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응백 문화에디터.
하응백 문화에디터.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지난 13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위축된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신촌명물거리를 찾아, 상인들과 덕담을 주고받으며 그들을 격려했다.”

이렇게 기사를 작성해서 보도한다면 총리의 움직임이니까 기삿거리는 겨우 되겠지만, 주목받는 기사는 될 수 없다.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뭔가 강한 임팩트가 필요하다.

“지난 13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신촌명물거리를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한 상인에게  ‘손님이 적으니 편하시겠네’라고 말했다.”

후자의 경우는 실제 보도(방송)되었던 내용이다. 기삿거리가 될 뿐만이 아니라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문제는 이 보도가 진실을 호도한 왜곡된 기사였다는 데 있다. 이런 보도가 나가자 많은 국민들은 의아해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소비가 위축된 판국에 총리가 이런 농담을 하다니. 장사가 안돼 시름에 젖은 상인들을 오히려 약 올리는 건가. 해서 이 보도를 보고 야당들은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김정화 바른 미래당 대변인: “소상공인 지영업자들에게 닥친 절망적 현실을, 한낱 말장난 거리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김수민 가칭 국민의 당 대변인: “소상공인의 상처를 후벼 파는 조롱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십시오. 해당 점포를 방문해서 용서를 구하십시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 “농담이었을지는 모르지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농담으로 느껴지지 않았을 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그날 정 총리는 신촌명물거리의 한 음식점을 방문했다.

업주는 정 총리에게 종업원(업주는 ‘이모님’이라 표현함)을 ‘옛날에 쌍용에 계셨을 때 같이’ 근무했던 분이라고 소개를 했고, 정 총리는 ‘아 그랬구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업주는 ‘(이모님이 그걸) 어제도 말씀을 하시더라구요’라고 하니 총리는 ‘그랬어요? 반가워요’라고 하며, ‘이제 그때가 뭐 40년 전의 일이니까’라고 한 뒤, ‘그래서 요새는 좀 손님이 적으시니까 편하시겠네’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그 종업원은 ‘손님들이 적더라도 편한 게 아니고 마음이 불편합니다’라고 했다.

정 총리는 그 말을 받아 ‘이제 바쁠 때도 있고, 또 조금 이렇게 슬로우하다고 그러죠. 손님이 좀 적으실 때도 있고 그런데, 아마 조만간 다시 바빠지실 테니까, 이런 때는 편하게 지내시는 게 좋아요’라고 했다.

그리고 정 총리가 업주에게 ‘우리 사장님은 직원들 나오시지 말라고 하시면 안 되고, 그냥 이제 다 모시고 다 해야죠’라고 말하자 업주는 ‘그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정 총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래요 우리 사장님에게 박수를 한 번 쳐 줍시다’고 했고, 일행들은 박수를 쳤다. 그리고 총리 일행은 그 음식점을 나왔다.(업주 오종환씨가 올린 페이스북 글과 KBS 원본 영상으로 확인 작성)

이런 대화에서 앞뒤를 자르고 정 총리가 ‘손님이 적으시니까 편하시겠네’라고 했다고 보도하면, 정 총리가 한 말은 분명하니까 오보는 아니다.

하지만 이건 가짜뉴스를 재생산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한 명백히 악의적인 보도다.

상인들을 격려해서 소비를 진작시키자는 의도에서 비롯된 정 총리의 현장 방문은 악의적인 보도로 인해 확대 재생산되어 큰 파문으로 이어졌다. 파문이 확산되자 정 총리는 급기야 유감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경우가 또 있다. SNS 상에 떠도는 것이다.

“아래의 글을 널리 퍼트려서 김정은 앞에 스스로 초라해지는 공산주의자 이낙연을 초스피드로 날려버리자!!!!!!”

아래에는 다음과 같이 적힌 육필 사진이 있다.

“위대했으나 검소하셨고, 검소했으나 위대하셨던, 백성을 사랑했으며, 백성의 사랑을 받으신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집니다. 2018년 대한민국 국무총리 이낙연”

[사진=주 베트남 대한민국대사관]
[사진=주 베트남 대한민국대사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 글은 베트남 국부인 고 호찌민 주석의 거소를 방문한 이낙연 전 총리가 방명록에 남긴 것이다.

주 베트남 대한민국 대사관 홈피에 이 방명록 글의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을 활용하여, 이 전총리가 호찌민을 추모한 글을 김정은에 대한 충성 맹세로 둔갑시켜 이 전 총리를 공산주의자로 몰아가는 것이다. 이게 바로 명백한 가짜뉴스의 실체다.

정 총리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는 가짜뉴스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 전 총리에 대한 SNS상의 선동은 치졸하고 악의적인 가짜뉴스 그 자체다.

4.15 총선과 앞으로의 대선을 앞두고 이런 악의적 보도나 가짜뉴스는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뉴스 소비자들이 전후 사정을 모르면 이런 가짜뉴스에 현혹될 수도 있다.

가짜뉴스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정책과 자질로 평가해야 할 선거에서 가짜 정보를 생산한다. 그 가짜 정보는 확대 재생산되어 여러 경로로 확산된다. 결국 우리 국민 다수가 가짜뉴스의 피해를 입는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악의적 보도와 가짜뉴스를 방지할 대책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언론의 자율적인 정화 기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를 넘어서는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상시적 ‘감시’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언론과 시민사회와 정치권 모두 힘을 합쳐 본격적이면서 실질적인 가짜뉴스 방지책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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