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기자간담회에서 “한미-OCI 통합은 불완전거래”
이달 한미사이언스 주총서 어머니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대결 불가피
한미약품그룹 “임 사장의 ‘100개 이상 바이오 의약품 제조’는 공허해” 비판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통합 계획을 발표한 후 반대 입장을 밝혀온 아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어머니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연합뉴스]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통합 계획을 발표한 후 반대 입장을 밝혀온 아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어머니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의 가족 간 갈등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양사 통합에 반대 입장을 밝힌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이번 통합절차가 ‘불완전거래’라고 주장하며, 국민연금공단에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촉구했다.

21일 임종윤 사장은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동생 임종훈 사장과 함께 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이 법률적 문제 등을 깊이 고려해서 올바른 쪽으로 의결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 같은 뜻을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가지고 있다. 

지난 1월 공시에 따르면 통합을 추진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송 회장의 장녀 임주현 전략기획실장이 각각 11.66%와 10.20%로 21.86% 지분을, 장·차남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각각 9.91%, 10.56%로 20.47% 지분을 갖고 있다. 

양측이 엇비슷한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어느 한쪽을 지지한다면 양측이 각각 제안한 이사진 선임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민감한 사안에서는 의결권 행사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도입 이후 10%대 이상의 안건 반대율을 보이는 등 민감한 사안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임종윤 사장은 “최근 국민연금을 방문했으나,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를 이유로 국민연금 측과 만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또 지분 11.52%를 가져 한미 창업주 일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지분이 많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 대해서는 “(통합 찬반을)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 같다.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동국 회장의 결정에 대해서는 송영숙 회장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송영숙 회장은 “한미약품이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이고 대주주의 한 사람으로서 주가가 올라가야 좋은 것 아니겠나”며 “(OCI그룹이라는) 든든한 응원군이 있으면 힘이 실리는데 막을 이유가 없지 않겠나”라고 통합 찬성을 기대한 바 있다.

그러나 임종윤 사장은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결정에 대해 여전히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임 사장은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불완전 거래”라며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서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머니와 동생은 이번 합병 이후 경영권이 유지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경험이 좀 없으시다 보니까 검토가 덜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OCI와 한미 합병 이후 기업 거버넌스(지배 구조)가 굉장히 불투명해 보인다”며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한미뿐 아니라 OCI 내부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고, 투명하고 심플한 거버넌스를 추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약품의 가족 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미래 경영 전략에 대해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 미래 전략’을 통해 ▲5년 안에 순이익 1조원 ▲시가총액 50조원대 진입 ▲장기적으로 시가총액 200조원대 진입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는 “이러한 경영 목표 달성을 통해 한국의 '론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론자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의약품 수탁 제조개발(CDO)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임 사장은 ‘마이크로GMP’라는 이름으로 다품종 소량의 바이오 의약품 수탁 개발에 나서겠다며 CDO와 CRO(임상수탁기업)를 한미의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특히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바이오 생산 공장을 짓겠다”며 “만약 여기에 실패한다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450개 합성화학 의약품을 만든 한미가 100개 바이오 의약품을 못 만들겠느냐”며 “제품군이 100개가 있으면 기업 규모 확대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자 한미약품그룹은 이날 관련 자료를 내고, ‘100개 이상 바이오 의약품 제조’는 공허한 비전이라고 곧바로 반박했다.

한미약품그룹 측은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에 따라 생산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이를 단순화해 지금까지의 경험과 역량으로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겠다는 비전은 공허한 느낌마저 준다”고 꼬집었다.

또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제조공정의 기초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가총액 200조원대 기업 목표는 도전적이지만, 역설적으로 매우 비현실적이고 실체가 없으며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과의 통합절차는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최종 결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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