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투자·대규모 채용 등 경쟁력 확대 가속페달 전망
박찬구, 이호진, 이중근 회장 등은 명단에서 빠져 '울상'

회계 부정과 부당합병 혐의로 재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인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12일 정부는 광복절을 맞이해 서민생계형 형사범과 주요 경제인, 노사관계자, 특별배려 수형자 등 1693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단행한 첫 특사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안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민생"이라며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 회복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명단에 오른 주요 경제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특별복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특별사면 및 복권),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사면)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사면) 등 4명으로, 이들은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범국가적 경제위기 극복이 절실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 적극적인 기술 투자와 고용 창출로 국가의 성장동력을 주도하는 주요 경제인들을 엄선하여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다만 사면 대상자로 거론되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은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주요 정치인들도 사면 명단에서 제외됐다.

사면 대상자로 유력시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을 확정받고 복역하다가, 지난 6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상태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은 상황 속에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정치인들을 사면 대상자로 올리는 데 부담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면 대상자를 신중히 결정했다"며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한편, 이번 사면 및 복권으로 주요 기업인들은 족쇄를 벗어던지고 경영 행보에 박차를 올릴 수 있게 됐다.

지난해 8월 광복절을 맞아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부회장의 형기는 지난달 29일부로 종료됐지만,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고 있어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특별사면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해졌다.

다만 이번 복권과는 별개로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매주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사법 리스크에 따른 부담은 일부 계속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정부의 특별복권 결정을 두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저의 부족한 때문에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는 말씀도 함께 드린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엇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다집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경우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과 달리 취업제한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집행유예 중이라 운신의 폭이 좁았다.

롯데 측은 사면 이후 입장문을 통해 "국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바이오·수소에너지·전지소재 등 혁신사업을 육성해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사면된 기업인들이 신성장동력에 대한 새로운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대규모 채용 등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사면된 기업인들은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태왔다"며 "특히 윤석열 정부가 친기업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경제 구원투수 역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투자와 채용 등 회사의 명운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을 단순히 특사의 대가로 보는 것이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과 롯데의 경우 이미 대규모 국내외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라 당분간 숨 고르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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