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상공회의소, 6년 만에 실무 간담회 개최
공급망 대응·탄소중립·청년 취업 등 협력안 논의
한일 정상회담 계기로 경제계 만남 늘어

한국과 일본 상공회의소 간 실무 간담회가 6년 만에 열렸다. 사진은 10일 실무단 앞에서 인사말을 하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 가운데)의 모습. [사진=대한상의]
한국과 일본 상공회의소 간 실무 간담회가 6년 만에 열렸다. 사진은 10일 실무단 앞에서 인사말을 하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 가운데)의 모습. [사진=대한상의]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한국과 일본 상공회의소 실무진이 6년 만에 얼굴을 마주하고 기업 간 협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전날 서울 상의회관에서 일본상공회의소 대표단과 6년 만에 간담회를 열고, 민간 경제계의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일본상의는 일본을 대표하는 가장 오래된 경제단체다.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 515개 상공회의소와 의견을 조율하고, 지역 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회의에는 일본 측 대표로 일본상의 국제본부 쿠가이 타카시 상무, 니시타니 카즈오 부장, 오사토 텟페이 서울사무소장 등이 참석했다.

대한상의에서는 이성우 국제통상본부장과 박준 아주통상팀장 등이 자리했고, 최태원 회장은 회의 말미에 깜짝 방문해 일본 측 실무진을 만났다.

최 회장은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 간 몇 가지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을 해나가면 좋겠다"라며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와 2030 부산엑스포를 플랫폼 등으로 연결시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라고 말했다. 양국 간 경제 접합선을 늘리자는 취지다.

이날 양국 실무진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대응 ▲탄소중립 협력 ▲청년 취업 등을 논의한 했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공급망 지형이 뒤바뀌고 있는 상황 속 한일간 공동 논의가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아울러 12년 만에 복원된 셔틀외교를 발판으로 '미래 지향적인 민간 경제협력'을 구축하기로 약속했다.

한일상의 회장단 회의를 개최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일상의 회장단회의는 지난 2017년 마지막으로 개최됐고, 올해 재개된다면 이 또한 6년 만이다. 양국 실무진은 빠른 시일 내에 회의가 재개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10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형희 SK SUPEX추구위원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쿠가이 타카시 일본상의 상무, 니시타니 카즈오 일본상의 부장. [사진=대한상의]
10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형희 SK SUPEX추구위원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쿠가이 타카시 일본상의 상무, 니시타니 카즈오 일본상의 부장. [사진=대한상의]

한일 경제단체 실무진이 수년 만에 얼굴을 맞댔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 현안을 중심으로 외교 갈등을 거듭해왔고, 그 여파로 경제 협력도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던 중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반전된 상황이다. 비록 "한국이 과도하게 저자세를 취했다"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경제계에서는 협력 기대가 피어오르고 있다.

일례로 대한상의는 이번 실무진 만남에 대해 "한일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가 정상회 길에 들어섬에 따라 6년 만에 재개되는 한일상의 회장단 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 산업계 니즈를 파악해 과제를 함께 연구하고, 청년을 위한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상의가 협력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경제단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달 일본 측 파트너인 게이단렌과 함께 도쿄에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을 열었다. 

당시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이 총출동하기도 했다. 전경련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한국과 일본은 협력을 강화하기에 앞서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정부는 지난달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불화수소·불화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의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 측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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