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CJ올리브영, 여성 CEO 발탁...'"미래 리더 중용에 초점"
삼성·SK·현대차 인사 임박...삼성전자서도 여성 사장 나올지 관심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왼쪽)와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사진=각 사]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업무적으로든 인성적으로든 좋은 분입니다. 실무 이해도가 높아 내부에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LG생활건강의 임원인사 이후 분위기를 묻는 글이 올라오자 이런 답글이 달렸다.

이상의 문답에서 대상이 된 인물은 회사를 새로 이끌게 된 이정애 신임 사장이었다. 직원들은 이 사장이 여성이라는 사실보다 그동안 맡은 직책과 리더십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사례는 연말 인사 시즌에 돌입한 주요 그룹사들의 최근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쟁 심화에다 글로벌 경기 변동이 심한 시대를 맞아 성별을 넘어 실력에 초점을 두는 인사가 불가피해지면서 기업들이 유리천장을 깨 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 LG·CJ·신세계, 연말 인사 완료...키워드 '여성 인재'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여성 임원은 LG생활건강 이정애 사장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음료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애 부사장을 LG그룹의 첫 여성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

1963년생인 이 신임 사장은 1986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한 뒤 생활용품 사업부장과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후', '숨', '오휘' 등 회사의 화장품 브랜드를 육성한 인물로 꼽힌다.

4대 그룹 중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전문경영인이 CEO로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고 지주사인 지투알에서도 지투알 박애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CEO 자리에 올랐다.

LG그룹의 여성 임원 수도 총 64명으로 늘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2018년(29명)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조기 인사를 단행한 CJ그룹에서도 여성 리더가 나왔다.

올리브영 대표에 이선정 경영 리더를 낙점한 것. 1977년생인 이 대표는 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신세계그룹도 백화점에서 김하리 브랜드 마케팅담당과 장수진 BTS잡화담당, 이마트에서 이경희 ESG 담당, 브랜드 본부에서 김정민 BX 담당 등 여성 임원 네 명을 새로 발탁했다.

한화그룹의 한화솔루션 또한 이번 인사에서 갤러리아 부문에 1981년생인 김혜연 프로를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회사의 첫 1980년대생 여성 임원으로도 기록됐다.

내년도 경영진을 재편한 그룹사들은 여성 인재를 중용하거나 승진시키는 게 당연한 흐름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한 그룹사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이어지고 있고, 내년에도 사업 대부분이 녹록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성별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미래를 이끌 리더를 뽑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국내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이 올해 처음으로 400명대에 진입한 가운데, 단일 기업 중 삼성전자의 올해 여성 임원이 65명으로 최다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료=유니코써치]
국내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이 올해 처음으로 400명대에 진입한 가운데, 단일 기업 중 삼성전자의 올해 여성 임원이 65명으로 최다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료=유니코써치]

여성이 임원직에 오르거나 요직에 오르는 흐름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반면,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공존하고 있다.

◇ 500대 기업 CEO중 여성비율은 고작 1.7%

실제 국내 기업의 유리천장은 아직 두꺼운 상황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 스코어에 따르면 올 10월 말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CEO(659명) 중 여성의 비중은 1.7%(11명)에 그친다. 10년 전보다 0.7%포인트(p) 늘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여성 임원만 놓고 봐도 그 규모가 많지 않다.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100대 기업에서 활동하는 여성 임원은 총 403명이다. 전체 임원(7175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6% 수준이다.

여성 임원이 있는 국내 대기업 중 다수가 대외적인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1~2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삼성과 SK, 현대차 등 주요 그룹사들도 12월 초부터 중순쯤 2023년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영희 부사장 등 여성 임원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두 번째 여성 부사장인 그는 2012년 승진 이후 10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어, 매해 인사 시즌마다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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