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시절 캠프 출신 인물 논란 불가피
IBK기업은행·BNK금융 官출신 인사 하마평…금융노조 "모피아 낙하산 반대"

12일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관료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됐다. 사진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과 임종룡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12일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관료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사진 왼쪽)이 낙점됐다. 사진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과 임종룡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남지연 기자】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관료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되면서 연말 금융권 낙하산 신호탄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업계에서는 현 손병환 회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예상했다.

손 회장은 1962년생으로 비교적 젊은데다, 최근 NH농협금융의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높은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손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인 기류가 흘렀고, 여러 언론에서 현 정권과 가까운 이 전 실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떠오른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실제로 이 내정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캠프 좌장을 맡아 초반 정책 작업에 관여했으며,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IBK기업은행과 BNK금융지주에도 관료 출신 외부 인사들이 임명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금융노조 등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석준 전(前) 국무조정실장이 차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NH농협지주는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 전 실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1959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 동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 내정자는 지난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 미래부 1차관에 이어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이 내정자가 실물경제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정확한 정책 판단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또한,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손해보험 사외이사 등을 역임하며 금융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보유하는 등 금융지주회사 CEO로서 필요한 역량을 두루 갖췄다는 설명이다.

농협금융 임추위 관계자는 “현재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내외 금융·경제 상황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통해 농협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농협금융의 새로운 10년을 설계할 적임자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이사회와 주총을 거쳐 최종 선임되며 임기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1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임명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사진=남지연 기자]
1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임명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사진=남지연 기자]

한편, 이날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 전 실장이 낙점되면서 일각에서는 연말 금융권 낙하산 신호탄이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권에 따르면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2일 만료된다.

현재 기업은행 안팎에서 윤 행장의 후임으로 관료 출신 외부 인사로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도규상 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내부 인사들로는 김성태 현 기업은행 전무,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가운데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 전원장은 1961년생 행정고시 28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 차관보,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정 전 원장은 지난해 8월부터 금감원장에 취임했으나,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취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 5월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정 전 원장은 금감원 산하기관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에 위촉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노조는 정 전 원장이 법의 맹점을 이용해 기업은행장에 오르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직자윤리법 제 17조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에 따르면 퇴직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제 3년간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있는 취업 제한기관으로의 취업이 제한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정 전 원장은 시중은행에는 취업이 불가능하지만, 기업은행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고 있기에 취업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금융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권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을 마피아에 빗대어 이르는 말) 낙하산 임명 결사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형선 IBK기업은행지부 지부장은 12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금융위원장이나 금융감독원장은 시중은행장으로 갈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다만, 정은보 전 금감원장은 기업은행이 공직자윤리법에 예외가 된다고 하여 편법으로 법꾸라지 낙하산 기업은행장이 되려 한다"고 지적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도 “정은보가 훌륭했다면 금융감독원장의 임기를 채워야지 6개월만에 기업에 내보내는것은 원장 사태에 대한 보은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 정부의) 오직 모피아 자리챙기기에 공정과 상식은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 금융회사는 놀이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BNK금융지주도 낙하산 인사가 나올 수 있는 곳으로 점쳐지고 있다. BNK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13일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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