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 전문가들 설문, 인력부족률 60% 달해...해외 유출도 심각

[사진=뉴스퀘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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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몇 달전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AI)이다"라고 조언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여러 자리에서 "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며 "정부 스스로 인공지능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AI 인력 부족률이 60.6%에 달하고, AI 인재 경쟁력 또한 한중일 3국 중에서도 가장 낮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

문 대통령의 'AI 정부' 선포가 머쓱해지는 대목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국내 산학연 AI 전문가 30인을 대상으로 'AI인재 현황 및 육성방안'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AI교육 인프라 확대와 '데이터 3법' 등 규제완화를 통한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AI인재 경쟁력 미국의 절반 수준

전문가들은 AI산업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을 기준(10)으로 중국, 일본, 한국의 AI인재 경쟁력을 각각 8.1, 6.0, 5.2로 평가했다.

한국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 비교해서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AI인력 부족률이 평균 60.6%에 달한다고 응답했다.

전문가 개별 응답률을 보면 50% 가량 부족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이를 포함해 50% 이상 부족하다는 의견이 전체의 72.5%에 달했다.

부족 비율이 낮다고 응답한 일부 전문가들은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연구조직이 신설되고 있지만 현재 AI기술에 기반한 사업 아이템이 많지 않고, 산업이 고도화되지 않아 얼마나 부족한 지에 대해 논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자료제공=한국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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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기술인력 해외유출 심각

"국내에서도 AI 관련 기술 인력들이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국내에 머물지 않고 미국, 유럽, 중국행을 택한다. 이들 국가는 상대적으로 AI 산업이 활성화되어 사람도 많이 뽑고, 연구 및 실무 경험의 기회도 많기 때문이다"

한 IT업계 전문가의 토로다.

이 전문가는 "우리나라 AI 산업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어 상용화 기술도 많지 않다. 그들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석박사 채용을 통해 AI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대부분 실무경험이 부족한 편이다"라며 "교육기관에서 내부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는데, 단기간에 배워서 실무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들은 산학협력 프로그램이라도 가능한데 중소기업들은 마땅치가 않다"며 "정부가 산업별로 필요한 AI기술 인력을 정책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실제 세계적으로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선도 기업과 삼성전자, 네이버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즉시 협업이 가능한 연구진을 보유한 국내외 AI기업을 인수하거나 해외 연구소 설립을 통해 현지 기술 전문가 채용으로 AI기술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우수 대학 인재 확보를 위해 산학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사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직원들을 재교육하는 등 AI 실무형 인재 육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제공=한국경제연구원]
[자료제공=한국경제연구원]

◇ 실무형 기술인력 부족하다

산학연 전문가들은 AI인력 확보에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실무형 기술인력 부족'(36.7%)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 수준의 연봉 지급이 어려움'(25.5%), '전문 교육기관 및 교수 부족'(22.2%) 순으로 응답했다.

'예산 지원, 규제 완화 등 정부 지원 부족' 및 '근로시간 등 경직된 근무환경 및 조직문화'를 꼽은 비중도 각각 6.7%로 나타났다. 기타 의견으로는 '회사 경영진의 AI 기술·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답변도 있었다.

AI 전문 인력 양성 및 확보 방안으로는 '국내외 AI 석박사 채용'(89.3%)이 가장 많았고, 이어 '재직자 AI 교육'(75.0%), '대학 연계 프로그램 개발'(46.4%)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AI 기업을 인수하거나, 해외 연구소를 설립 또는 인수한다는 의견도 각 17.9%에 달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AI가 4차 산업 시대에 새로운 성장 동력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인력 부족률이 60.6%에 달해 산업계의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과 대학의 실무형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AI교육 인프라를 확대해 심각한 청년 실업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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