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로 불안지수 ‘위기’ 수준 유지
외국인 이탈 등으로 국내 증시자금 2조 5000억원 감소
미국 기준금리 0.25%p 인상 관련 국내 경제 영향 전망도 엇갈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 금융당국이 각종 경제지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등을 이유로 금융불안지수를 위기 단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 금융당국이 각종 경제지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등을 이유로 금융불안지수를 위기 단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금융당국이 연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후폭풍을 예의주시하면서 금융시장 안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제 주체의 신용 위험과 대외 부문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고,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주요 경제지표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 부진한 연체율 개선,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등으로 맥 못 추는 한국 경제

23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등을 이유로 금융불안지수를 위기 단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 DSR규제 등의 영향으로 가계신용 증가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민간신용 증가세가 둔화했다.

연체율은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채무상환부담이 증대되면서 최근 상승 전환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부동산시장 부진이 지속되면서 주택 가격은 각종 대출규제·세제 완화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하방압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미분양물량이 쌓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식·채권시장도 대내외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주식·채권가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의 긴축 기조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 후 일정 부분 변동성이 줄어들었다가 최근 SVB 파산 사태 등이 부각되면서 다시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예로 SVB 파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증시 자금은 약 2조 5000억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 등 국내 증시 자금은 총 131조 8803억원으로 열흘 전(134조 3556억원)보다 2조 4753억원(1.84%) 감소했다.

올해 초 ‘Buy Korea’(한국 주식 매수) 양상을 보였던 외국인들이 이달 중순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1조 3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 국내 금융기관 상태는 나쁘지 않은데…글로벌 불안정성이 ‘위험 요소’

현재 미국·유럽 주요 은행들과 비교했을 때 국내 금융기관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경영 건전성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 등으로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일부 비은행금융기관의 신용과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는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진 저금리 상황에서 벗어나 전 세계 경제가 ‘고강도 통화 긴축’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시장 불안감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정부와 한국은행은 24시간 관계기관 합동 점검 체계를 갖출 것”이라며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국내 금융 시스템과 금융기업 전반의 건전성을 상시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계기업 ▲취약 부동산 사업장 ▲다중채무자 등과 같은 금융 취약 부문의 잠재 리스크가 한꺼번에 터지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금융시장은 부채 구조의 취약성, 금융부문 간 높은 상호연계성 등으로 대내외 여건 변화에 과도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변동금리 중심의 부채 구조로 인해 금리상승 등 대내외 충격이 가계·기업의 채무상환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즉, 주요국 통화긴축 기조·SVB 파산 등 대외적인 요인과 국내 경기둔화·부동산시장 부진 등 대내적인 요인이 맞물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경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은 “대외 부문 불안감이 더 커지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 그래프.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 그래프. [사진=연합뉴스]

◇ 22년 만에 최대 역전 폭 기록한 한·미 기준금리 격차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지시간 22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50%포인트까지 벌어진 점도 고민거리다.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거친 후 성명을 통해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높은 4.75~5.0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양국 간 기준금리 격차는 2000년 5~10월(1.50% 포인트)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 폭을 기록하게 되면서 외국인 자본 유출 등에 대한 걱정을 안게 됐다.

다만,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낮아지면서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축소된 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4.75%~5.00%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최근 전개되고 있는 미국 은행 리스크로 인해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워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성명서에서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s)이 적절할 것’이라는 문구가 ‘약간의 추가적인 정책 긴축(some additional policy firming)이 적절해 보인다’는 표현으로 변경됐다는 점을 꼽았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연준은 통화 정책 운용에 있어 금융 불안보다 물가 안정에 우선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켰지만, 성명서 문구와 기준금리 전망 점도표 등을 살펴보면 금리 인상 후반에 진입했음을 암시했다”고 분석했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혼조세’

이날 국내 주식시장은 ‘온탕’과 ‘냉탕’을 오고가며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7.21포인트 하락한 2399.75으로 출발한 후 최종적으로 7.52포인트(0.31%) 상승한 2424.48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오후 한때 전날보다 10.77포인트 상승한 824.20을 찍었지만, 장 후반부터 하락세를 보이면서 1.24포인트(0.15%) 떨어진 812.19로 마쳤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들도 상승 기업(10곳)과 하락 기업(10곳)이 동률을 이루며 방향성이 제각각이었다.

삼성전자(+1.96%), LG에너지솔루션(+0.35%), SK하이닉스(+1.84%), 삼성SDI(+1.91%), LG화학(+1.28%) 등 10개 기업은 상승 마감했다.

반면에 삼성바이오로직스(-1.48%), NAVER(-1.45%), 기아(-0.63%), POSCO홀딩스(-0.30%), 카카오(-1.75%) 등 10개 기업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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