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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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인도는 한 때 전세계 콜센터 산업의 중심지로 여겼다.

최근에는 미국식 영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이유로 필리핀에 그 명성을 빼앗기고는 있지만, 여전히 영국식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콜센터 거점지로 남아 있다.

그러한 인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 중 하나인 위프로(WIPRO)라는 곳의 콜센터는 2000년대 후반 전 직원의 50~70%가 회사를 떠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 기업의 콜센터가 직원 복지도 훌륭하고 급여 수준도 동종업계 대비 높아 떠날 이유가 없음에도 이런 현상이 생겨나자 기업의 경영진들은 실험을 통해 그 이유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실험 내용은 MIT Sloan Management Review 2013년 봄호에 “Reinventing Employee Onboarding”에 자세하게 소개가 되어 있다. 참고로 Onboarding은 조직에 새로 합류한 사람이 조직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Daniel M. Cable, Francesca Gino and Bradley R. Staats 등은 경영진에게 의뢰를 받고 즉시 실험에 착수하였다.

그룹을 두 개로 나누어 (원래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한 그룹 – 대조군 - 이 더 있어서 정확히 세 개의 그룹이다) 첫 번째 그룹은 우리가 한국의 대기업에서 보듯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첫 번째 단계에서 와이프로 회사 가치와 와이프로가 왜 훌륭한 기업인지를 설명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업무가 뛰어난 사람, 최우수 직원이 이 설명을 다시 반복하였으며, 세 번째 단계에서는 신입사원들이 들었던 얘기에 대해 의견을 나누게 되고 네 번째 단계에서는 신입사원들이 와이프로에 입사한 사실에 대해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를 논의하였다.

이 모든 단계를 약 1시간 동안 보충 교육의 형태로 실시하였으며 이 세션이 끝난 후 첫 번째 그룹은 회사 이름이 새겨진 뱃지와 티셔츠를 지급받았다.

두 번째 그룹은 첫 번째 그룹과는 다르게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강조를 하는 직원 중심 내용의 교육을 받았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와이프로에서 일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나타내고 자신만의 기회를 창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을 들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신입사원들이 15분간 개별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를 진행했으며 세 번째 단계에서는 자신의 문제해결 방법과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현장에 적용할지 소개했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자신을 확실하게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과정을 마친 후에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뱃지와 티셔츠를 지급받았다.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한 쪽의 신입사원 교육에서는 1시간 동안 회사를 강조하고 다른 쪽에서는 1시간 동안 개인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 말고는 다른 교육은 다 동일하게 진행하였기에 처음에는 실험을 계획한 연구진들도 크게 기대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흐르게 되었다.

7개월 후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개인을 강조한 두 번째 그룹의 신입사원들은 회사에 계속 남아 있는 비율이 250%나 더 높게 나왔고 업계 평균과 비교해서도 157% 더 높게 나왔다.

짧은 시간 동안 보냈던 신호, 즉 회사가 개인이 발전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신호들은 엄청난 것이 아니고 개인이 언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지를 묻고, 그룹에 자신을 소개할 수 있도록 하거나 개인을 위한 뱃지와 티셔츠를 준 것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게 되었다.

이 연구에서 마지막으로 네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첫째, 기존 고용 틀에서 벗어나라, 둘째, 신입사원들이 자신의 진짜 능력을 확인하고 고양시킬 수 있도록 도와줘라, 셋째, 다른 조직 구성원들에게 신입사원들이 본인을 잘 소개할 수 있도록 해줘라, 넷째, 신입사원이 가진 본연의 능력을 직무와 잘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도록 요청해라 등이다.

결국, 개인이 먼저이고 조직이 그 다음이라는 점을 우리는 꼭 기억해야만 하는 사항이다.

또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더 알아보도록 하자.

비행기를 조정하는 기장들이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매우 해묵은 숙제였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단순한 조치만으로도 기장들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 (A New Approach to an Age-Old Problem: Solving Externalities by Incenting Workers Directly라는 논문에 소개된 내용이다)

우선 측정하고자 했던 바는 비행효율성이다.

이륙전 필요한 양만큼 연료 채우기, 효율적 비행을 위한 최적의 속도와 고도조절, 게이트에 안착할 때 최소 한 개 이상 엔진 끄기 등으로 연료를 절약하고 나아가 CO2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기장들이 할 일이었다.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 버진애틀랜틱 항공사의 베테랑 기장들을 4그룹으로 나눴다.

우선 아무 처치를 하지 않은 A그룹, B그룹은 매월 운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했는지 성과를 보여주기만 한 그룹이었고, C그룹은 B그룹에다가 개인의 목표치까지 제시한 그룹이었으며, D그룹은 C그룹에다가 목표를 달성하면 기장의 이름으로 일정 금액을 기부하도록 한 그룹이었다.

결과를 살펴보면, 매월 성과보고서를 보여주기만 한 B그룹은 A그룹에 비해 대체로 연료효율성 제고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우리가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을 때 행동을 자발적으로 바꾸는, 이른 바 호손효과라 일어났다는 점을 말한다.

한편 개별 목표를 제시한 C그룹은 비행 전 4%, 비행 중 18%, 비행 후 22%의 추가 개선 효과가 나타났으며 D그룹은 C그룹에 비해 연료 효율성에 대한 추가 개선효과는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직무만족도가 6.5%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약하자면 관찰되기만 해도, 그리고 목표를 제시하기만 해도 직무효율성이 제고되었다는 것이다.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 그리고 조직원의 행동을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달성을 위해서 반드시 금전적인 인센티브만이 중요하지는 않다.

개인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성과를 지켜본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또는 개인에게 달성가능한 목표를 제공하여 동기를 부여함으로써도 충분히 조직원의 행동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조직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며 적용해보고 또 수정해 보고자하는 기업의 노력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 아닐까 싶다.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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