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 대표에 LG생건 출신...은행계 여성 대표도 나와
면세점·홈쇼핑·하이마트도 새 대표 맞이...전략 재편 속도
'신동빈 장남' 신유열 상무 승진...경영승계 발판 관측도

롯데그룹이 2023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 관련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는 신동빈 회장의 모습. [사진=롯데/연합뉴스]
롯데그룹이 2023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 관련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는 신동빈 회장의 모습. [사진=롯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롯데그룹이 2023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위기 탈출을 위한 대규모 변화를 꾀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수뇌부에 '정통 롯데맨'이 아닌 외부 인재를 수혈하는 기조가 이어졌다. 특히 그룹의 모기업인 롯데제과는 처음으로 외부 인재를 영입해 주목을 받았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계속되는 가운데, 롯데그룹이 '안정'이 아닌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롯데는 롯데지주 포함 35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내년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사보다 약 3주 늦게 임원 명단을 뽑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룹 측은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년에 영구적 위기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그룹 측은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년에 '영구적 위기'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존 사업의 변화와 쇄신을 실현하기 위한 정밀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젊은 리더십'이다.

최고경영자(CEO)급의 전체 평균 연령이 지난해(58세)보다 1세 가량 어린 57세로 젊어진 것. 사장 직급의 경우 3세가량 젊어졌고, 신임 임원 중 40대의 비중은 46%를 차지했다.

이번 인사에서 50대 사장 반열에 오른 인물은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이훈기 부사장이다.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이 실장은 1990년 호남석유화학으로 입사해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이사와 롯데렌탈 대표이사 등을 거친 인물이다.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시키고, 인수·합병(M&A)도 이끌어낸 성과를 인정 받았다.

사진은 롯데제과 대표이사로 내정된 이창엽 부사장(왼쪽)과 롯데멤버스 대표이사에 낙점된 김혜주 전무. [사진=롯데]
사진은 롯데제과 대표이사로 내정된 이창엽 부사장(왼쪽)과 롯데멤버스 대표이사에 낙점된 김혜주 전무. [사진=롯데]

요직에 외부 인사를 배치하는 결단도 나왔다.

먼저 롯데제과는 신임 대표이사로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을 내정했다.

이 부사장은 한국과 북미 지역에서 30년 이상 글로벌 소비재 회사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마케팅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P&G를 시작으로 허쉬 한국법인장, 한국코카콜라 대표를 거쳐 소비재 분야에서 이름을 알려왔다.

LG생활건강에서는 미국 자회사 '더 에이본 컴퍼니' CEO로 북미 사업을 이끌었다.

롯데는 "우수한 글로벌 마인드와 마케팅·전략 역량을 바탕으로 롯데제과가 세계적인 종합식품회사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멤버스도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첫 외부 여성 대표이사로 김혜주 현 신한은행 상무를 내정한 것.

김혜주 전무는 금융·제조·통신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 경험을 갖춘 빅테이터 전문가다. 삼성전자와 KT를 거쳐 현재 신한금융지주 빅데이터부문장, 마이데이터유닛장 상무를 맡고 있다.

롯데렌탈 또한 외부에서 전략 전문가를 영입해 대표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왼쪽부터) 롯데건설 대표이사 박현철 부회장,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 내정 이완신 사장,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 이훈기 사장, 롯데케미칼 신유열 상무. [사진=롯데]
(왼쪽부터) 롯데건설 대표이사 박현철 부회장,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 내정 이완신 사장,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 이훈기 사장, 롯데케미칼 신유열 상무. [사진=롯데]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내부 인재들도 대표이사로 낙점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전례 없는 위기를 겪거나, 신뢰 회복이 필요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변화가 이뤄졌다. 

우선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자리에는 김주남 전무(전 롯데면세점 한국사업본부장)이 내정됐다. 롯데면세점 상품전략과 소공점장, 경영지원부문장을 거친 인물이다.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에는 김재겸 전무(전 롯데홈쇼핑 TV사업본부장)이 올랐다. 롯데는 "기존 홈쇼핑 영역을 뛰어넘어 미디어커머스 기업으로 본격 혁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을 이끌던 이완신 대표는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와 롯데호텔 대표이사로 이동한다.

기존 롯데그룹 호텔군 안세진 총괄대표는 그룹의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이동해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 11월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현철 부회장은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회장은 롯데건설발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남창희 롯데슈퍼 대표는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30년 이상의 직매입 유통 경험을 갖춘 남 대표이사는 전자제품계 왕좌를 지켜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오랜 기간 롯데를 이끌었던 고위임원 세 명은 일선에서 용퇴하게 됐다.

롯데지주 대표이사 송용덕 부회장과 롯데렌탈 대표이사 김현수 사장, 롯데건설 대표이사 하석주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롯데는 "약 35년 이상 몸 담았던 롯데를 떠난다"고 표현했다.

롯데는 2023년 인사에서 여성 임원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 승진한 임원 명단에는 롯데제과 정미혜 상무보, 롯데칠성 채혜영 상무보, 롯데백화점 한지연 상무보, 롯데홈쇼핑 김지연 상무보, 롯데건설 이정민 상무보, 롯데에이엠씨 윤영주 상무보 등 총 6명이 올랐다. 롯데는 여성임원이 올해 47명(구성비 7.1%)이 되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
롯데는 2023년 인사에서 여성 임원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 승진한 임원 명단에는 롯데제과 정미혜 상무보, 롯데칠성 채혜영 상무보, 롯데백화점 한지연 상무보, 롯데홈쇼핑 김지연 상무보, 롯데건설 이정민 상무보, 롯데에이엠씨 윤영주 상무보 등 총 6명이 올랐다. 롯데는 여성임원이 올해 47명(구성비 7.1%)이 되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

한편 재계에서는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상무가 승진한 점이 화제로 떠올랐다. 신 상무는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상무 라인에 올랐다.

신 상무는 지난 2020년 롯데에 입사한 뒤 올해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상무보로 합류했다.

일각에서는 신 상무가 경영승계를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 상무는 지난 8월 신동빈 회장의 베트남 출장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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