최초대로 다른 학교 원서 제출일과 최종 합격자 발표일이 겹치면 수험생은 또 한번의 수고를 하기 때문에 본인에게는 불이익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영재고 합격자 발표일을 며칠 앞으로 당기면서 합격자가 다른 시험 전형을 준비하는 그런 수고로움은 없어졌다.)

그런데 우리가 대부분 겪듯이 결과가 오후 5시에 발표난다고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그 사이트에 들락날락 거리는 일은 너무 흔하다.

그 결과를 몇 시간 먼저 안다고 해서 내가 받는 혜택이 새롭게 생기거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못참고 계속해서 조금이라도 먼저 알고자 하는 욕구는 불확실성에서 나오는 불쾌감을 줄이기 위해 나오는 행동이라고 흔히들 얘기한다.

즉, 정보의 공백기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불쾌감이 유발되고, 정보의 공백기가 없어지게 되는 경우에는 만족감이 커지게 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점은 인간 본연의 특징인가?

신경과학자 브롬버그 마틴과 오키히데 히코사카는 실험을 통해 원숭이도 정보를 갈구하는지를 알아보았다.

원숭이에게 보상 실험을 한 결과, 보상의 크기를 사전에 알고 싶어한다는 점, 즉 사전 정보를 갈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신경과학자들답게 실제 원숭이의 뇌 속 세포와 전달물질을 관찰하였는데, 놀랍게도 원숭이들이 보상에 대한 정보를 갈구하여 알아냈을 때, 도파민 신경세포가 활성화 되었다.

즉, 정보는 섹스나 뜻밖의 선물을 받거나 했을 때처럼 똑같이 도파민을 분비하는 촉매제가 된 것이다.
정보는 바로 보상이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는 예전보다 많은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이러한 정보 중에서 상대편에게 가장 적합한 정보를 골라주면서 정보의 공백으로부터 오는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다면 정보를 받은 사람은 예기치 못한 최고의 선물을 받은 듯이 느낄 것이다.

이게 바로 정보가 주는 힘이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리더가 타인에게 주어야 하는 구체적인 그 무엇들 중 최고는 권한과 정보임을 명심하자.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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