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센서 등 '타워' 포트폴리오 적극 활용...자체 생산시설 확장도 속도전

미국 오리건주 힐스버러에 위치한 인텔의 반도체 공장 [인텔]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 연초부터 6조원대의 인수를 결정하며 파운드리(위탁생산) 경쟁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5일(현지시간) 인텔은 이스라엘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타워 세미컨덕터'(이하 타워)를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54억달러, 한화로 약 6조46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타워 세미컨덕터는 자동차와 소비재, 의료 및 산업용 장비까지 다양한 제품에 탑재되는 반도체와 회로를 공급하는 이스라엘의 대표 기업이다. 

현재 이스라엘과 미국 캘리포니아·텍사스, 일본 등에 생산시설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에만 5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 수는 1만4000명 수준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타워의 특수 기술 포트폴리오, 끈끈한 고객 관계와 같은 역량은 인텔이 파운드리 역량을 넓히고 전 세계 시장에서 핵심 파운드리 공급자로 나아가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이번 인수를 통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약진하고자 하는 야심을 다시 한번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민 인텔은 현재 미국에 자체 생산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200억달러(약 24조원)를 투입해 오하이오주에 제조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여름에는 반도체 파운드리 강자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시도했다. 그러나 글로벌파운드리가 매각 대신 기업공개(IPO)를 선택하면서 인수 계획은 무위로 돌아갔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인텔은 이번 인수로 무선 주파수와 산업용 센서 등 타워가 장점을 보인 기술 분야에서 강력한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절차는 1년 내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후 타워는 인텔이 1년 전 설립한 파운드리 조직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에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모터쇼에 참석해 향후 10년간 최대 800억유로(약 108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IAA모빌리티]

한편 인텔의 인수 소식에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의 몸집 불리기 또한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는 50%가 넘는 점유율로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고, 삼성전자는 17%를 차지하며 2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일본 안팎에서는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 공장 건설을 위해 애초 계획보다 1800억엔(약 1조8620억원) 많은 9800억엔(10조1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 또한 조만간 파운드리 등 반도체 관련 분야에서 대규모 M&A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선두 업체를 따라잡고 추격자와 격차를 좁히지 않기 위해서는 자체 역량을 키우는 것보다 M&A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더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반도체·모바일·가전 등) 어디서 먼저 성사될지는 알 수 없지만,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 같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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