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추가 인상 가능성 배재할 순 없지만, 마무리 단계”
메리츠 “가능성 열어놓은 것일 뿐 인상하는 것이라 볼 순 없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미국 금리 변동 등 다양한 변수는 남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때까지 3.50%로 유지한다고 23일 밝혔다.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때까지 3.50%로 유지한다고 23일 밝혔다.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제 금리인상 기조가 막바지에 달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리인하까지 논할 수준은 아니지만 가계 부채 부담,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기준금리와의 격차 해소, 물가불안 등을 이유로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때까지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동결 이유에 대해서는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겠지만,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연중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꼽았다.

또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가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금통위의 설명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이다.

금통위는 “세계 경제의 성장과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이어졌지만, 양호한 고용 상황 지속과 에너지 수급 우려 완화 등으로 주요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고 판단했다.

또 “국내 경제의 경우 IT 경기부진 심화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소비 회복 흐름도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수출 증가와 얼어붙은 소비심리 활성화에 초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올해 최종 기준금리는 3.50%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최종 기준금리에 대해 금통위 위원 1명을 제외한 5명이 3.75%라고 언급했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자는 의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금리 동결 이후 1305원·달러까지 상승했던 원화가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회견 중 10원 가량 절상되는 등 원화 변동성이 지난해 4분기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상향 조정이 되고 있는 주요국의 성장률 컨센서스와 달리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 부담과 수출 부진 등으로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점도 추가 인상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지만, 올해 말까지 현재 수준인 3.50%에 그칠 것이라는 게 임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물론, 미국 경기의 ‘노 랜딩’(no landing) 가능성으로 연방준비제도의 최종 기준금리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변동 추세. [그래프=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변동 추세. [그래프=연합뉴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상당 기간 3.50% 동결이 유지되겠지만, 연내 인하 기대 가능성은 낮게 본다고 밝혔다.

이미 1년 반 정도의 기간 동안 3.00%포인트에 해당하는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통화 긴축 영역에 진입한 상황에서 추가 긴축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높은 불확실성에 유연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매크로 분석 등을 통해 우리가 견지하고 있는 틀이 깨지기 전까지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국내 금리인상은 3.50%에서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당분간 채권투자자들은 기준금리 3.75%를 일부 녹인 국고3년 3.7% 내외 수준에서 대응 정도가 적절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증권가의 반응과 달리 미국 연준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국내 물가 불안으로 여전히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상반기 3.75%까지 오르고, 연말에는 3.75~4.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둔화세를 보이던 미국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올해 1월 들어 재차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또 작년 7월(6.3%) 이후 둔화되던 소비자물가가 올해 1월 5.2%(2022년 12월 5.0%)로 재차 상승했고, 근원물가도 작년 8월(4.4%)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추가적인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지만, 침체된 실물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고려했을 때 인상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제는 외환 위기, 코로나19 사태 등을 제외할 경우 2%대 성장률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평균치보다 낮은 1%대의 저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2023년 주요기관별 국내 경제 전망을 보면 한경연 1.5%, 정부 1.6%, 한국은행 1.7%, 한국개발연구원 1.8% 등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국내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물가 부담과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운용에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순하게 추종하기보다는 경쟁국의 금리인상 여부와 국내 경제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금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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