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임원 비율 아직 미미...이공계 진학과 여성 채용·관리자 진급률부터 높여야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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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인호 기자】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은 올해 250명으로 10년 전 보다는 약 5배, 5년 전의 2.3배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체 임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유리천장'은 여전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상장기업 전체로 보면 여성임원은 10곳 가운데 7곳에 단 1명도 없고, 전체 임원 2만9794명 가운데 여성은 1199명(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가족부가 기업 평가 사이트 ‘시이오(CEO) 스코어’에 의뢰해 올해 1분기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모든 상장법인의 전무 이상 임원과 고문·감사·사외이사 등의 성별 현황을 조사한 결과와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가 매출 기준 국내 100대 기업의 임원 현황 분석한 결과다.

먼저 100대기업의 올해 여성 임원(오너가·사외이사 제외)은 총 244명으로, 지난해(216명)보다 13% 증가했다.

관련 조사가 처음 이뤄진 2004년(13명)에 비해서는 무려 18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은 2010년까지만 해도 51명에 그쳤으나 2013년(114명)에 처음 100명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200명을 돌파한 셈이다.

그러나 상장기업 전체를 보면 조사 대상 기업 2072곳 가운데 1407(67.9%)곳에 여성 임원이 단 1명도 없었다. 여성 임원이 1명 이상 있는 기업은 32.1%인 665곳에 불과했다.

100대기업이 상장기업 전체 보다 여성임원 비율이 높은 셈이다.

[자료=여성가족부]
[자료=여성가족부]

◇ 아모레퍼시픽 여성임원 비율 22%로 최고

1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이 1명이라도 있는 곳은 56개였다.

지난 2004년에는 10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 임원 보유 기업이 과반을 넘긴데 이어 올해 더 늘었다.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전자로 전체 임원의 5.2%인 55명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이 16명으로 그 뒤를 이었고 CJ제일제당 14명, 네이버 12명, 롯데쇼핑·KT 각 11명, 삼성SDS 10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전체 임원(73명) 가운데 21.9%를 여성이 차지해 100대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15.2%)과 네이버(14.1%)도 다른 회사와 비교해 여성 임원 비중이 높았다.

여성 임원들의 연령과 출신은 40대 이하 젊은 임원이 다수를 차지했으며, 이화여대와 이공계 전공 출신이 많았다.

1970년 이후에 태어난 임원이 전체의 60.7%를 차지했으며, 이화여대 출신이 29명(석·박사 포함시 35명)에 달했다.

전공별로는 이공 계열이 전체의 24.2%에 해당하는 59명으로 집계됐다.

◇ 삼성전자, 글로벌 기준에 비해 비율 낮아

전체 상장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 비율이 절반을 넘는 회사도 있었다. 화장품 업체인 클리오(71.4%)와 본느(50%) 두 곳이다.

여성 임원 숫자가 가장 많은 상장기업은 삼성전자(55명)였으나 그 비율(5.2%)은 세계적인 기업과 견주어 매우 낮은 형편이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크레디트스위스가 세계 3000여개 기업 경영진을 분석해 발표한 ‘2019 씨에스(CS) 젠더 3000:변화하는 기업의 얼굴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한국 기업 이사회(사·내외 이사 등으로 구성) 여성 비율은 3.1%에 그쳤다.

이는 조사 대상 40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로, 전체 기업 평균은 20.6%였다.

◇ 여성임원 늘리려면

유니코써치는 100대기업 여성임원 비율을 분석해 보니 대기업 여성 임원의 특징으로 40대와 이화여대, 이공계를 요약한 이른바 '사·이·공(四·梨·工)'이라는 신조어가 떠올랐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 임원 비율은 아직 5% 미만으로 여전히 유리천장은 높지만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학생의 대학 이공계 진학률, 기업의 여성 직원 채용률, 여성 관리자 진급률 등을 '트리플 여성 리더 파이프라인'이라고 규정한 뒤 "이를 장기적으로 구축해야 여성 임원이 많이 탄생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자료=유니코써치]
[자료=유니코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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