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투자보다는 수비형 돈 관리
삼성은 6일부터 사장 및 임원 인사 단행

(왼쪽부터) 이성형 SK(주) 사장,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부사장, 차동석 LG화학 사장 [사진=각 사 / 뉴스퀘스트 편집]
(왼쪽부터) 이성형 SK(주) 사장,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부사장, 차동석 LG화학 사장 [사진=각 사 / 뉴스퀘스트 편집]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새해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재무'에 초점을 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내년에도 고금리와 수요 부진 등 대내외 악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효율적으로 돈을 관리하고 동시에 미래 전략까지 구상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중용되는 분위기다.

2일 기준 지금까지 나온 주요 그룹사들의 2023년도 임원 인사는 '안정'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인사와 같이 큰 폭의 세대교체와 수뇌부 라인의 물갈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예년보다 인사 폭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대신 재무통들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SK그룹이 1일 계열사별로 발표한 인사 내용을 살펴보면, SK(주)는 이성형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여기에 CFO가 재무구조뿐만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총괄하도록 역할을 강화했다. CFO는 사업 시너지 제고 등 종합적 관점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게 된다.

SK(주)는 "재무 전력을 고도화하고 투자 자금을 확보, 투자 자산 관리 또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신임 사장 자리에는 김철중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부문장이 올랐다.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금융과 재무, 경영 전략과 같은 핵심 부서를 거쳐 경영기획 실장과 전략본부장을 역임했다. 회사 내에서는 재무 및 기획 역량을 갖춘 전략가로 통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현대글로비스의 새 리더로 재무통이 발탁됐다.

그 주인공은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의 이규복 전무로,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현대글로비스의 대표이사로 활동하게 됐다.

이 부사장은 재무와 해외 판매, 프로세스 혁신 등 글로벌 역량을 보유한 인물이다. 유럽 지역 판매법인장과 미주 지역 생산법인 CFO를 지내, 해외 판매에 특화된 전략 기획 전문가로도 꼽힌다.

LG그룹에서는 LG디스플레이 정호영 대표이사 사장이 유임됐다. 정 사장은 2008년부터 약 6년간 CFO로 활동하며, 그룹을 대표하는 재무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LG화학은 CFO와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를 맡고 있는 차동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차 사장은 회계·금융·세무·경영진단 역량을 갖춰, 인수·합병(M&A)과 분할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GS그룹은 (주)GS 재무팀장(CFO) 겸 PM팀장인 이태형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GS 측은 이 부사장이 그룹 내 사업 전반을 관리해왔다는 점을 고려해, 미래 위험 요인에 선제 대응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김철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 이태형 GS 부사장. [사진=각 사/뉴스퀘스트 편집]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김철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 이태형 GS 부사장. [사진=각 사/뉴스퀘스트 편집]

재계는 요직에 오르거나 승진에 성공한 재무통들이 그룹의 가치를 어떻게 제고할지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업황을 고려해 공격적인 투자보다 수비형 돈 관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요 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내년까지 업황이 좋지 않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며 "핵심 사업들이 먼 미래를 예측하고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오는 6일께 정기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및 임원 인사를 이어서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또한 다른 그룹사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지 아니면 과감한 쇄신인사를 단행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이재용 회장의 취임 후 첫 번째 인사인 만큼 ‘뉴삼성’ 비전이 담기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따라서  ‘안정 속 혁신’이라는  기조 속에 글로벌 경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깜짝 인사 가능성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부터 부문별로 해외·국내사업장의 퇴임 대상 임원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DS) 부문에서만 부사장 십여명이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고 ‘상무급’ 임원들도 상당수 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반도체·가전·모바일 사업의 수장을 바꾸고 한종희(DX부문장)·경계현(DS부문장) 투 톱 체제에 돌입한 만큼 경영 최전선 라인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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