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예대금리차 공시·은행채 발행 여부 등 막강한 권한 소유
경제 위기에 금융권 희생 강조…‘낙하산 인사’ 논란도 여전
형식적 간담회 아닌 의사소통 통한 정책 결정 요구 목소리 높아

국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금융당국이 기업의 협조를 구하면서도 각종 정책 수립과 실행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금융권 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달 초 국회에서 열린 서민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금융당국이 기업의 협조를 구하면서도 각종 정책 수립과 실행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금융권 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달 초 국회에서 열린 서민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서 나오는 자료를 보면 금융권과 협의를 했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됩니다. 간담회는 그저 형식일 뿐 이미 다 정해놓은 내용을 통보하는 자리입니다.”

금융당국이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소통’보다 ‘통보’ 방식을 우선시하면서 금융권 내 불만이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금융당국이 기업의 협조를 구하면서도 각종 정책 수립과 실행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요 사례를 보면 우선 올해 8월부터 시행된 은행별 예대금리차 공시에 대해 은행권은 시행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예적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격차가 줄어드는 효과보다 수신금리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특히 은행마다 경영 목표, 운영 방식, 내부 사정 등이 다른데 단순히 예대금리차만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A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대출을 많이 해주거나, 서민금융상품을 취급하면 당연히 예대금리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극단적인 예로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에게만 대출을 해준다면 오히려 그게 더 나쁜 은행”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은행들은 앞다퉈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섰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이번엔 은행에 시중은행에 돈이 너무 쏠린다는 이유로 금리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B은행 관계자는 “시장 논리에 돌아가는 것보다 정부 정책에 금리가 너무 크게 휘둘리고 있다”며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는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하지만,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은행채 발행 여부도 금융당국의 의지대로 결정되고 있다.

지난 9월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인해 채권시장이 흔들리면서 금융당국은 신용등급이 높은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돈맥경화’ 해소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고, 금융지주들은 약 95조에 이르는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금융당국이 단계별 발행 허용으로 태도를 바꿨다는 점이다.

C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 여부는 오로지 금융당국의 손에 달려있다”며 “만기도래 은행채 발행 허용은 환영하지만,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정책이 또 언제 바뀔지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각종 금융 정책의 수립·전환에 있어 금융권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기업의 입장도 반영하면서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추진하길 희망한다는 게 금융권 내 중론이다.

여기에 추가로 최근 차기 회장·은행장 선임에 있어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금융권의 불만은 가중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NH농협 차기 회장으로 당초 연임이 유력했던 손병환 회장이 아닌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되면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는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 회견’ 등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정책 수립, 인사권 문제 등에 있어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기업들과 유기적인 소통을 통한 정책을 펼쳐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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