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무임수송 증가로 적자 폭 늘어, 정부 재정 지원 절실"
추경호 "운영시설 적자를 중앙정부가 빚내서 지원하는 건 맞지 않아"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와 관련된 논란이 여전히 핫이슈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서울 지하철 및 시내버스 요금 인상 추진 여부 발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의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70세 상향 조정 발언과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조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의 경우 무임승차로 인한 지하철 적자가 누적되면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 상태가 좋은 지자체를 지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국회를 찾아 "무임수송이 부담스러운 단계에 와있고 8년간 올리지 못해 적자폭이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요금인상을 해야 하는데 인상폭을 최소화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해 정부에도 부탁드리고 국회차원에서도 법령 개정이 필요해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9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고, 부산지하철은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가 전체 적자의 40%를 차지한다"며 "서울이 어렵다면 지방이라도 먼저 지원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무임수송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주장을 듣자니 거대한 벽을 보는 듯하다"며 "국가에서 정책을 결정했는데 그 부담은 지자체만 짊어지라는 비정상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의 말대로 무임승차로 인한 지하철 운영사들의 적자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서울 등 전국 6개 도시철도공사의 무임승차 손실은 6300억원으로, 같은해 경영손실(1조756억원)의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승객 측면으로 보면 같은해 지하철과 경전철을 이용한 승객(26억4200만명) 중 무임승차자는 4억9600만명(18.8%)로, 이중 65세 이상 노인은 4억840만명(82.3%)을 차지했다. 

반면 정부는 “지하철 운영시설 적자를 중앙정부가 빚내서 지원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오후 열린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지자체가 노인분들에 대해 몇 세부터 무임승차를 할 지에 대한 문제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적자 부분을 중앙정부에서 지원해달라고 하는 문제가 섞이다 보니 논란이 되는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추 부총리는 "서울도시철도는 서울의 지자체 시설이고 지방공공기관이 운영한다"며 "이건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책임지고 운영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자체 시설을 운영하면서 적자 부분있으니 어렵다고 나라에서 지원해달라는 논리 구조는 맞지 않다"며 "서울은 재정자립도가 80%가 넘어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곳인데 전남, 경북 등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이건 형평성 차원에서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무임승차 연령 상한 조정과 관련해서도 "65세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부터 이용시간을 제한하자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60세 정년인 퇴직연령을 고려할 때 65세 이상은 어렵고, 한국의 노인빈곤률이 높다는 현실도 있다.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는 국가든 지방이든 많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울시에서 운영하면서 생기는 적자는 원가를 절감할 부분이 없는지 스스로 살피는 자구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하철 적자의 원인은 각종 무임승차 외에도 원가에 못 미치는 낮은 운임, 경영의 비효율성 등 세가지를 꼽을 수 있다.

추 부총리는 이중 경영의 비효율성 등을 꼽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은 '요란한 빈수레'의 모양새로 끝날 가능성이 커보인다.

지하철 무임 수송 지원 등은 도시철도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내년 총선 등 각종 선거에서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호일 대한노인회회장은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이 노인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무식한 사람"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지난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65세 이상자에 대한 지하철 무료 혜택은 노인복지법에 있는 조항"이라며 "광역시장이 혼자서 일방적으로 법을 어기면 그 사람이 위법행위를 했으니 처벌 받아야 될 사람이다. 국회에서 법을 고치기 전에는 어느 누구든지 일방적으로 그걸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 시장이 현재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이 65세 이상으로 되어 있어 70세로 변경해도 된다는 주장에 "그 사람 무식한 사람 아니냐"며 "무임승차는 어린애도 해당이 되고 장애인도 해당이 되고 노인도 해당이 되는데 툭 하면 우리나라가 노인 문제를 가지고 거론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낮에 지하철을 타면 빈자리가 많은 상태에서 다니는데, 그 빈자리에 노인 여러 사람이 탔다고 왜 적자가 나냐"며 "노인 때문에 적자니 흑자니 이런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 현재 전체 인구수는 5155만8034명으로 이중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무려 950만 명(18.4%)이다. 

선거를 앞둔 정당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아니 반드시 지켜야할 숫자다.

이에 일부에서는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를 만들어 놓고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습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갈수록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대중교통 무임승차 연령 상한 조정 및 폐지 등은 적극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60대 A모씨는 "무임승차 혜택을 받고 있지만 서울시가 적자라면 안 해주는 게 맞다"며 "인구는 줄고, 노인은 많아지는데 세수가 계속 줄어들 것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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