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도 없이 발로 뛰는 모습..."회장 취임으로 더 바빠질 듯"
연말 임원인사 임박...`새로운 삼성' 밑그림 제시될지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8일 부산 소재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동아플레이팅은 삼성전자로부터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곳이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8일 부산 소재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동아플레이팅은 삼성전자로부터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곳이다. [사진=삼성전자]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같이 만듭시다."

지난 10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당시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결정됐다. 이 회장은 격식 차린 취임사 대신 사내 게시판을 통해 각오를 밝히며 달라진 삼성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로부터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이 회장은 글로벌 큰 손들과 회동하고, 지역 협력사를 찾아 상생을 강조하는 등 분주한 일정을 소화했다. 회장 타이틀과 함께 본격적으로 발로 뛰는 행보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다.

◇ 미스터 에브리싱·반도체 슈퍼 을(乙)...글로벌 네트워크 다져

이 회장의 지난 한 달은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만남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만남이였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대표들과 함께 빈 살만 왕세자가 머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을 방문해 약 두 시간 동안 차담회를 가졌다.

사우디의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 추진이 테이블에 오르면서 이 회장은 적극적으로 투자와 파트너십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공개된 사진에서는 이 회장이 빈 살만 왕세자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반도체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도 빠지지 않았다.

같은 날 한국과 네덜란드의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반도체 기업인 차담회에 참석했는데, 이를 계기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도 가졌다.

ASML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슈퍼 을'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도전장을 내민 반도체 미세 경쟁에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요 대비 공급량이 많지 않아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이 회장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바쁜 일정 속 상생에 초점을 둔 행보도 보였다. 취임 후 첫 행선지로 삼성에 철판 가공품을 공급하는 광주 협력사를 찾았고, 이달에는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던 부산 소재 도금업체를 방문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8월 광복절 특사 이후 외부 활동이 활발해졌는데, 회장 타이틀을 달면서 대외 위상이 높아진 만큼 보폭이 더 빨라지는 양상"이라며 "해외 출장 등 추후 일정을 계획하며 더 바빠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와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지난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차담회 방식으로 회동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홈페이지 갈무리/연합뉴스]

◇ 미래 비전 제시에 이목 집중

광폭 행보와 달리 이 회장의 '입'은 조용하다.

이 회장은 취임 소식이 나왔던 당일 "국민에게 더 신뢰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라고 취재진에 답하고, 취임사를 대신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 외에 향후 비전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관심은 일단 연말로 예정된 임원 인사에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이 구상하는 새로운 삼성에 대한 밑그림을 주요 경영진의 승진 혹은 재편을 통해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임 후 첫 인사라는 점도 주목된다.

인사 명단은 12월 초에 나올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소비자가전·모바일 등 3개 부문의 수뇌부를 모두 교체했고, 가전과 모바일 사업을 통합하며 '한종희·경계현 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한차례 큰 변화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비슷한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데, 경영 목표에 따라 젊은 인재를 얼마나 중용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그룹 내 컨트롤타워 부활 여부도 지켜볼 부분이다.

이재용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번 인사는 그가 그리는 미래 비전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 지 그 모습의 일단을 드러낼 것이라는 점에서 재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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