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박민수 편집국장] ‘미선아 사랑해!’

화제가 됐던 결혼정보업체의 광고 카피다.

몇 년 전 지하철 승강장과 버스 옆구리에 부착돼 한동안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왜 하필 미선이야?’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광고효과도 톡톡히 거뒀다.

광고를 보면서 미선이가 누군지는 중요치 않았다.

덕분에 그저 내 마음속에 은밀하게 자리하고 있던 아련하고 풋풋한 추억의 한 자락과 ‘그 얼굴’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최근  ‘미선’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미선 판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여야는 이 후보자의 임명을 둘러싸고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불발됐다.

청와대는 인사청문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한 후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주식투자 의혹이 심각한 결격사유라며 여전히 절대 임명불가 입장이다.

나아가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의 전면 교체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여당은 주식거래에 불법이 확인되지 않았고 보유 주식을 다 매각한 이상 임명에는 문제가 없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여야가 난타전을 벌이는 와중에 이 후보자의 남편인 오모 변호사도 가세하면서 헌법재판관 임명 논란은 점입가경이다.

아내인 이 후보자의 출세가도(판사 정도면 출세할 만큼 한 거 아닌가?)에 고춧가루를 뿌린 셈이 된 게 미안한지 오 변호사는 링 위로 직접 올라왔다.

주식투자 관련 해명에 이어 ‘내 아내의 앞길을 가로막지 말라’는 듯 의혹을 제기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에게 맞짱 토론까지 제안하고 나섰다.

‘내 아내는 잘못이 없다, 나랑 한판 붙어보자’는 건데 블랙코미디도 이런 블랙코미디가 없다. 주객이 전도 돼도 한참 바뀌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게 없으니까 임명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여기에 ‘강남 아파트 35억원짜리 한 채 보유했었다면 비난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 서민들에게 또 다른 상실감을 안겨줬다.

한 전직 대법관은 이 후보자를 옹호하는 글을 페이스 북에 올렸다.

‘이 후보자는 법원 내 최우수 법관 중 하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초임판사 시절부터 남다른 업무능력으로 이미 평판이 났다’며 그의 법관으로서의 능력을 추켜세웠다.

심지어 ‘강원도 화천의 이발소 집 딸이 지방대를 나와 법관이 됐다’고 강조했다.

‘부부법관으로 경제적으로도 어렵게 생활하다가 역시 최우수 법관이었던 남편이 개업해 아내가 재판에 전념하도록 가계를 꾸리고 육아를 전담하고 법원에 남은 아내가 마침내 헌법재판관이 되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어긋난다고 누가 단언 하는가’라며 임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게 그들의 눈높이라면 서민들은 어디에 눈을 두고 살아야할까.

아예 눈을 감고 사는 수 밖에 없다.

가재는 게 편이고 초록은 동색이 맞다

오 변호사와 전직 대법관의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법조인 그들만의 세계다.

재직 중인 판사가 이해충돌의 관계를 떠나 그 많은 수의 주식거래를 했다는 것은 어떤 변명을 해도 설득이 안 된다.

15년간 6000번 넘게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400번, 어림잡아 하루 두 번꼴이다.

웬만한 직장에서는 근무 중에 주식거래가 쉽지 않다.

시스템으로 아예 차단시켜 놓거나 상사나 동료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인도 아니고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을 월급으로 받으면서 업무시간에 주식거래를 하던 판사가 제대로 된 판결을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기업에서도 이렇게 주식에 정신이 팔려 있으면 일을 제대로 하는 직원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전 대법관의 표현대로 ‘부부법관이 오래 동안 경제적으로 어렵게 생활했다‘면 우리 공직 사회는 정상적이지 않다.

법관이라면 공직자 중에서도 상위 계층이다.

법관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그보다 낮은 지위의 공직자는 훨씬 더 궁핍하고 돈버는 일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대다수 공직자는 그렇지 않다.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

한 현직 판사도 판사들 익명 인터넷 게시판에 주식문제로 논란이 된 이 후보자를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올려 부정적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나왔다.

세상 살면서 권력과 돈, 둘 다 가지기는 어렵다.

명예를 존중한다면 돈에 대한 욕심은 접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들 부부는 명예와 돈을 둘 다 취하려다 세상 사람들 앞에 벌거벗겨 졌다.

야당의 거센 반발과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다.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법대로 하자고 할 때가 제일 무섭다.

한때 사랑했던 ‘미선이’만 애꿎게 세상 사람들 입에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