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잔치’ 논란에 1월 평균 은행 대출금리 작년 12월보다 모두 하락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열어놓았지만, 금융당국은 ‘낮출 것’ 당부
시중은행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 혼란스러운 분위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년 만에 동결했지만, 금융당국은 서민 경제 어려움을 내세워 금융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엇박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년 만에 동결했지만, 금융당국은 서민 경제 어려움을 내세워 금융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엇박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한국은행이 미국의 잇따른 기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계속적인 금리 인하 압박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적정 예·적금, 대출금리 수준에 대한 내부 논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발표하는 기준금리만을 표준으로 삼기에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너무 강하다”며 “요새처럼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때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유지한 상태에서 통화 정책을 운용한다고 밝혔다.

동결 이유에 대해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연중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즉, 2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국내외 주요 경제 지표를 참고하면서 추가 인상을 할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한국은행의 이러한 기준금리 운영 기조와 달리 올해 1월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작년 12월보다 낮아졌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2022년 12월 5대 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신용등급별 평균 금리는 ▲신한은행 5.61% ▲KB국민은행 5.36% ▲우리은행 5.36% ▲NH농협 5.09% ▲하나은행 5.02%였다.

한 달 뒤인 올해 1월 해당 상품의 평균 금리는 ▲신한은행 5.21% ▲KB국민은행 5.23% ▲우리은행 5.17% ▲NH농협 4.68% ▲하나은행 4.50%으로 모두 낮아졌다.

일반신용대출(서민금융 제외 평균금리)의 경우에도 작년 12월 최고 7.13%(NH농협)에서 최저 6.32%(하나은행)이었으나, 올해 1월 최고 6.43%(NH농협)에서 최저 5.85%(하나은행)으로 떨어졌다.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선 이유는 수억대 성과급·희망퇴직금 등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 중 하나로 주요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해왔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행에서 돈을 빌린 고객들의 사정은 어려워졌는데 은행들은 대규모 수익을 내며 성과급을 지급했다”며 “대통령뿐 아니라 누구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또 금융감독원은 2월 금통위가 열린 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동향과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면서 높은 수준의 대손충당금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기준금리가 동결됐으나, 최근 국제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시장금리가 추가 상승할 수도 있다”며 “금리 상승이 금융소비자와 부동산 PF 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 기업들이 평상시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충당금과 자본비율을 유지하도록 하는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리 인하’와 ‘대손충당금 확보’라는 금융당국의 두 가지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낮아졌어도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별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각자 다른 관점으로 정책 운영을 하는 과정에서 은행들만 비판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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